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만 하더라도 TV나 모니터, 스마트폰 등의 화면은 네모지고 평평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화면이 휘어있거나 네모 형태가 아닌 디스플레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PC용 모니터가 대표적이다. 특히 화면이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있는 '커브드(curved) 모니터'는 고급형 모니터를 구분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정도다.

화면이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있는 ‘커브드 화면’은 고급형 대화면 모니터의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8월 출시한 49인치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CHG90’. / 최용석 기자
화면이 안쪽으로 오목하게 휘어있는 ‘커브드 화면’은 고급형 대화면 모니터의 중요한 선택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8월 출시한 49인치 커브드 게이밍 모니터 ‘CHG90’. / 최용석 기자
화면이 휜 커브드 디스플레이 시대가 열린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TV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선두기업들이 201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쇼)에서 일제히 화면이 둥글게 휜 '커브드 TV'를 선보이며 곡면 화면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해인 2016년부터 고급형 TV 시장에서 '커브드' 제품은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던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평면 제품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올해 커브드 TV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해외 브랜드도 평면 제품에만 집중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커브드 TV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부터 꾸준히 하락해 2018년 4.3%, 2019년 3.9%, 2020년 3.0%로 차츰 낮아질 전망이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수십 인치 단위의 큰 화면을 볼 때 시청자 기준으로 화면 중앙부와 가장자리 부위의 시야각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다. 시청자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는 화면이 화면과 시청자 사이의 거리를 항상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일정한 시야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TV라는 가전제품의 사용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TV는 거실에 설치되어 2명 이상의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커브드 화면은 정 중앙 정면에서 시청할 때에만 최적의 화면을 제공한다. 최적의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시청자의 수는 1명~2명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보면 일반 평면 화면보다 더욱 왜곡된 이미지를 제공한다. 여럿이서 함께 보는 TV라는 가전제품과 처음부터 궁합이 맞지 않는 기술인 셈이다.

커브드 화면의 단점은 PC용 모니터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PC용 모니터는 1명의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TV처럼 여럿이 동시에 다른 방향에서 시청할 때의 시야각 문제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

특히 수 m(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보는 TV와 달리 평균 1m 전후의 거리에서 보는 PC용 모니터의 경우 화면 크기가 커질수록 시야각 왜곡은 더욱 커진다. 그만큼 커브드 화면의 시야각 유지라는 장점이 극대화된다.

TV가 대형화되는 것만큼 PC용 모니터의 화면 크기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7인치도 큰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PC방에서도 30인치가 넘는 대형 모니터가 널리 채택되고 있다. 화면이 클수록 쾌적한 시야와 높은 가독성 및 몰입감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그 매력에 빠져들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니터 화면이 커질수록 화질 왜곡을 일으키는 시야각 문제도 덩달아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평면 화면으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시야각 문제없이 볼 수 있는 가장 큰 모니터 화면은 32인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상 크기의 화면에서는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시야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시야각으로 인한 화면 왜곡을 최소화하면서 화면 크기를 늘릴 수 있다. 또한, 화면이 사용자를 중심으로 둥글게 에워싸는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PC 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게이밍 PC' 시장에서 커브드 모니터의 수가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49인치 게이밍 모니터는 커브드 화면을 채택해 화면 크기로 인한 시야각 문제를 해결하면서 높은 몰입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여전히 평면 화면에 익숙한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화면을 조정한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화면이 오히려 낯설 수 있다.

하지만 30인치급 이상의 고급형 모니터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패널의 종류나 UHD 같은 해상도, HDR(High Dynamic Range, 화면의 명암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최적의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 같은 화질 개선 기술 외에도 커브드 화면의 적용 여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