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임 원장이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13일 취임식을 갖고 5대 원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야당은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관련 분야 비전문가로 평가받는 김 신임 원장 임명이 전형적인 보은성 인사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3년 전에도 그랬다.

김경진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김 원장은 전형적인 방송분야 언론인 출신으로 ICT, 정보보호 분야의 전문성은 전혀 증명된 바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 미디어 특보단 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여야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ISA 원장 임명을 두고 날을 세웠다. KISA 원장 자리는 전임 백기승 원장이 9월 11일 퇴임한 후 공석이었다. 10월 17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야당은 당시 한 달 넘게 KISA 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둔 이유가 하마평에 오른 김 후보의 전문성 검증을 피하기 위한 늑장 조치 아니냐며 공세를 펼쳤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감이 끝난 10일 김 신임 원장 임명을 공식 발표했다.

김 신임 원장은 부산 민영방송 KNN 대표, PSB부산방송 편성국장과 보도국장,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캠프 방송 분야 미디어특보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야당 지적대로 김 원장이 ICT나 정보보호 분야와 거리가 먼 경력을 보유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2009년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등 세 기관을 통합해 출범한 KISA는 줄곧 원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김희정 초대 원장부터 서종렬 2대 원장, 백기승 4대 원장까지 줄곧 정치인, 고위공직자, 대선 캠프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기주 3대 원장의 경우 옛 정보통신부 통신기획과장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김희정 원장은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종렬 원장은 성추문으로 1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기주 원장은 1년 임기만 채우고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3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명예 퇴진한 사례는 전임 백기승 원장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백기승 전 원장 사례를 비춰봤을 때 KISA 본연의 업무 관련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관련 정부부처 및 기관과의 원활한 업무 조율, 내부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주는 리더십을 갖춘 원장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KISA가 민간분야 정보보호를 총괄하는 기관인 만큼 대외활동과 홍보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적임자라는 관측도 있다. KISA는 내부적으로 비전문가 원장의 역량을 뒷받침해줄 정보보호 업계 전문가 출신 부원장을 별도로 임명한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전문성을 특정 분야 하나로 국한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임 백기승 원장은 9월 11일 퇴임을 사흘 앞두고 출입기자와 만나 "낙하산이라 불리며 KISA 원장으로 왔는데, 나 자신이 비전문가였기 때문에 도리어 다양한 시각으로 안 보이던 부분을 보고 해결한 문제도 적지 않다"고 술회했다.

여아간 공방이 치열하지만, 김 신임 원장의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이버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는 만큼 KISA의 역할과 위상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랜섬웨어, 지능형지속위협 공격 등으로 인한 피해가 민간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KISA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신임 원장의 전문성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김 신임 원장은 13일 취임사에서 "각 구성원이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전문가로 성장하면 할수록 개인의 성취가 커지는 것은 물론 KISA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의 취임 일성처럼 본인 스스로에게 KISA의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이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