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할인이 만연하다 보니, 소비자의 신차 구매 시기도 전략적인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나온 지 얼마 안된차를 할인도 안보고 덜컥 샀다간 의외의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먼저 사면 호갱님, 할인까지 기다리자"는 기류가 수입차 소비의 전반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GT. / 박진우 기자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GT. / 박진우 기자
17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4월 8일 재출발을 알렸던 중요 모델인 파사트GT를 1000만원쯤 할인하기 시작했다. 출시를 알린지 두달만의 일이다. 파사트 GT의 가격은 기본형인 2.0 TDI가 4320만원, 2.0 TDI 프리미엄 4610만원, 2.0 TDI 프레스티지 4990만원,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5290만원으로, 1000만원 정도 할인하면 3320만~4290만원의 가격이 형성되는 셈이다. 이는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 경쟁모델의 대대적인 할인에 밀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수입차 할인은 본래 출시된지 오래된 차나 재고가 쌓여있는 차를 위주로 펼쳐지기 마련이다. 모델 변경 시기에 기존의 차를 빨리 내보내야 새 차 판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재고품의 경우 가지고 있을수록 보관료 등 유지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할인을 해서라도 판매한다. 이는 국산차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신차 할인은 일반적이지 않다. 보통 신차는 소비자의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할인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판매량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파사트 GT 같은 전략 차종은 더욱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 이번 '출시 직후 할인'은 이런 이유에서 일상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폭스바겐은 2월 15일부터 정식계약에 들어갔기 때문에 할인 전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가 존재한다. 그 숫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이들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책은 회사 측이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제값을 주고 산 소비자는 보유 중인 차가 대대적인 할인에 들어가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제값을 줬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비싸게 샀다'는 인식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출시 된지 얼마되지 않은 차라면 더더욱 그렇다. 보유 중인 차를 바로 되팔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유 기간 내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지게 된다.

게다가 이런 식의 할인은 향후 판매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미 할인 판매에 대한 내성이 생긴 소비자가 '제값'에 차를 살리가 만무해서다. 할인의 악순환이 생성되는 것이다. 그 사이 판매사나 영업사원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가격 정책의 일관성이나 전략에도 나쁜 기류가 형성된다.

할인을 아예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수익만큼 중요한 것이 '판매량'이기 때문이다. 즉 신차라도 할인을 할 수밖에 없는 건 판매량을 위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또 시장경제 구조에서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경쟁을 위해선 할인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이 구도 안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가야 한다. "신차는 무조건 할인을 기다려라"는 새 소비 트렌드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차 관계자는 "예나 지금이나 수입차는 '제값주고 사면 바보'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소비자는 소비자들끼리 어떤 브랜드의 어떤 차를 할인 받을 수 있는지, 딜러(영업사원)와의 협상법 등의 정보를 공유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할인견적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나타나는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며 "결국 나온지 얼마 안되는 신차까지도 큰 할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