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시대의 막이 오르며 그간 표류했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재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우조선의 재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으나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집무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 당시 조선산업 성장을 통해 신해양강국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110대 국정과제에 ‘자율운항·친환경선박 개발 및 보급 등 신시장 선점’ 내용을 포함시켰다. 2025년까지 자율운항선박 기술(무인 원격제어 수준) 및 무탄소선박 핵심기술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조선산업의 성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우조선의 재매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기간에 대우조선이 있는 거제도를 방문해 조속히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혹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타 조선사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고 연구개발 등 중복된 비용을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조선사 수가 줄어드는만큼 과도한 수주경쟁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할 당시 유럽연합(이하 EU)는 액화천연가스(이하 LNG)운반선 등 가스선 시장 독점을 우려해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이 다시 대우조선 인수를 재추진한다고 해도 LNG선 관련 사업 부문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LNG선 관련 사업부문을 떼어놓고 대우조선 재매각을 시도한다면 굳이 한국조선해양이 인수전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대우조선을 인수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7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동안 누적적자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차선으로 거론되는 방법은 조선산업과 관련된 타 기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조선산업 재편 효과는 보지 못하겠지만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해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던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을 새로운 인수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의그룹 경우 선박건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을 생산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산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어 군함 등을 생산하는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방산 벨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 대우조선해양
하지만 포스코그룹의 경우 이차전지 등 친환경 소재기업을 표방하고 있어 조선사업에 관심이 없는 모습이고 한화그룹은 우주 등 신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큰 덩치도 타 기업이 선뜻 인수에 나설수 없는 요인이다.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대우조선의 부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21년 연결기준 1조75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10년간 5조원 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마땅한 인수자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해외 매각을 시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우조선이 보유한 선박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고 군함 등 국방기밀도 새어나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의 경영컨설팅을 받고 있는 중이다"며 "당초 3월께 나올 예정이었지만 급변하는 대외환경을 반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도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를 공언한만큼 경영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해당 자료를 토대로 재매각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빠른 시일 내에 대우조선의 새 주인을 찾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타 조선사가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타 기업들도 이미 미래먹거리를 선정한 상황이고 대우조선 매각 대금과 부채 등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대우조선의 체질 개선을 통해 인수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