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을 찾아서] 전진홍 제이어스 대표 “유도탄 기술로 환자 동작 분석해 진단율 높였다”

입력 2017.05.01 09:04

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이들을 우리는 흔히 명장이라고 한다. 폭넓게 본다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혹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올곧이 제 한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는 이들이 있다. ICT분야의 기술 리더도, 키덜트 분야에서 섬세함을 펼치는 감성 리더도, 각 계 분야에서 열정을 펼치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X-ray 검사는 정적인 골격 정보만 보여주지만, 3차원 보행검사는 동적 균형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몸의 균형 조절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면 뇌신경과 근골격, 심혈관계 기능의 통합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전진홍(사진) 제이어스 대표는 최근 IT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환자 동작의 정확한 분석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상당수 의사들이 주로 개인의 경험을 근거로 환자를 관찰하는 데 그치고 있다며,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3차원 보행검사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3년 전 성남시에 스타트업인 제이어스를 설립한 벤처 CEO다. 부산을 주 무대로 활동하면서 3년간 총 4곳의 중소형 병원에 환자 동작을 분석하는 'Smart Balance' 장비와 환자 동작 데이터를 분석하는 '매트랩' 솔루션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이 진행하는 인공지능 기반 진료 시스템 구축 사업에 솔루션 일체를 공급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 대표는 미국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 과정을 전공하며 유도 미사일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관성센서를 주로 연구했다. 관성센서는 관성력을 측정하는 센서로 미세한 회전력이나 일정한 비율로 가속되는 힘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다. 그가 항공 분야 대신 의료 장비업계에 진출한 것은 관성센서를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박사 과정을 마치고 노스웨스턴 대학병원에 취직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우리들병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들병원에서도 3차원 보행 진단 분석 연구를 계속했고, 관련 기술이 충분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현재 시장에는 적외선 카메라를 활용한 3차원 보행 검사 장비가 주로 보급돼 있다. 이들 장비는 수십억원대 가격이라 규모가 작은 병원은 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환자가 옷을 벗고 몸에 센서를 부착한 채로 몇시간이 소요되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검사비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수준이어서 일반인이 검사를 받기에는 부담이 컸다.

반면, 제이어스가 개발한 'Smart Balance' 장비와 '매트랩' 솔루션은 기존 3차원 보행검사기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1억원대의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다. 적외선 카메라 대신 관성센서가 부착된 신발을 신고 러닝머신처럼 생긴 검사 장비 위를 몇분간 걷는 것만으로 모든 검사가 완료된다. 옷을 벗을 필요도 없고, 장비 부피도 작아 어디든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대표는 "대학 병원을 가보면 알 수 있지만 의사가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2~3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며 "이 짧은 시간에 의사들은 단순히 환자 눈으로 확인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제이어스의 3차원 보행검사기는 항공기나 유도 미사일을 제어하는 기술을 사람에 적용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2~3분 안에도 환자의 정확한 동작 상태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설립 후 3년간 영업활동에 집중하지 않은 이유는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초기 회사를 설립할 때는 관성센서를 활용한 3차원 보행 검사기가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국내 의료 시장의 높은 문턱을 직접 체험한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제품에 조금이라도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는 시장 진출 자체가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 대표는 "3차원 보행 검사기를 개발하고 몇몇 병원을 직접 찾아가 설명했는데 '을'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며 "신발을 신고 걷는 방식의 보행 검사기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제이어스가 만들어낸 것인데,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의사에게 이를 설득하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모든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당초 생각을 버리고, 제이어스의 3차원 보행검사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 몇몇 병원에만 시범적으로 솔루션을 공급해 신뢰를 얻는 작업을 집중했다"며 "최근에는 영국 정부로부터 사람들의 보행 패턴을 분석해서 특정 범죄인을 찾아내는 연구에 함께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부산시와 협력해 부산시 보건소에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외부 투자기관으로부터 1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아 3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기로 했다. 자금을 확보하면 올해말까지 영업을 강화해 총 30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계획이다.

전 대표는 "투자유치에 성공해 제이어스 장비 보급이 활성화되면 올해 안에 30만명에 달하는 환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축적된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서 다양한 진단 모델을 개발하고, 더 많은 의료 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공급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