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가 미국 정부의 추가 제재로 주요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각에선 ZTE가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ZTE는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9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ZTE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제품 사용 금지 제재를 내린 이 주요 영업 활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선전의 ZTE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장 노동자들은 2~3일 간격으로 연수를 받거나 공장 근처 기숙사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와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와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앞서 미국 텍사스 연방법원은 2017년 ZTE가 북한·이란 등 거래 금지 국가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11억8000만달러(1조2726억3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ZTE는 당시 미 상무부와 제재 위반에 관여한 고위 임원을 해고하고 직원의 상여금을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는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한 이후인 4월 16일 ZTE가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추가 제재를 내렸다. ZTE가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던 통신장비 부품을 확보할 수 없으면 연간 매출 170억달러(18조3328억원)를 올리던 이 기업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특히, ZTE는 미국에서 통신 장비 제조에 필요한 부품 25% 이상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 언론은 위기에 처한 ZTE가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닛케이 등은 "중국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이 ZTE 스마트폰 사업 인수에 나섰다"며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에 힘을 실었다.

ZTE는 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회사의 주요 영업 활동이 중단됐다"면서도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상 의무를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사업에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은 부인한 것이다.

이어 ZTE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ZTE는 6일 미국 상무부에 제재 유예를 요청한 상태다.

ZTE는 대만 반도체 칩 제조업체 미디어텍으로부터 부품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지난 4일 ZTE에 대한 미디어텍의 부품 수출 재개를 승인했다. 미디어텍은 ZTE가 제조하는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반도체 등을 공급했으나, 최근 대만 정부가 '사전 수출승인제'를 도입하면서 부품 공급을 중지했다.

NYT는 "미국과 중국의 'IT 냉전'의 첫 번째 희생자는 애플도 화웨이도 아닌 ZTE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ZTE는 전 세계 160개국 이상에서 사업하고 있으며 7만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ZTE는 미국 4위 스마트폰 공급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