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4월 3일(이하 현지시각)까지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 주주 총회(4월 5일)가 열리기 전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것으로, 미국 정부가 우려하는 보안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12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이날 퀄컴 주주 총회를 이틀 앞둔 4월 3일까지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애초 본사 이전 계획일로 잡았던 5월 6일보다 이른 시기로 일정을 앞당기며 퀄컴 인수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걷어낸다.

싱가포르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 이미지. / 브로드컴 페이스북 갈무리
싱가포르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 이미지. / 브로드컴 페이스북 갈무리
브로드컴은 본래 미국 기업이었지만, 2016년 싱가포르 반도체 회사 아바고가 브로드컴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싱가포르계 회사로 변했다. 브로드컴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국제 본부가 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퀄컴 인수 의사를 밝히기 전인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브로드컴은 2017년 11월 6일 퀄컴에 인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이 퀄컴의 기업 가치를 과소평가했다"며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브로드컴은 2월 초 인수 금액을 상향 조정했지만, 퀄컴은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를 막기 위해 NXP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후 브로드컴은 인수 금액을 다시 낮췄다.

미국 정부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 5일 퀄컴에 주주총회를 한 달 뒤로 미루라고 명령했다. 퀄컴 주주총회는 6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퀄컴은 CFIUS의 권고로 4월 5일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퀄컴은 이날 브로드컴이 추천한 이사회 인사 6명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만약 퀄컴 주주총회에서 브로드컴 추천 인사를 받아들일 경우 브로드컴은 퀄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열린다.

브로드컴은 성명서를 통해 "이전에 발표한 본사 이전 계획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브로드컴은 본사 이전을 완료하기 전 퀄컴을 인수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미국은 국가 안보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