자궁경부암 주사 평생 한번 맞으라는 WHO…의학계 "추가 검토 필요"

김동명 기자
입력 2022.05.06 06:00
세계보건기구(WHO)의 예방접종 전문가 전략 자문 그룹(SAGE)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 1회 접종만으로 충분하다 밝히면서 시민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1번 HPV 접종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데, 의료계는 국내 의료 환경에 직접 대입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자궁경부암 주사 / 픽사베이
지난해 말 발표된 ‘2019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자궁경부암을 진단 받은 환자는 3273명이다. 이는 여성암 중 10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만명당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2009년 6.4명에서 2019년 4.8명으로 10년 사이 1.6명 줄어드는 등 1990년(9.7명)과 비하면 절반 가량 감소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아래쪽과 질이 연결되는 부분, 즉 자궁 입구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특히 HPV는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파필로마바이러스과(Papillomavirus family)에 속하는 이중 나선상 DNA 바이러스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100여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에서 40여종이 생식 기관에서 발견되며, 자궁경부 상피 내에 병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는 자궁경부암이 전세계적으로 2분마다 1명의 여성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을 통해 완치가 가능한 종양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HPV 예방 백신이 자궁경부암 전암병변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각국은 HPV 백신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HPV 예방 백신을 자궁경부암을 비롯, HPV 관련 질환의 예방 목적으로 허가했다. HPV 예방 백신을 이른 나이에 접종할 경우 자궁경부암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감소(미접종 여성 대비 OR 0.37, 17세 이하 접종 시 0.12, 17세-30세 사이 접종한 여성의 경우 0.47)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20년 WHO는 ‘자궁경부암 퇴치를 위한 3가지 행동 전략’을 공개했다. 세부내용으로는 ▲15세까지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백신 접종 완료하는 여성 청소년의 비율을 90%로 향상 ▲35세까지 고성능 검사를 통해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45세까지 재검하는 여성의 비율을 70%까지 상승 ▲자궁경부 관련 질환(자궁경부암 전암병변 및 자궁경부암)으로 확인된 여성의 치료 비율을 90%까지 상승 등이 담겨있다.

그런데 2022년 4월 WHO는 2020년 기준 전세계 HPV 예방접종률이 13%에 불과하다며 부족한 공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1회 접종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HPV 백신의 1회 접종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처음은 SAGE의 권고안이었지만, WHO의 공식입장으로 최종확정됐다.

실제 미국 워싱턴대·케냐 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을 통해 보통 2~3번 맞아야하는 HPV 예방백신이 1회 접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팀은 성생활을 하는 15~20세 케냐 여성 2300명을 대상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횟수와 자궁경부암 예방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HPV 2가 (16형과 18형) ▲HPV 7가 (16형, 18형,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을 접종받은 세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눠 백신 치료를 실시했다. 백신을 맞은 18개월 후,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HPV 항체 여부를 측정했다.

그 결과, HPV 2가와 7가 백신을 접종받은 여성들은 1회 접종만으로도 HPV 16과 18에 대해 97.5%의 면역 효과를 봤다. HPV 16과 18은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주요 바이러스다. 또한 HPV 7가 백신을 맞은 그룹은 다른 5종의 HPV에 대해 89%의 예방 효과를 봤다. 해당 연구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최근 게재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병원에 HPV 백신 접종 문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서울에 위치한 가정의학과 간호사는 "올해 HPV 접종을 생각하던 환자들이 과거 접종이력이 있을 시 접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듯 하다"면서 "전화로 문의들을 주시는데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직 한국 정책은 변함이 없다라는 답변 뿐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만 2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1번 무료검사를 실시한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1년에 1번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잦은 편에 속한다. 영국은 25~49세 여성은 3년마다, 50~64세 여성은 5년마다 검사를 받게 한다. 미국은 21~29세는 3년, 30~65세 이상은 5년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국가예방접종사업 차원으로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을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만 13~17세 여성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해당 사업을 통해 무료로 HPV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덕분에 국내 HPV 백신 접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나, 주요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가들은 WHO의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의료계는 WHO 권고를 따르기 전에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관계자는 "HPV백신 1회 접종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첫번째 무작위 대조군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그러나 연구가 진행된 국가가 의료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저개발국이며 연구의 1차 목표가 접종 후 최장 18개월간 관찰된 HPV 지속감염의 감소로, 자궁경부암 발암 과정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회는 WHO가 권고안을 발표하게된 주요 연구가 만 15-20세 사이 아프리카 여성을 대상으로 18개월 간 관찰기간을 거친 무작위 대조군 연구였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HPV 백신 1회 접종을 고려하기에는 효과, 안전성, 장기 지속성 등에 대한 근거가 미비한 만큼 이를 확대해석할 경우 국내 여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태 대한부인종학회장은 "현재 1회 접종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일관성이 없고 세계보건기구의 1회 접종 권고안이 국내 의료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발표될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백신 1회 접종에 대한 더 많은 연구 결과를 검토한 후 결정할 일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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