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평창 하늘 수놓은 '드론 쇼' 역사와 미래

입력 2018.02.12 17:52

2월 9일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19일간의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전 세계 93개국 선수 2925명이 참가, 306개 메달을 놓고 경합을 벌입니다. 개막식은 선수와 참가자를 한데 모으는 화합과 평화의 무대로 꾸며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화려한 '드론 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단연 화제였습니다. IT 기업 인텔이 만든 소형 드론 '슈팅 스타' 1200여대는 평창 밤하늘을 누비며 올림픽의 상징 오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스노보드 선수 형상을 재현했습니다.

인텔 CES 2016 오케스트라 공연. / 인텔 유튜브 갈무리
드론 쇼의 역사는 2016년쯤, 드론의 활용 가능성이 조금씩 현실화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텔은 2016년(이하 현지시각) 미국 CES 2016 현장에서 슈팅 스타 100대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펼쳤고, 2016년 11월에는 드론 동시 제어 대수를 500대로 늘렸습니다.

2016년 2월 프랑스 드론 제조사 패럿 역시 2016 영국 드론쇼에 참가, 드론 단체 비행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패럿 비밥 드론 10여대가 정해진 코스로 군집 운행하던, 비교적 단순한 소규모 기술 시연이었으나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중국 드론 제조사 이항은 인텔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사가 번갈아 '드론 군집 비행' 부문 기네스북을 갈아치웠기 때문입니다.

2017년 2월 이항은 중국 광저우시에서 소형 드론 '고스트 2.0' 1000대를 활용한 드론 불꽃놀이 쇼를 선보였습니다. 이에 맞서 인텔은 2017년 2월 미국 최대 규모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에 인텔 슈팅스타 드론 300대를 투입, 팝 가수 레이디가가의 공연에 힘을 보탰습니다.

이항 광저우 드론 쇼 현장 장노출 사진. / 이항 홈페이지 갈무리
2017년 12월 이항은 중국 광저우 포춘 글로벌 포럼을 기념하는 드론 쇼를 선보였습니다. 이때 이항 고스트 2.0 드론 1180대를 사용했는데, 이들을 제어한 것은 단 한 대의 컴퓨터였다고 합니다.

2017년 12월 20일 카타르 국경절 기념행사를 빛낸 300대 규모 드론 쇼는 싱가포르 드론 스타트업 스카이매직의 작품입니다. 스카이매직은 드론 기술보다는 색채와 구성 등 콘텐츠 그 자체의 개성을 살려 공연을 펼쳤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펼쳐진 드론 쇼는 기존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입니다. 훨씬 많은 수의 드론이 더욱 복잡한 형상과 움직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일견 간단해 보일지 모르나, 드론 쇼는 첨단 IT 기술의 집결체입니다.

먼저 드론이 자신의 위치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정밀한 '기압계', '고도계'가 장착됩니다. 비행 속도와 방향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모터', 균형을 맞추는 PID(Proportional, Integral, Differential) 제어 및 기계 동작을 관장하는 '메인 보드'는 기본입니다.

수백대의 드론이 동시 비행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기 쉽습니다. 바로 사고로 이어지겠죠? 이를 막는 것이 '장애물 감지 센서'입니다. 구동 방식, 부피에 따라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장애물 유무와 거리를 분석하는 비전 센서, 반향을 활용하는 음파 센서로 나뉩니다.

드론의 비행 안전성을 확보하면, 이들에게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릴 '관제 센터'가 마련돼야 합니다. 드론의 움직임을 동시에 제어하는 한편 비행 위치와 이동 경로를 지정하는 역할을 하니까요. 관제 센터의 명령을 착오 없이, 빠르고 균일하게 전달할 '통신' 기술도 아주 중요합니다.

영화 ‘원더우먼’ 로고를 드론 쇼로 구현한 모습. / 인텔 제공
드론 쇼는 '엔터테인먼트·콘텐츠' 부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CES 2016 이후 미국 코첼라 밸리 음악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콘서트 현장에서 드론 쇼가 활용됐습니다. 음악에 맞춰 군집 비행하며 형상과 문자를 만드는 드론 쇼는 어떤 콘서트에서든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드론으로 가수 얼굴 형상이나 상징 문자를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파나소닉은 드론과 풍선을 결합한 '벌룬 캠'을 제작, 스포츠와 공연 실황 중계에 응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원더우먼' 개봉 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은 밤하늘에 뜬 원더우먼 로고와 캐릭터 형상을 목격했습니다. 인텔과 워너브라더스가 손잡고 진행한 '영화 마케팅'의 일환이었지요. 이항의 '드론 불꽃놀이 쇼'는 중국 언론으로부터 '화약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소요 비용도 적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드론 쇼에 적용된 기술은 영화에서나 보던 '드론 택시'를 현실로 이끌 전망입니다. 사람 없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론 택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돌 및 사고 방지'입니다. 이를 최대한 줄일 자세 제어·장애물 감지·회피 기술 노하우를 드론 쇼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수백~수천대의 드론을 군집화,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및 관제 기술은 드론 택시 항로 구축을 도울 것입니다.

반면, 드론이 넘어야 할 산도 높습니다. 드론 쇼를 비롯한 드론 기술이 더 많은 곳에 쓰이려면, 갑자기 나타나는 새 등 돌발 상황과 돌풍을 비롯한 기상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 쇼가 현장 생중계가 아닌, 녹화 방송으로 대체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추운 날씨에는 드론의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져 이상 동작하거나 고장, 추락하는 일이 잦습니다. 장애물 감지도 아직까지는 부피가 큰 것만 파악하는 수준이어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업계는 이 한계를 넘기 위해 기기와 소프트웨어 기술 향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드론 제조사뿐 아니라 광학·통신·반도체 업계도 힘을 모으는 형국입니다.

광학 업계는 고정밀 카메라와 이미지 분석을 활용한 장애물 감지 및 회피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통신 업계는 드론 비행 안정성을 높일 대용량 데이터를 순식간에 주고받는 5G 통신망 및 관제 센터를 마련했고요. 반도체 업계는 드론 부피를 줄이고 비행 성능은 높일 메인 보드를 내놓았습니다.

화려한 드론 쇼의 이면에는 이처럼 많은 기술과 가능성이 숨어있습니다. 1년이 길다는 듯 빠르게 발전하는 드론 기술이 상상 속 세계를 현실로 이끌 날도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