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우월한 스펙을 뽐내는 프리미엄 TV와 플래그십(최상위 기종)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두 제품 모두 높은 스펙으로 나왔다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지만 제품가격은 상반된 추세를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가의 상징'인 프리미엄 OLED TV 가격을 최저 200만원대로 인하했다. 반면 갤럭시노트8·V30 등 가격은 전작 대비 꾸준히 비싸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갤럭시노트8은 100만원대 출고가 시대를 열었다. 소비자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제조사 가격정책의 속뜻은 무엇일까.

◆ 앞자리가 바뀌다…OLED TV '299만원'·갤럭시노트8 '109만원'

 삼성전자 QLED TV(왼쪽)와 LG전자 OLED TV. /삼성전자·LG전자 제공
삼성전자 QLED TV(왼쪽)와 LG전자 OLED TV. /삼성전자·LG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9월 QLED TV와 OLED TV의 할인 판매에 나섰다.

LG전자는 전국 판매점에서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기존 대비 20만원에서 60만원, 65인치 제품 가격은 99만원에서 170만원까지 할인 판매한다. 55인치 'OLED55B7' 모델 가격은 299만원이다. 4K 해상도의 OLED TV가 200만원대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를 내세운 삼성전자는 6일부터 기존 359만원에 판매했던 55인치 'QLED Q7'을 20만원 할인한 33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65인치 가격도 589만원에서 569만원으로 20만원 낮췄고 종전 사용하던 TV를 반납하면 별도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과 V30의 기본형 모델 출고가격은 전작 대비 역대 최고가를 찍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64GB)의 출고가격은 109만4500원이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중 역대 최고가다. LG전자 V30도 갤럭시노트8 대비 10만원쯤 저렴한 90만원대 후반으로 책정될 전망으로, V시리즈 역대 최고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 '점유율' 확대 노리는 TV-'플래그십' 수요 믿는 스마트폰

전자업계가 프리미엄 TV 대중화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가격 인하를 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수기를 맞아 TV 판매량을 극대화하면서 경쟁사 대비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7년 상반기 QLED TV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하반기 점유율 확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1500달러 이상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6.6%로 소니(36.1%), LG전자(27.8%)에 비해 뒤졌다. LG전자 OLED TV도 높은 가격 탓에 구매 심리를 자극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TV는 기술력에서 인정받고 있음에도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면서 "양사의 할인 판매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왼쪽)과 LG전자 V30. / 조선일보DB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왼쪽)과 LG전자 V30. / 조선일보DB
반면 스마트폰 가격 인상의 표면적 이유는 원가 상승이다. 제조원가에서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신제품 출시마다 AP를 교체하고 디스플레이를 키워 원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LCD(액정표시장치)보다 가격이 높은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도 제조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또 갤럭시노트8은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큰 6.3인치 슈퍼AMOLED(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세계최초로 1200만 화소 듀얼카메라를 장착해 성능을 향상시켰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출시한 제품 모두 당대 최고 사양이라는 점이 제품가격 인상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있지만, 원가 상승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이 낮다고 분석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몰린 대기 수요가 확고해 제조사가 TV 제품처럼 가격 인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통사의 보조금 지원 및 판매방식이 소비자에게 비싼 스마트폰 구매를 강요하고, 제조사들이 단가를 쉽게 올릴 수 있는 구조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할부를 24개월로 확정해 구매하다보니 50만원 중저가 폰과 100만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월 2만원 차이로 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국내 소비자는 비싼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유통구조와 판매방식 하에 있다"며 "(이 체계에서는) 역대 최고가인 갤럭시노트8의 흥행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