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준비하고 있다. 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 등에 영향을 받아 현대중공업그룹사 노조도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선부문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시장상황 역시 불확실해 사측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4일까지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 노조와 함께 2022 임단협 공동요구안 마련을 위한 워크샵 일정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임금과 단체협약 등 비임금 부분에 대한 요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조선 3사 노조가 워크샵에서 도출한 공동요구안은 대의원 대회에 상정된다. 대의원 대회에서 해당 요구안이 통과되면 노조는 사측에 공동요구안을 발송한다.

파업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중인 현대중공업 노조 / 현대중공업 노조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조선 3사 노조의 공동요구안에는 높은 수준은 임금인상 및 성과급 등의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금속노조 내에서도 상징성이 큰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주 호황 및 선가 상승, 높은 물가 등도 임금인상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 입장에서는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 및 성과급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분기 ▲매출 3조9077억원 ▲영업손실 3964억원을 기록했다.

대내외적 상황도 좋지 않다. 우선 선박건조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의 인상으로 인해 고정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와 조선사간 협상 결과 후판가격이 톤(t)당 10~12만원 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화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재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를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켰다. 이로인해 러시아 선사들이 대금을 지급할 방법이 사라진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러시아 선주로부터 5억5000만달러(6833억) 규모의 선박을 수주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노사 2021년 임금협약 조인식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노사 2021년 임금협약 조인식 / 현대중공업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확률이 높다. 특히 이번 임단협 시즌에 현대차 노조를 비롯한 주요 사업장 노조가 강도 높은 파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며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노조 역시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친기업 기조인 윤석열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파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 산업군 노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조선업계 노조도 마찬가지다"며 "높은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얻기 위해 강도높은 투쟁도 불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과정에서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다"며 "올해 임단협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해야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고 화합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동요구안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며 "임금성, 비임금성 분야 모두 포함되는 요구안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