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세단 제품도 여전한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2017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SUV가 아닌, 정통 세단인 현대차 그랜저다.

세단은 승차감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차량 형태로, 4개의 문으로 이뤄진 승객석과 독립 공간으로 분리된 트렁크, 앞쪽의 엔진룸으로 구분된다. 4인 가족이 타기에 무난한 크기이며, 짐도 꽤 많이 실리는데다, 차체가 미끈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입차도 세단이 최다 판매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지난해 엎치락 뒤치락 경쟁하며, 시장을 이끌어 왔다. 이들 브랜드가 2017년 이룩한 연간 6만대(벤츠 6만8861대, BMW 5만9624대)의 기록은 세단 제품군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독일계 세단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저마다의 가치를 뽐내며 도전하고 있는 것. 독일 세단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싶은 비독일계 세단 3종을 모아봤다.

◆ 아메리칸 프리미엄의 미래, 캐딜락 CT6 터보

캐딜락 CT6는 현재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형 세단으로, 기존 3.6리터 엔진과 사륜구동 버전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2.0리터 터보차저와 후륜구동 조합인 CT6 터보를 2017년 9월 추가했다. 가벼운 무게와새로운 동력계 등으로 역동적인 성능과 함께 연료효율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캐딜락 CT6 터보. / 캐딜락 제공
캐딜락 CT6 터보. / 캐딜락 제공
CT6에 장착된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69마력, 최대토크 41㎏·m을 낸다. 비슷한 크기의 엔진을 장착한 경쟁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들보다 높은 주행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넓은 기어비와 향상된 효율성을 자랑하는 하이드라매틱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이를 통한 연비는 복합기준 10.2㎞/ℓ다. 길이는 5185㎜로 비슷한 가격의 독일계 중형 세단보다 훨씬 넉넉하다. 덕분에 실내가 넉넉해 훌륭한 수준의 레그룸 공간을 확보했다.

CT6부터 채택된 캐딜락의 '퓨전 프레임' 차체는 혁신적인 경량화가 특징이다. 5m가 넘는 육중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CT6의 무게는 1735㎏에 불과하다. 역시 크기가 작은 독일계 중형 세단 수준이다. 여기에 강성 확보를 위해 접합 부위를 최소화하고, 13번의 고압력 주조가 이뤄지는 다이캐스팅 알루미늄 공법을 적용했다. 차체의 64%에 이르는 부분이 알루미늄이며, 강성과 소음 저감이 요구되는 부위에는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

디자인은 그동안의 어떤 캐딜락 디자인보다 강렬하다. 먼저 캐딜락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직 시그니쳐 라이트와 낮고 넓게 디자인된 방패모양의 그릴이 인상적이다. 실내는 가죽, 원목, 카본 등 고급 소재를 활용했다.

캐딜락 CT6 터보 실내. / 캐딜락 제공
캐딜락 CT6 터보 실내. / 캐딜락 제공
리어 카메라 미러는 풀 컬러 디스플레이를 적용, 300% 넓은 시계를 자랑하며, 360도 서라운드 비전, 울트라뷰 선루프, 자동 주차 기능, 코너링 램프, HMI 터치패드 등을 채용했다. 여기에 전방보행자감지기능, 저속자동제동, 차선유지 및 이탈경고, 사각지대 경고 등이 포함된 첨단 안전시스템, 드라이버 어웨어니스 패키지도 훌륭하다.

가격은 6980만원이다. 7000만원이 넘는 동급 독일 프리미엄 중형 세단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 강력한 효율성을 지닌 디젤 세단, 푸조 508

푸조 508은 PSA그룹의 세계화 비전에 맞춰 만들어진 세단으로, 우아한 디자인, 역동적인 성능, 탑승자를 위한 편의장치를 추구한다. 먼저 유로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하는 PSA그룹의 블루HDi 1.6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m의 힘을 낸다. 6단 자동변속기 EAT6를 맞물려 복합 기준 13.8㎞/ℓ(도심 12.8㎞/ℓ, 고속도로 15.2㎞/ℓ)의 연비를 확보했다.

푸조 508. / 푸조 제공
푸조 508. / 푸조 제공
배출가스 줄이기 위해 채택한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선택적환원촉매시스템)과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디젤 입자 필터) 기술은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줄인다. 미세 입자 제거율은 99.9%이다.

여기에 스톱&스타트 시스템으로 효율을 끌어올렸다. 차가 멈춰섰을 때 엔진을 자동으로 정지하고, 움직이면 다시 시동을 거는 시스템이다. 정차 시 불필요한 연료소비를 막기 때문에 15%의 연비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

푸조 508 실내. / 푸조 제공
푸조 508 실내. / 푸조 제공
508의 외관은 푸조 정체성과 세련된 디자인 요소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직선으로 뻗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프론트 엔드 디자인, 콤팩트한 풀 LED 헤드라이트로 날렵한 인상을 준다. 그릴 중앙의 푸조 엠블럼으로 균형미를 나타내고, 주변을 크롬으로 둘러 고급스러움을 냈다. 보닛에서 후면까지 이어지는 유려한 보디 라인은 입체감이 느껴지는 트렁크 상단으로 이어진다. 리어램프는 푸조 상징인 사자의 날카로운 발톱을 형상화했다.

가격은 3999만원, 국내에서는 508 1.6 단일 차종으로 운영된다.

◆ 안전과 효율 그리고 북유럽 디자인, 볼보 S90

볼보 S90은 1998년까지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래그십이었으나, S80에 자리를 내주고 단종됐다. 그러다 2016년 새 S90이 등장, 포드 EUCD 플랫폼 위에 설계됐으나 작고 낡았다는 평가를 받은 S80을 밀어내고 플래그십 지위를 회복한다.

볼보 S90 인스크립션. / 볼보차 제공
볼보 S90 인스크립션. / 볼보차 제공
중국 지리자동차 인수 이후 풍부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해 만들어낸 전륜구동 플랫폼 기반의 FF-모듈러 플랫폼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차체를 낮고 넓고, 길어 보이게하는 볼보차의 시그니처 비율을 가미했다. 대담하고 강인한 직선형 디자인, 유려한 쿠페 스타일, 입체적인 프론트 립 등이 조화를 이뤄 역동적이면서도 스포티한 감성을 낸다.

실내는 가로로 곧게 뻗은 직선형의 대시보드가 인상적이다. 시각적으로 넓은 공간감을 낸다. 천연 우드트림과 나파 가죽 등의 천연소재로 마감했으며, 실용적인 북유럽 디자인이 적용됐다.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사운드 시스템으로 스웨덴 예테보리 콘서트홀의 음향 기술을 그대로 재현했다.

볼보 S90 인스크립션 실내. / 볼보차 제공
볼보 S90 인스크립션 실내. / 볼보차 제공
안전의 볼보 답게 안전장비 또한 빠짐없다. 전 트림에 장착하는 부분자율주행기술 파일럿 어시스트 II(Pilot Assist II)는 안전벨트를 메고, 시속 15㎞ 이상, 선행차가 감지되면 활성화된다. 스티어링 휠 좌측 버튼을 통해 속도와 차간거리를 정하면 차로 중앙을 유지하면서 스티어링 휠에서 얹은 손의 힘을 빼고,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알린다. 단, 손을 완전히 떼면 기능은 해제된다. 여기에 전방의 위험상황이 감지되면 차를 자동으로 멈추는 시티세이프티, 주차보조 장치인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고화질 360도 카메라 등도 갖췄다.

국내는 디젤 D4와 D5 AWD, 가솔린 T5가 판매된다. 볼보의 새 동력계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모두 2.0리터 4기통 엔진으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합한다. S90 D5 AWD의 경우 파워펄스 기술을 채용해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m를 낸다. T5는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m의 성능을 확보했다.

크기는 길이 4965㎜, 너비 1880㎜, 높이 1445㎜, 휠베이스 2941㎜로, 꽤 넉넉한 편이다. 디젤 D4의 연료효율은 14.0㎞/ℓ(복합), D5 AWD는 13.2㎞/ℓ(복합)다. T5는 복합 기준으로 11.0㎞/ℓ다.

가격은 D4 5990만~6690만원, D5 AWD 6790만~7340만원, T5 6490만~719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