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판매한 유로 6 디젤 차량에서 엔진오일이 스스로 증가하는 결함이 나타나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자동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과 관련된 중대한 결함임에도 현대·기아차는 성능에 문제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싼타페와 쏘렌토, 투싼,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의 유로 6 신형 디젤 엔진을 탑재한 해당 차량 소유주들은 최근 해당 차종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과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에 엔진오일 증가 현상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엔진오일을 정상치로 넣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오일량이 스스로 증가해 측정 게이지의 최대치를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결함 의혹을 받고 있는 싼타페. / 현대자동차 제공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결함 의혹을 받고 있는 싼타페. / 현대자동차 제공
◆ 대책 없는 현대·기아차, 엔진오일 증가는 정상이다?

소비자들이 불안을 호소해도 현대·기아차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동호회와 지정 정비소 등에 비공식적인 해명 자료를 배포해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디젤 엔진오일 증가 관련 Q&A라는 문서에서 "유로 6 디젤 차량에서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이유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유해물질을 태우는 과정에서 일부 연료가 실런더 벽면을 타고 흘러 내려서 오일량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오일 증가는 단거리 주행 시 발생하므로 운전자 주행 환경에 따라 증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 "타사·외산 차량에서도 동일 시스템 적용 차량은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며 "이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를 위해 적용한 시스템의 불가피한 기술적 한계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가 쏘렌토 동호회에 배포한 문서. / 쏘렌토 동호회 제공
현대·기아차가 쏘렌토 동호회에 배포한 문서. / 쏘렌토 동호회 제공
현대·기아차는 "단순히 엔진오일량이 소폭 증가하는 것은 엔진의 기능과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시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현대·기아차 등 대다수 차량의 정비 지침서에 명시된 "엔진오일량이 최대치(F)를 초과할 경우 엔진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내용과 상반된다.

현대·기아차는 엔진오일 증가와 관련된 문제가 있을 경우 고객센터나 인근 정비업체에 문의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엔진오일 증가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관련해 마련된 지침은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비소를 찾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고객센터 관계자는 "디젤 모델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현상에 대한 본사의 지침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며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가까운 정비센터에 입고해 달라"고 말했다.

싼타페 동회회원 A씨는 "엔진오일 증가 현상이 있어 최근 현대차 블루핸즈 정비소를 찾았지만, 배출가스 저감장치로 인한 연료 유입은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엔진오일에 연료가 유입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싼타페 엔진오일 증가 결함을 신고한 게시물. /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캡처
싼타페 엔진오일 증가 결함을 신고한 게시물. / 자동차리콜센터 홈페이지 캡처
◆ 전문가들 "엔진 자체의 구조적인 결함 가능성"

현대·기아차 유로 6 디젤 차량의 엔진오일 증가와 관련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엔진 자체의 구조적인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10년차 자동차 정비사 B씨는 "보통 엔진은 사용할수록 열에 의해 오일량이 줄기 때문에 보통 엔진오일 교환 시 F선에 가깝게 맞춰 오일을 넣는다"며 "만약 F선을 넘으면 연료와 같은 이물질에 의해 증가했다는 증거다. 당장은 괜찮겠지만 노후화될수록 엔진이 파손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정비소를 운영 중인 25년차 정비사 C씨도 "자동차 정비를 배운 사람이라면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차량이 정상이란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벤츠나 BMW 등의 유로 6 디젤 차량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현대·기아차 엔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일부 디젤 차량의 엔진오일 증가 현상은 제조사의 명백한 결함일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회사 측이 하루 빨리 리콜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