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 기술의 출현으로 안전과 편의성에 대한 기본 개념이 바뀌고 있고 전기동력의 부상과 카셰어링의 등장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의 틀을 넘어선 넘은 다양한 관점의 '자동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C.A.S.E(Connected·Autonomous·Shared·Electric)'라는 메가 트렌드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각 자동차 회사의 연구 개발과 투자도 활발하다.

CES 2018 기아차 부스. / 기아차 제공
CES 2018 기아차 부스. / 기아차 제공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8에서도 미래 스마트 시티에서 자동차의 새 역할론이 부상했다. 사물과 사물을 네트워크로 묶는 것도 모자라 그 사이를 직접 이동하는 매개체로서의 자동차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는 뜻이다.

CES 2018에서 협업을 발표한 현대차와 시스코는 이더넷, 통합제어, 고품질 네트워크, 최적화 보안 등 자동차 내 네트워크(ICN·In Car Network)의 핵심기술을 공동 개발해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초연결(Hyper-Connection) 시대에는 엄청난 정보처리 능력이 필요하고 정보의 보안이 더욱 중요해진다. 현대차는 네트워크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해온 시스코를 초연결 시대의 파트너로 선정한 것이다.

CES 2018 현대차 부스. / 현대차 제공
CES 2018 현대차 부스. / 현대차 제공
시스코 역시 기존 네트워크 기술과 보안 노하우를 확장시킬 수단으로 자동차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 기업이 자동차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최소 수십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의 노하우를 따라잡기 힘들다.

엔비디아와 폭스바겐은 CES 2018에서 협업을 선언했다. 폭스바겐의 EV 브랜드 I.D.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기술 '드라이브 IX' 테크놀로지를 넣기로 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또 차량 공유업체 우버,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 자동차 부품기업 ZF에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드라이버 제비어(Driver Xavier)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허버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를 컨퍼런스에 초청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 / 엔비디아 제공
허버트 디에스 폭스바겐 CEO를 컨퍼런스에 초청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 / 엔비디아 제공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자율주행, 커넥티드, 인공지능이 자동차로 들어오면서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ICT 회사가 자동차 산업의 한축을 차지할 것이라는 견해는 상당한 설득력을 보였다. 실제로 ICT 회사들은 전기동력화로 구조가 간단해진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 보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이번 CES에 참가한 수많은 ICT 기업은 자동차 회사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소개하고, 협력을 구하고 있었다. ICT 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기 자동차 선구자를 자처했던 테슬라도 자동차 특유의 투자·개발 노하우가 부족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수년 간 ICT와 자동차는 누가 향후 산업의 패권을 쥘 것인가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CES 2018에서 두 분야는 경쟁이 아닌 본격적인 융합(컨버전스)시대로 돌입하려는 분위기가 목격됐다. ICT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이제 대결이 아닌 공존을 택하고 있다. 물론 양 측 모두 확실한 실력을 갖춘 업체들을 자신의 공존 파트너로 택할 것이다.

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