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학 시험을 끝낸 2007년 말. 전주 출신의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TV로만 봤던 동대문을 직접 찾아갔다. 틈틈이 모은 10만원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샀고,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 전체 매출이 4만원에 그쳐 교통비도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여학생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쇼핑몰을 창업했다. 수년 뒤 이 여학생은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여성패션 브랜드 CEO가 됐다. 국내 여성의류 전문몰 '육육걸즈(www.66girls.co.kr)' 박예나 대표(25)의 성공 스토리다.


박예나 육육걸즈 대표. / 육육걸즈 제공
박예나 육육걸즈 대표. / 육육걸즈 제공
그간의 숫자만 봐도 육육걸즈는 거침없는 질주를 지속해 왔다. 박 대표의 쇼핑몰은 그녀가 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이미 연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2012년 연매출 100억원으로 치솟더니 지난해에는 5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전체 회원 수가 80만명에 달해 최근에는 동종 후발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박예나 대표는 "10년전 매출 4만원의 성적표를 받았을 때, 화가 나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 판매가 즐겁게 느껴졌다"며 "제 또래 친구에게 유용한 패션 콘텐츠를 전달하되 남들과 차별화할 방안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의 킬러 콘텐츠는 브랜드로 표현했듯 '66사이즈'의 여성의류였다. 다소 통통한 여성용 사이즈에 맵시까지 더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날씬한 모델 광고를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보통 소녀'들의 여심을 제대로 파고든 진솔한 마케팅이 또래에게 통한 것이다.

다만, 이런 틈새 전략은 어디까지나 옛일이다. 현재의 육육걸즈는 다양한 사이즈와 스타일로 10대부터 30대 이상 세대의 여성을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의 '롱런'은 물론, 세계 유수 SPA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변신이다. '66사이즈-10대소녀' 대신 '누구나'가 육육걸즈 브랜드를 관통하는 코드다.


박 대표는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주 60~70종에 달하는 신상품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디자인 수십여 종으로 한 계절을 꾸려가는 브랜드와는 출발지부터 다른 전략이다. 이런 신상품은 그 시기에 유행하는 최신 여성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육육걸즈 웹사이트 UI 화면캡처.
육육걸즈 웹사이트 UI 화면캡처.
박 대표는 "대형 SPA 브랜드보다 빠른 신상품 업데이트를 지향한다. 이 속도가 빨라야 브랜드 성장 속도에도 힘이 붙는다"며 "전담 팀을 통해 트렌드를 포착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규모가 훌쩍 커졌어도 박 대표 본인은 여전히 현장을 누빈다. 또한 매월 보름 이상은 포토그래퍼로 일하면서 의류 제작 계획을 세우고,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끝없이 쏟아내는 신상품 규모를 봤을 때 만만치 않은 업무량이지만 열정은 오히려 전보다 커졌다.

최근에는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www.cafe24.com)'를 통해 2015년말 구축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대만번체 전문몰에 유입되는 고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서울 상수동에 첫 오프라인 쇼룸을 열고, 해외 관광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글로벌 순항 비결은 간단하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의류 그대로의 경쟁력이 해외에서 통한 것이다. 빠른 배송 서비스와 언어별 SNS 마케팅 역시 한 몫을 했다. 대만에서는 현지 SNS 스타들이 잇따라 육육걸즈 의류를 팔로워에게 소개하면서 이슈몰이 중이다.

박 대표는 "우수한 K스타일 콘텐츠의 글로벌 파워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형 SPA 브랜드와 경쟁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새로운 가능성도 봤다. 각국 고객들과 패션의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