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 차세대 백신 1억회분을 들여올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현재 유행 중인 오미크론 하위 변종인 ‘BA.5’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개발된 가장 최신 업데이트 백신은 오리지널 오미크론인 ‘BA.1’을 겨냥해 개발된 백신이기 때문에 전세계 우세종으로 자리잡고 있는 BA.4와 BA.5 대응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하반기 도입하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이 전세계 우세종으로 자리잡고 있는 BA.4와 BA.5에 효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 픽사베이
정부가 올 하반기 도입하는 차세대 코로나19 백신이 전세계 우세종으로 자리잡고 있는 BA.4와 BA.5에 효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올해 1억3000만회분의 백신을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7월까지 도입된 백신 물량은 2694만회분으로, 각각 화이자 1903만회분, 모더나 508만회분, 노바백스 233만회분, 얀센 49만회분 등이다. 여기에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1000만회분을 포함한 1억회분의 백신을 더 들어올 방침이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 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가 경쟁적으로 BA.1 변이를 표적으로 개량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들 제약사는 올해 4분기에 차세대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화이자·모더나의 BA.1 백신이 BA.4와 BA.5에서는 효과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발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식품의약처(FDA)는 하반기 코로나19 부스터샷에 사용될 백신에 BA.4와 BA.5의 스파이크 단백질 성분을 추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하위변이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세종으로 변하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변위 BA.5의 경우 전파력이 세고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6월 다섯째주(6월26일~7월2일) 국내에서 BA.5의 검출률은 28.2%로, 전주(10.4%) 보다 2.7배 늘었으며, 미국에서는 BA.5가 감염 사례의 50%를 넘어섰다. 프랑스는 BA.4와 BA.5 출현으로 7번째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돼 최근 하루동안 20만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도 확진자 중 BA.5 비중이 일주일 만에 두배 늘었다.

화이자는 현재 개발 중인 2가(價) 부스터 백신이 30μg(마이크로그램)과 60μg 용량에서 오리지널 오미크론 균주인 BA.1에 대한 중화항체가를 각각 9.1배와 10.9배 더 높게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A.4와 BA.5에서는 백신 효과가 3분의 1로 감소한다고 밝혔다.

모더나도 2가 부스터 백신을 개발 중이다. 모더나는 6월 자사의 부스터 백신이 BA.4와 BA.5에도 강력한 중화항체반응을 이끌어냈다면서도 BA.1 변이 예방 효과보다는 3배 낮았다고 발표했다.

노바백스는 mRNA(메신저리보핵산)가 아닌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노바백스는 자사 백신이 BA.4와 BA.5 변이에도 광범위한 면역 반응을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은 FDA 요구에 따라 올해 말에 BA.4·5 대응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RNA 플랫폼을 통해 백신 구조체에 대한 신속한 개량 작업이 가능하다"며 "BA.1 대응 2가 백신 데이터의 강점을 토대로 BA.4·5 대응 2가 백신의 솔루션을 확보하게 됐다"고 입장을 공개했다.

모더나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FDA의 권고에 따라 BA.4, BA.5 백신을 생산할 수도 있지만 이 백신의 임상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되고, 이는 가을 추가 접종 백신을 공급하는데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근 공개한 오미크론 대응 백신이 BA.4·5에 대항해서도 보호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믿고, 잠재적인 새 균주에 대해서도 면역 형성을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백신을 들여올 하반기에는 또 다른 변이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백신 도입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단 지적이 존재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재 가장 앞서 개발 중인 백신은 대부분 BA.1 오미크론을 타깃으로 한 백신들이기 때문에 BA.4나 BA.5에는 효과가 조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들 균주를 표적하는 백신이 나와도 또 한 번 변이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는 백신의 효과 자료를 바탕으로 접종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인류가 개발 중인 백신 속도가 바이러스 변이보다 느리기 때문에 뒤늦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개량 백신이 나오는데로 신속 도입을 염두해 주고 있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통해 추가 백신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