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반사(茶飯事)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뜻합니다. 일상에서 늘 있는 일들 말이지요.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사소한 현상도 저마다의 과학적 원리가 깃들어 있기 마련입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콜콜 따져보면 소소하지만 흥미롭게 생활의 지혜가 되는 과학 원리가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과학다반사'는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코너입니다. / 편집자주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분주히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항상 빼먹지 않고 오늘의 날씨를 확인합니다. 기상 정보에 따라 그날그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날씨를 확인하며 우산을 챙겨야 할지, 어떤 신을 신을지, 가벼운 겉옷을 걸쳐야 할지, 심지어 날씨에 따라 점심식사로는 뭐가 좋을지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합니다.

우주에서도 오늘의 날씨처럼 주목해야 할 기상 정보가 있습니다. 우주에는 대기가 없어 바람이 불지 않고, 무중력 공간에서 내릴 비도 없는데 무슨 기상 정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우주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작은 행성인 지구는 우주의 기상 상황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태양 표면에서 홍염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 /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태양 표면에서 홍염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 /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우주 기상 정보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태양의 활동입니다. 태양은 일단 크기가 아주 큽니다. 태양의 지름은 지구의 100배, 질량은 33만배에 달합니다. 태양이 품고 있고, 내뿜는 에너지도 엄청납니다. 46억년 전에 만들어진 태양은 앞으로 50억년은 더 지금의 건재함을 유지할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태양이 수소 핵융합으로 생산하는 막대한 에너지 중 지구에 도달하는 양은 전체의 22억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이는 지구상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지구가 태양의 활동을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태양은 중심에 있는 핵이 가장 뜨겁고, 빛나는 표면으로 갈수록 온도가 낮아집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바로 태양 표면 주변을 뒤덮고 있는 대기층인 '코로나'입니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6000도 정도지만,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도에서 500만도에 이르기도 합니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핵의 열이 순서대로 전달된다면 표면이 코로나보다 더 뜨거워야 합니다. 코로나의 온도가 표면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는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고에너지 입자와 다수의 방사선도 마구 내뿜습니다. 이렇게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덩어리를 마치 바람에 빗대 '태양풍'이라고 부릅니다. 평상시 태양풍이 지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지구는 마치 하나의 자석과 같은 성질을 띠고 있어 주변에 고유의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 자기장과 지구 대기가 태양풍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줍니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지면 얘기가 다릅니다. 태양 코로나는 간혹 큰 폭발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때 태양풍은 '태양폭풍'으로 돌변합니다. 강력한 태양폭풍은 지구 자기장을 교란하고, 지표면에 흐르는 지자기에 요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1859년 9월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는 태양폭풍에 의해 전기 공급 시스템이 일제히 마비되고 곳곳에서 화재 등 재해가 줄잇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당시 현상을 관측하고 기록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 '캐링턴 사건'이라고도 부릅니다. 우주 기상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캐링턴 사건이 현재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과거에 비해 전자기기 의존도가 높은 지금은 태양폭풍에 의해 입게 될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입니다. 극단적인 재난 발생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무선통신,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이 오작동을 일으켜 큰 사회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잠시 먹통이 되기만 해도 불편한 이들에겐 이 역시 재앙이나 다름없겠군요.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태양의 활동을 예의주시하며 우주 기상에 대한 연구와 대응 방안 수립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도 간혹 평소보다 큰 태양폭발이 관측되면 우주전파재난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비상체계를 가동합니다. 아직은 태양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단계지만, 태양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진다면 우주 기상 변화에 시기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치 비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외출 시 우산을 챙기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