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이 4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2일(이하 현지시각) 폐막했다.
이번 CES 2018은 1년에 몇 차례밖에 비가 오지 않는 라스베이거스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개막일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개막 2일 차인 10일에는 주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가 두 시간쯤 정전으로 전시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러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CES 2018에 전시된 최신 IT 기술의 향연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18만명이 넘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했다. 이번에 최초 공개된 혁신 기술을 비롯해 작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관람객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스타트업의 제품까지 CES 2018에서 놓쳐선 안 될 베스트 제품 10가지를 꼽아봤다.
◆ 벽 전체를 TV로…삼성전자 146인치 마이크로 LED TV '더 월'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모듈러 TV '더 월'은 월스트리트저널(WSJ)·리뷰드닷컴·BGR·씨넷 등 주요 외신이 앞다퉈 CES 2018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했다. 마이크로 LED는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특성과 함께 크기와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이후 차세대 TV 소재로 평가받는다.
◆ 둘둘 마는 TV가 현실로…LG디스플레이 65인치 '롤러블' 디스플레이
돌돌 말았다 펴지는 LG디스플레이 롤러블(두루마리형) OLED 디스플레이도 최고의 제품으로 꼽혔다. 이 제품은 완전히 다 폈을 경우 16대9 화면비의 65인치 UHD TV로 변신한다. 디스플레이를 펴는 정도에 따라 영화 감상에 최적인 21대9 화면비가 되기도 하고, 사진이나 시간, 날짜 표기 등 생활 속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변신한다.
WSJ는 "어떤 사람들은 (더 월처럼) TV가 벽을 다 덮기를 바라지만, LG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TV를 사용하지 않는 때에 숨기고 싶은 사람의 꿈을 이룬 제품이다"라고 설명했다.
◆ 관람객 귀여움 한몸에…소니 로봇 강아지 '아이보'
CES 2018 관람객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소니 로봇 강아지 '아이보'였다. OLED로 제작된 양 눈은 사용자를 보는 듯 움직이며, 입과 귀 동작을 조합해 강아지 표정까지 재현한다. 꼬리와 발을 비롯해 22곳에 모터가 적용돼 엎드리기·앉기·웅크리기 등 실제 강아지와 흡사하게 움직인다.
이 제품은 14일 일본 시장에서 우선 판매되며 가격은 19만8000엔(198만원)이다. 월 정액제에 가입해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 초당 30조회 연산…엔비디아 자율주행 시스템 '자비에'
최근 CES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자율주행차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설계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첨단 IT 기술의 총아로 평가받는다. AI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가 선보인 '자비에'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AI 기능 구현을 위해 90억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가장 복잡한 시스템온칩(SoC)으로 CES 2018에서 주목받았다.
◆ '올웨이즈 온' 스마트폰 DNA를 PC에…레노버 '믹스630'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 업체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이 들어간 노트북도 화제였다. 레노버 '믹스630'는 2017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835를 탑재한 투인원 노트북이다.
◆ 아이에게 동화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고…링 '루카'
CES 2018에는 중국 로봇 기업의 약진이 돋보였다. 다양한 로봇이 눈길을 끌었지만, 그중에서도 링(Ling)의 아동용 로봇 '루카'는 부엉이를 본뜬 귀여운 외모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루카는 앞에 놓인 동화책을 스스로 인식해 아이가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화 읽어주는 로봇이다.
루카는 동화 읽어주는 기능 외에도 특유의 큰 눈을 이용한 다양한 반응형 동작으로 아이의 흥미를 끈다. 배를 쓰다듬으면 가렵다는 듯 키득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고, 루카를 잡고 흔들면 두 눈에서 다양한 사물 그림이 빙글빙글 돌다가 멈추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사물에 대한 단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뇌파 분석 기술 접목한 웨어러블 헤드셋…룩시드랩스 '룩시드 VR'
2016년 삼성전자, 2017년 구글에 이어 CES 2018 가상현실(VR) 부문에서 한 국내 스타트업이 혁신상을 받아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와 SK가 공동 육성한 룩시드랩스. 창업 3년째인 룩시드랩스는 세계 최초로 VR에 뇌파 분석 기술을 접목한 웨어러블 헤드셋 '룩시드 VR'로 CES 개막 전 사전 행사인 'CES 언베일드 라스베이거스'에서부터 큰 시선을 끌었다.
◆ 대세는 '뷰티테크'…그날그날의 피부 상태 알려주는 '하이미러'
IT 기술과 미용을 접목한 '뷰티테크' 관련 제품도 CES 2018 관람객을 시선을 사로잡았다. 뷰티테크 제품을 전시한 부스는 여성은 물론 남성 관람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이 중 대만 스타트업 하이미러가 선보인 '하이미러'는 사용자 피부 상태를 파악하는 카메라와 피부 분석 엔진을 바탕으로 문제점과 개선점을 알려주는 제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이미러는 평소에는 거울과 같은 모습이지만, 작동시키면 태블릿처럼 쓸 수 있다. 화장할 때 기기를 조작하려면 손이 더럽혀질 수 있기 때문에 동작 인식 센서로 손을 휘저으면 반응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 카메라로 사용자 얼굴을 촬영하면 피부톤, 주름, 모공, 주근깨, 홍반, 다크서클 등 그날그날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 알려준다. 축적된 사용자 피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부관리 팁을 제공한다.
◆ 난 손가락으로 통화한다…이놈들연구소 '시그널'
손끝을 귀에 대기만 하면 소리가 들리는 신개념 통화 기기도 CES 2018에 등장했다. 삼성전자 C랩에서 스핀오프한 이놈들연구소는 시계를 찬 손의 손가락을 귀에 대는 것만으로 편리하게 통화할 수 있는 '시그널(Sgnl)'을 선보였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 12월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200여개의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 "알렉사 비켜"…구글의 AI 정복 야심 '구글 어시스턴트'
AI 음성인식 플랫폼 대결도 CES 2018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작년 CES에서는 아마존 알렉사가 가전, 자동차, 액세서리 분야를 휩쓸었다면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구글이었다. 구글은 CES 2018 기간 동안 라스베이거스 전체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알리는 '헤이 구글' 광고를 내걸었다. 구글 부스는 CES 2018 개막 첫날 비록 비로 인해 문을 열지 못했지만, 비가 개인 다음 날 수많은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