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개막한 2018 제네바모터쇼의 화두는 지난 몇년간과 마찬가지로 C·A·S·E(Connected·Autonomous·Sharing·Electrification)다. 연결성(커넥티드), 자율주행(오토노머스), 공유(셰어링), 전동화(일렉트리피케이션)가 현재 자동차 업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방향성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모든 자동차 회사는 이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C·A·S·E를 강조한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 / 제네바=박진우 기자
C·A·S·E를 강조한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 / 제네바=박진우 기자
그리고 이런 변화는 꽤 그럴싸한 현실이 돼가고 있다. 보다 진보한 자율주행 시스템이 모터쇼 곳곳을 수놓았고, 자동차와 사물, 사람, 도로, 자동차를 잇는 C2X(Car-to-X) 기술도 결코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자동차 회사는 단순 개발, 생산, 판매를 벗어나 개개인의 이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로의 변모를 꾀했으며, 여러 셰어링 솔루션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이 모든 기술들은 전동화의 토대 위에 세워지고 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2050년 세계 인구의 약 7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고, GDP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만들어 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도시 이동성은 주요 화두로 떠오를 것이 분명한데, 도시화로 인한 공기질 악화와 혼잡한 도로, 낙후된 인프라 등은 곧 마주하게 될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모터쇼 현장에서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폭스바겐그룹은 이동성을 재정의하고, 사람이 운전과 완전히 이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뮐러 회장 뿐아니라 모터쇼에 나타난 많은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동차 회사의 생존을 담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권은 C·A·S·E에 달려있으며, 어느 누가 착실히, 또 완벽하게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르노 이지-고. / 제네바=박진우 기자
르노 이지-고. / 제네바=박진우 기자
이런 관점에서 결국 산업의 주도권은 현재의 거대 자동차 회사일 확률이 높다.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충분한 자본을 갖고 있어 기술 전환이 지체없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력이 되지 않는 회사는 그대로 시대 흐름에 뒤처지거나 따라가도 더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활용 가능한 자원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가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쌍용차가 그래보였다. 여러 자동차 회사가 오지도 않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애를 쓰고 있을 때, 쌍용차 콘셉트카 e-SIV는 겨우 2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이제는 업계에서 커넥티드로 대체된 용어인 텔레매틱스를 이야기 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양산 전기 SUV인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를 모터쇼에 소개했으나, 쌍용차는 2020년에나 전기차 양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쌍용차 콘셉트카 e-SIV. / 쌍용차 제공
쌍용차 콘셉트카 e-SIV. / 쌍용차 제공
반대로 도요타는 앞으로 유럽에서 디젤차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넘어 도요타가 가진 자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수십년간 축적해온 도요타의 자본은 지금 당장의 캐시카우인 순수 내연기관차를 만들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내연기관에 기반한 하이브리드카의 판매를 유럽 내에서 늘린다는 복안이다.

향후 10년간 무려 45조원을 쏟아붓겠다는 폭스바겐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자본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돈을 끌어 모을 방법은 충분하다. 폭스바겐그룹은 미래 기술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내연기관차는 물론, 다양한 동력계의 전개로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동력원의 멀티 전개를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이 돈을 다시 기술에 투입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게 폭스바겐그룹의 의도다.

아우디와 에어버스가 공동 개발한 플라잉카. / 제네바=박진우 기자
아우디와 에어버스가 공동 개발한 플라잉카. / 제네바=박진우 기자
그렇게 본다면 이번 제네바 모터쇼에서 모든 자동차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결국 매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하다. 미래로 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선 내연기관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C·A·S·E는 이미 현실의 것이 될 정도로 기술의 농축과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현실적인 문제, 즉 자금이 있고 없느냐가 미래를 가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이 과정에서 각 자동차 회사의 '현재' 전략은 무엇인가? 물어 따지지 않을 수 없었던 2018년의 제네바모터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