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드 스캇(Ned Scott) 스팀잇(Steemit) 공동창업자가 지난 2일 오후 조선미디어그룹 ICT 전문매체 IT조선이 서울 광화문 태성빌딩 3층 연결지성센터에서 진행한 '스팀잇 창업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스팀잇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제공하며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 패러다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있다. 이날 참석한 70여명의 스티머(스팀잇 이용자)가 네드 스캇에게 질문한 내용을 IT조선이 정리했다. [편집자주]

스팀잇은 기존 SNS에서 창작자가 보상을 받을 수 없었던 시스템을 탈피한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는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른다고 해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직접적인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좋아요와 팔로워가 높은 계정 또는 페이지에 광고 콘텐츠를 올리는 등,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야 한다. 기존 SNS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다.

스팀잇에서는 '좋아요'와 비슷한 개념인 업보트(upvote)를 받으면 스팀·스팀달러·스팀파워라는 가상화폐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보상을 얻은 제작자는 광고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어디든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이들이 있듯이, 스팀잇에도 틈새를 파고들어 이익을 취하는 일부 사용자의 어뷰징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명 '고래'가 자신의 높은 영향력을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네드 스캇(가운데) 스팀잇 공동창업자가 2일 IT조선이 서울 광화문 태성빌딩 3층 연결지성센터에서 진행한 '스팀잇 창업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좌측은 조재우 스팀잇 증인. / IT조선 DB
네드 스캇(가운데) 스팀잇 공동창업자가 2일 IT조선이 서울 광화문 태성빌딩 3층 연결지성센터에서 진행한 '스팀잇 창업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좌측은 조재우 스팀잇 증인. / IT조선 DB

스팀잇에는 스팀잇내에서 영향력이 높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일명 '고래'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어뷰징(남용), 셀프보팅 등의 문제는 새롭게 스팀잇을 시작하는 '뉴비'들과 착실히 콘텐츠를 쌓아오는 이들에게 자괴감을 주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스팀잇의 목적을 파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뷰징은 무가치한 글을 마구잡이로 스팀잇에 올려 글의 가짓수를 늘리거나 올린 지 수개월이 지난 자신의 포스팅에 아무 의미 없는 댓글을 수십 개씩 달면서 명성 등을 부당하게 올리려는 행위다. 이 외에도 다양한 행태가 어뷰징에 속하지만, 아직 어뷰징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일부 사용자 사이에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셀프보팅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문제다. 일부는 셀프보팅이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 중 하나이며 자유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셀프보팅이 스팀잇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날 질의응답 시간에도 참석자들은 고래의 어뷰징, 셀프보팅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재인('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저자) 스티머는 "스팀잇에 창의적인 콘텐츠는 생산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어뷰징, 셀프보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시스템적인 예방법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네드 스캇은 "현재로서는 고래의 셀프보팅을 막기 위한 방법은 다운보팅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라며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그(flag)라고도 하는 다운보트(downvote)는 업보트의 반대 개념이다. 다운보트가 발생하면 다운보트를 받은 사용자의 명성과 포스트 노출도가 낮아진다. 계속 다운보트를 받아 명성이 0이 되면 계정이 정지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셀프보팅을 하는 고래들은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고래의 어뷰징, 셀프보팅을 막으려는 일반 스티머들의 명성과 파워는 상대적으로 낮아 고래의 셀프보팅을 원천 차단하기는 힘든 방법이다.

이어 그는 "스마트미디어토큰(SMT)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SMT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이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SMT는 스팀잇이 개발중인 스팀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다. 기존 스팀잇은 스팀잇 닷컴 플랫폼 안에서만 콘텐츠를 유통하는 구조였다면, SMT는 제3자의 개인·기업·단체 등이 스팀잇 플랫폼 생태계를 자사 서비스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SMT를 이용하면 콘텐츠 유통이 스팀잇 닷컴 외부로 확장돼 더 많은 콘텐츠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MT에서는 개인·기업·단체 등이 연간 인플레이션 및 저자 보상 비율 등을 개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캇은 "올해 안에 SMT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윤곤 IT조선 이사는 "글을 쓰는 저자에 대한 보상과 스팀을 사는 투자자 입장이 계속 부딪히게 되는데 SMT가 나오기 전에 어뷰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다운보팅 뿐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 물음에는 조재우 스팀잇 증인이 답변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상 업보팅 할 때만 큐레이션 리워드를 받을 수 있고 다운보팅을 한 사람에게는 큐레이션 리워드가 없다"며 "다운보팅 풀과는 별개로 다운보트 리워드를 만들어 다운보트도 인센티브 시스템 중 하나로 들어가게 하자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보팅, 다운보팅, 대역폭을 각각 분리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네드 스캇은 "애초에 스팀잇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성하는 사람에게 암호화폐를 통해 보상하고자 했다"며 "누가 더 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영향력을 가지는 시스템을 없애는 데 동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