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놓고 IT(정보기술) 업체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PC와 스마트폰을 거쳐 인공지능(AI) 음성 비서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의 인기가 급부상하며 눈으로 콘텐츠를 읽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다 오디오 콘텐츠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쉼없이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출퇴근 시간 꽉 막힌 도로 위나 러닝 머신 위에서 달릴 때 적합한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는 23일(이하 현지시각) 오디오북(듣는 책) 판매가 지난 3년 연속으로 매년 약 20% 증가했으며 2016년 기준 시장규모가 21억달러(2조2378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에디슨 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미국 사람의 약 16%가 스마트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고, 오디오북 사용자의 30%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뒤늦게 스마트 스피커 내놓는 애플, 오디오 콘텐츠 핵심 뉴스에 주목

아마존·구글·애플 등 IT 기업은 오디오 콘텐츠 중 특히 뉴스에 주목했다. 아마존이 2014년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처음 출시했을 때 음성 비서 '알렉사'의 첫 기능은 뉴스 읽어주기였다. 구글이 2016년 선보인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도 핵심 기능으로 뉴스 브리핑 서비스를 내세웠다. 뒤늦게 스마트 스피커 진입하는 애플 역시 뉴스를 핵심 기능으로 택했다.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 비서 ‘시리’를 호출하는 장면.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 비서 ‘시리’를 호출하는 장면. / 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애플이 24일 공개한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OS) iOS 11.2.5에는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 비서 '시리'로 뉴스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갔다. iOS 11.2.5는 2월 9일 출시될 스마트 스피커 '홈팟'을 지원하는 만큼 오디오 콘텐츠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iOS 11.2.5를 설치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시리야, 뉴스 읽어줘(Hey Siri, play the news)"라고 말하면 최신 뉴스가 흘러나온다. 명령어는 "무슨 뉴스가 있니(What's in the news)" 등으로 바꿀 수 있으며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기본으로 설정돼 있다. WP 대신 폭스뉴스, NPR, CNN 등으로 뉴스 출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서비스는 애플 팟캐스트 앱을 통해 지원되므로 애플 워치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며, 미국・영국・호주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등장하면서 뉴스 브리핑은 음성 기반 인공지능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 구글의 오디오북 서비스, 아마존 아성 넘을까

구글은 23일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통한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은 말 그대로 책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책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한국어 등 9개 언어를 지원하며 한국을 포함한 45개국에서 서비스한다.

구글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디오 북 서비스는 안드로이드, iOS, 웹이나 구글 홈, 구글 어시스턴트가 포함된 기기에서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안드로이드 휴대폰이나 구글 홈에 "오케이 구글, 내 책 읽어줘(Ok Google, read my book)"라고 말하면 오디오 북 콘텐츠를 귀로 들을 수 있다.

구글은 "구글 홈으로 듣던 책을 픽셀 스마트폰은 물론 크롬캐스트・안드로이드 웨어에서 연결해 들을 수 있어 하루 종일 책을 읽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24일 시작한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도서 목록. / 구글플레이 갈무리
구글이 24일 시작한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도서 목록. / 구글플레이 갈무리
구글플레이 오디오북의 강점은 전 세계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 오디오북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구글은 정기구독이 아닌 각각의 책을 구입해 오디오북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오디오북을 구매하기 전 미리 오디오북 일부를 들어볼 수 있다.

이는 오디오 콘텐츠 선두주자 아마존을 의식한 조치다. 아마존은 2008년 오디오북 제작업체 오더블(Audible)을 인수했다. 오더블은 기본적으로 정기구독 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다 아마존은 자사 서비스 아마존 뮤직 외에 판도라, 스포티파이, 아이하트라디오 등 음악・오디오북 서비스 업체와 협력했다. 아마존은 2017년 4월 오더블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고 WP・뉴욕타임스(NYT)・포브스 등 기존 매체의 뉴스 들려주기 서비스도 시작했다.

더버지는 "구글은 첫 번째 오디오북을 구입할 때 5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아마존과의 경쟁을 시작했다"며 "오디오북이 구글・애플・아마존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