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ès・32) 마운트곡스(Mt. Gox) 전(前) 최고경영자(CEO)가 4년 만에 정규직 일자리를 얻었다. 2014년 2월 마운트곡스 파산 신청을 한 뒤, 암호화폐(가상화폐) 업계에서 가장 큰 악당으로 여겨지던 그가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마운트곡스는 2014년 기준 비트코인 거래의 75%를 담당하던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다. 하지만 마운트곡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비트코인의 위험성이 부각됐고 결국,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2013년 1000달러(107만7000원)를 넘어섰던 비트코인은 마운트곡스의 파산 신청 이후부터 2017년 가상화폐 열기가 되살아나기까지 폭락을 거듭했다. 그렇게 카펠레스는 짧은 가상화폐 역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인생 2막 시작한 마운트곡스 前 CEO

카펠레스는 3월 일본 도쿄에서 미국 경제지 포천과 만나 "1~2년 안에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정규직을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카펠레스는 2015년 8월 마운트곡스 시스템에 접근해 잔액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1년 남짓 징역형을 살다 2016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카펠레스는 또다시 수감될 가능성이 있다.

마운트곡스는 현재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여기다 일본 도쿄에서 카펠레스에 대한 형사재판이 2017년 7월 시작됐다. 프랑스 국적의 카펠레스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일본을 떠날 수 없다. 그는 9년째 일본에 살고 있다.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ès・32) 마운트곡스(Mt. Gox) 전(前) CEO가 비트코인 상징을 들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ès・32) 마운트곡스(Mt. Gox) 전(前) CEO가 비트코인 상징을 들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카펠레스는 1월 가상화폐 세계로 돌아왔다. 그는 마운트곡스 파산을 신청한 뒤 암호화폐와 관련이 없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 네트워크 통신, IP 서비스 등 4~5개의 서로 다른 IT 컨설팅 업무를 넘나들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기업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London Trust Media)'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한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의 이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료 가상사설망(VPN) 서비스 제공 회사다.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는 가상화폐 지캐시(Zcash) 초기 투자자로, 최근 암호해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포천에 따르면 카펠레스는 처음에 "암호해독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포천이 그가 올린 링크트인을 증거로 내밀자 최근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 CTO가 현재 나의 주된 직업이다"라고 인정했다. 마운트곡스 CEO로 겪은 일련의 일들 때문에 그가 암호화폐 세계에 다시 발 디뎠다는 사실 자체를 밝히는 것까지 꺼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앤드루 리(Andrew Lee)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카펠레스는 실패를 겪었지만, 그가 가진 기술・경험・노하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비난을 받는 노련한 전사를 데려와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카펠레스는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카펠레스는 "최근 가상화폐 세계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캐시로 양극화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의 운명은 암울하다(doom)"며 "통화의 미래라는 애초의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 프랑스 청년, 9년째 일본 거주...1년 남짓 타향서 옥살이

20대 청년이던 카펠레스 사건을 제대로 보려면 2014년 발생했던 사건을 되짚어봐야 한다. 마운트곡스는 2014년 2월 28일 일본 법원에 고객이 맡겨둔 비트코인 75만개와 마운트곡스 소유의 비트코인 10만개 등 총 85만개의 비트코인이 해킹으로 없어졌다며 파산 신청을 했다. 비트코인 85만개는 당시 전체 비트코인 발행량의 7%로, 당시 시세로 4억7300만달러(5094억2100만원)에 달했다.

파산 신청 후 정확하게 일주일 뒤인 2014년 3월 7일 마운트곡스는 휴먼 계좌에 저장돼 있던 비트코인 20만개를 발견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비트코인 65만개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발생했다.

당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마운트곡스가 2014년 2월 초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DDoS, 디도스) 공격을 당했고, 그동안 해커가 비트코인을 훔쳐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2015년 4월 일본 경찰은 카펠레스가 마운트곡스 거래 시스템을 조작해 이용자들이 예치한 비트코인 잔액을 부풀린 혐의로 카펠레스를 체포했다. 이 때문에 그는 1년 남짓 감옥살이를 했고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마운트곡스가 파산한 이유가 해킹 때문인지 아니면 내부조작 때문인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카펠레스는 횡령 및 신뢰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이 2017년 7월 26일 마운트곡스 파산과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남성 알렉산더 비닉(Alexander Vinnik・38)을 그리스에서 체포하면서 카펠레스의 재판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소 'BTC-e' 운영자로 알려진 알렉산더 비닉은 마운트곡스가 도난당한 비트코인 중 53만개를 다른 거래소를 통해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BTC-e는 마운트곡스가 설립된 지 1년 후인 2011년 가을 설립됐다. 미국 연방 검찰은 마운트곡스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10건 중 9건을 BTC-e 훔친 것으로 파악 중이며 알렉산더 비닉 외에 5명을 기소했다.


2014년 2월 마운트곡스 파산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전 CEO. / CCTV 갈무리
2014년 2월 마운트곡스 파산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전 CEO. / CCTV 갈무리
포천은 "알렉산더 비닉이 체포되면서 카펠레스가 그동안 주장하던 무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카펠레스는 그동안 "해킹으로 인해 마운트곡스 채권자가 희생됐으며 나 역시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 "10억달러도 싫다. 엔지니어로 살 것"

마운트곡스가 파산 신청 당시 20% 하락해 483달러(52만원)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치는 2년 반 만에 뛰어올랐다. 이에 2017년 12월 기준, 마운트곡스가 보유한 비트코인 20만개의 가치의 총합은 44억달러(4조7388억원)로 치솟았다. 2014년 2월 파산 신청 당시 피해 금액의 약 10배에 해당한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3월 7일 "마운트곡스 법정관리인을 맡은 노부아키 고바야시 변호사가 2017년 9월 이후 올해 3월 초까지 법원의 허가를 받아 4억달러(4308억원) 어치의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를 팔았다"고 보도했다. 노부아키 변호사는 마운트곡스의 청산을 담당하는 변호사이자 법정관리인이다. 고바야시는 아직 19억달러(2조463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으로 청산 작업을 위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를 팔 계획이다.

카펠레스는 파산 절차를 통해 10억달러(1조770억원) 상당의 자산을 받을 수 있다. 일본 파산법에 따르면 마운트곡스가 소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피해 금액을 보상한 다음 남은 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한다. 카펠레스는 마운트곡스의 최대 주주라 10억달러(1조770억원)를 받을 수 있다.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전 CEO가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 CTO로 일을 시작했다. / 링크트인 갈무리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전 CEO가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 CTO로 일을 시작했다. / 링크트인 갈무리
하지만 카펠레스는 3월 말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10억달러(1조770억원)를 원하지 않으며, 채권자에게 모두 나눠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운트곡스 파산으로 인해 그 어떤 것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가능한 한 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덧붙였다.

카펠레스는 채권자가 원하는 대로 청산이 아닌 회생 절차를 밟은 방법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마운트곡스 채권자는 최근 마운트곡스가 청산이 아닌 회생 절차를 밟아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자 채권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 회생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파산 절차를 밟을 경우 채권자는 파산 당시 환율로 보상을 받지만, 회생 절차를 밟으면 현 시세로 자신이 소유했던 비트코인 가치를 인정받는다.

카펠레스는 엔지니어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마음속 깊이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며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어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것이 비트코인을 처음부터 좋아했던 이유다"라며 "마운트곡스를 인수했을 때는 이렇게 마무리될지 상상하지 못했고, 마운트곡스 사태와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영원히 미안해하며 살아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