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과 TV, 노트북 등 주력 제품군에 JDM(Joint Development Manufacturing·합작개발생산) 적용을 확대한다. 수익성 개선은 물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공급망 관리(SCM)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 모델이 2024년형 LG QNED TV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 LG전자
LG전자 모델이 2024년형 LG QNED TV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 / LG전자

25일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LG전자는 프리미엄 LCD TV인 98인치 QNED TV(98QNED89TKA)의 전파 인증을 2월 28일 완료했다. 

LG QNED TV는 퀀텀닷(Quantum Dot)과 나노셀(Nanocell) 기술을 사용해 정확하고 풍부하게 색을 표현하는 프리미엄 LCD TV다.

전파 인증 내역에서 눈여겨봐야 할 내용은 ‘중국’으로 표기된 제조국이다. LG전자는 98인치 QNED TV 생산을 중국 기업에 맡기는 JDM 방식을 택했다.

JDM은 ODM과 OEM의 중간 형태다. 제조사와 주문자가 함께 의견을 조율하며 제작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소프트웨어와 주요 부품 공급, 품질 검사 등을 담당하고 중국 기업은 단순 생산을 맡는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출시한 2024년형 LG그램 노트북에도 JDM을 적용했다. 하지만 프리미엄급 TV를 JDM 방식으로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JDM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LG전자가 90인치대 초대형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90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0.4%, 중국 TCL이 17.7%의 점유율을 보였다. LG전자는 10% 미만으로 파악된다. 주력인 OLED TV의 경우 사이즈가 커질수록 가격대가 급등하기 때문에, QNED를 90인치대 주력으로 밀겠다는 LG전자의 판단이다. 추가로 JDM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회심의 전략으로 보인다.

갤럭시A55 / 삼성전자
갤럭시A55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인 ‘갤럭시A·F·M’ 시리즈 일부 모델과 B2B용 노트북을 중국 윙텍, 화친 등과 JDM이나 ODM(제조자개발생산) 등으로 생산한다. 2019년까지 전체 생산물량 중 JDM 비중은 6%쯤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에선 ODM 방식이 일반적이다. 2021년 기준 세계에서 생산된 노트북 10대 중 7대 이상은 ODM 기업 콴타(Quanta, 58.9%)와 페가트론(Pegatron, 14.7%)이 담당했다.

콴타는 HP, 델, 도시바, 레노보 등이 고객사다. 애플 맥북의 조립업체로도 유명하다. 2022년 기준 매출은 52조8000억원에 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컴퓨텍스2023’ 기조연설을 통해 콴타를 자사의 AI 사업을 함께 할 주요 파트너로 소개하기도 했다. 2007년 에이수스(Asus)에서 분사한 페가트론도 2021년 54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기술 특화 제품에 강점을 보유했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자체 생산(인하우스) 대비 ODM 제품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JDM이 제조사와 주문자 양측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충족해 나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완성품 대비 품질이나 경쟁력이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JDM 방식은 중국 기업의 위협이 거센 스마트폰과 TV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창’과 ‘방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