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무역 전쟁의 핵으로 부상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미 의회는 ZTE에 대한 제재를 유예할 경우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제재 완화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 고비를 넘기는 듯 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는 형국이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아시아 정책에 대한 외교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은 미국이 이미 개발한 기술을 훔치기 위해 전면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며 "그들이 21세기 기술을 선도하던 미국을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와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와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 / 일러스트 IT조선 김다희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미국의 첨단 IT 기술이 중국의 인권탄압에 이용되고 있다"며 대 중국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기술과 지적 재산을 중국에 파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도 제출했다. 그는 법안에서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앞선 기술력을 따라잡는 것을 우려하며 중국 투자자의 지분 제한 등의 내용을 담았다. 미국 정부 등이 ZTE와 화웨이 장비를 사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맥 쏜베리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공화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방침에 반대론을 들고 나왔다.

쏜베리 위원장은 "(ZTE에 대한 제재는) 경제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안보와 관련된 문제다"라며 추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 애덤 시프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ZTE 제재 완화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15일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완화 시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과 관련이 있다"며 "위헌일 뿐만 아니라 윤리 위반 행위다"라고 주장했다.

◇ 트럼프의 'ZTE 제재 완화안', 미국 의회 반대 직면

미국 의회가 ZTE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제2차 무역 협상은 안개 속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 대형 휴대폰 업체 ZTE가 빨리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며 "(ZTE가) 중국에서 너무 많은 일자리를 잃었고, 상무부에 (ZTE 정상화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가 4월 16일 ZTE에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7년 동안 금지하는 추가 제재를 내린 것을 뒤집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이 추가 제재를 풀지 않을 경우 ZTE는 미국 퀄컴, 인텔이 만든 반도체는 물론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도 사용할 수 없다. 시장 일각에선 ZTE가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 ZTE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기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보도하며 ZTE 제재 유예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미국 농민의 관세 부담 걱정을 덜지 못하면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위태로워진다"고 꼬집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무 장관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도 ZTE 제재 완화 방침에 대해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류허 중국 부총리는 15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을 만나 무역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3~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협상에서 ZTE 제재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