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정신아 대표이사 선임을 공식화했다. 정 신임 대표는 경영 정상화와 함께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통합 조직을 꾸리는 등 조직 쇄신에도 변화를 준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반면 카카오 안팎에선 회복되지 않는 낮은 주가와 요원한 경영 정상화에 비판이 이어졌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 / 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 / 카카오

카카오는 28일 오전 제주도 카카오 본사에서 개최한 제 29기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정신아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정 대표는 이날부터 정식 대표이사로서 활동하게 된다. 임기는 2년이다. 카카오벤처스 대표였던 정 대표는 지난해 12월 카카오 대표로 내정돼 카카오 쇄신TF장,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전략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날 카카오 이사회는 법조계와 언론계, 자문사 출신으로 이사진을 구성키로 했다. 사내이사에는 권대열 카카오 CA협의체 ESG위원장, 조석영 CA협의체 그룹준법경영실장이 선임됐다. 사외이사에는 차경진 한양대 경영정보시스템전공 교수와 함춘승 피에치앤컴퍼니 사장이 됐다. 사법리스크 해소 등을 위한 위기 관리를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정신아 대표는 주총장에는 불참했다. 그는 서면을 통해 "사내외 기대와 주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겠다"며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기반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또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는 카카오의 주요 안건이 원만하게 통과됐다.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선 '낮은 주가'를 비롯해 카카오 전반적인 경영 쇄신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종가로 전일 대비 0.73% 내린 5만4400원으로, 올해 1월 6만1900원을 최고점으로 찍고, 계속 하락해 최저가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종목토론방에서 한 주주는 "주가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개선 방향성을 원하는데 그런 비전과 계획을 여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는 "국민주로 불리는데 정작 주총은 매번 제주도에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사법리스크, 인사 문제로 논란이 이어지며 주가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신임 대표가 직접 주주에게 이런 방향성을 설명해주길 기대했는데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카카오 종목토론방에는 카카오 계열사 인사를 두고 김범수 창업자의 회전문 인사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른 주주는 "김범수 창업자는 사명도 바꾼다는 각오로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계속해서 논란이 이는 인사를 내고, 이에 대한 사과도 전혀 없다. 주가 회복 의지는 없고, 검찰 수사 등 당장 닥친 위기만 일시적으로 모면하려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카카오 노조도 주총이 열리는 제주도 본사 앞에서 피켓팅 시위를 하는 등 그동안의 회사 경영 방식을 비판했다. 인사검증 부재, 불투명한 임원인사 등 제대로 된 인적쇄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카카오뱅크 먹튀 논란을 일으킨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 기술책임자(CTO) 내정을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연임 등이 강행된 것도 내부 직원들과 원만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 노조는 "임원 선임에 있어 회사의 사업적 특성, 조직 문화 등은 고려되지 않고 인맥 기반의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선임된 임원의 경영활동은 사업의 내실을 다지기보다 외형만 키우는 일에 집중돼 사실상 속빈 강정이 돼 거시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가 되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카카오 주총에선 이사 선임의 건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건, 정관 일부 변경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자기주식 소각의 건,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등 총 8개 의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