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합니다> 본 칼럼은 처음에 데이빗이 ICO 중이라고 썼습니다. 현재 데이빗은 에어드랍과 함께 새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ICO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컬럼의 오류를 알려주신 김태욱 독자님과 표철민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본 컬럼에서 데이빗의 예는 수많은 ICO 홍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하나의 예시일 뿐이지 데이빗의 성능이나 진실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님을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필자의 데이빗에 대한 사견을 묻는 이메일들이 몇 있었는데, 필자의 사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과점적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기존 거래소들과 같은 방식의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외국 거래소들의 한국진출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거래를 추구하는 국내 거래소의 등장은 시장내의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증권 거래소’를 칼럼으로 다뤘다. 질문과 제보 메일이 30통 이상 오는 등 독자 반응이 좋아 감사한다. 다만, 필자는 연구자이지 시사평론가가 아닌 만큼 정치·사회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런데, 몇몇 메일을 보고 현재 ICO(암호화폐공개, Iinitial Coin Offering)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느꼈다. 이번 칼럼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 거래소 소식이 아닌 ‘현재 ICO 시장의 문제점 및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재 ICO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다. ▲홍보 시 거짓 정보를 전달하거나 정보를 은폐·왜곡하는 문제 ▲도덕적 해이 ▲명백한 사기가 쉬운 구조다.

가령, 현재 시장에서 에어드랍 중인 데이빗(Daybit)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데이빗은 빗썸, 업비트 등 가상통화 거래소지 블록체인 기반 증권 거래소가 아니다. 블록체인 기반 증권 거래소와 가상통화 거래소는 관계가 없다.

데이빗은 가상머신 ‘엘릭서(Elixir)’ 기반 서버를 가지고 있어 ‘자바’ 기반 거래소보다 거래 속도가 17배쯤 빠르다고 홍보한다. 독자 몇 명이 엘릭서가 정말 저렇게 훌륭한 개발 플랫폼인지 궁금해했다. 어깨너머로 다양한 언어를 배운 필자 역시 엘릭서의 연산 및 처리 속도가 저처럼 빠를지 의문이었다.

필자는 컴퓨터공학과 교수, 금융결제원 11년차 개발자, 구글 본사 10년차 개발자, 페이스북 본사 7년차 개발자 등 지인에게 자문했다. 이들은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의 플랫폼이 후진적이어서 17배 빠른 거래속도를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엘릭서와 자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따라서 ‘엘릭서 덕분에 17배 빠른 거래속도를 구현한다’는 식의 홍보는 사실이 아니다. 자바를 이용해도 엘릭서만큼 빠른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빗뿐 아니라 ICO를 준비하는 기업의 홍보 문구는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다. 게다가 이들 정보는 대부분 전문·기술적인 것이어서 참여자가 이를 검증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

IPO라면 주관사인 증권사가 정보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검증한다. 거래소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이 정보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검증한다. 하지만, ICO는 대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정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ICO의 두번째 문제점은 ‘도덕적 해이’다. 최근 ICO 분석 회사의 대표와 점심을 먹다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ICO 프로젝트 진행자 대부분이 사기를 칠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자금 조달 후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손을 놓는 순간 사기가 된다.”는 말이었다.

기존 자금조달 방식은 비즈니스 아이디어 → 구현 → Exit였다. 반면, ICO는 비즈니스 아이디어 → Exit → 구현이라는 특수한 구조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현할 자금(유동성)을 마련하는데 ICO는 쉬운 수단이다. 하지만, 기존 금융시장이 비즈니스 아이디어만 있는 프로젝트에 자본을 조달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ICO는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사업화 관련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전가’한다. 즉, 투자자들은 ‘아무 검증도 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사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의 판단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다만, 창업자가 Exit 후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현할 때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기존 자본조달 시장에서의 창업자는 자금 조달 전 비즈니스 아이디어 현실화를 위해 노력한다. 사업 후 2~3년이 지나면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형태가 판이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힘들게 바꾸면서 시장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과정 역시 비즈니스의 일부다.

하지만, ICO 창업자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힘들게 바꾸고 고생하며 시장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ICO 단계에서 이미 보상(자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후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면, 힘들게 고생하는 것보다 그냥 ‘프로젝트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편하다.

ICO 창업자는 실패를 언급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심지어,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우리는 약속한 프로젝트를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자금 조달 후 진행이 멈춘 수많은 ICO에 소송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건의 ICO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 ICO 투자자들도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시장을 투명하게 할 수 있다.

세번째 ICO의 문제는 ‘명백한 사기가 쉬운 구조’다. 앞서 이야기한 도덕적 해이도 사기라 할 수 있지만, 이는 의도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ICO는 의도적으로 사기하기 정말 쉽다. 자금만 모으고 잠적해버리면 된다. 심지어 비즈니스 아이디어 실행 계획이나 사업 진행 경력 없이 ‘백서’라고 부르는 기술설명서만 내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최근 P2P 펀딩사 오리펀드가 자금 조달 후 해외로 도피, 230억원 상당의 손실을 일으켰다. ICO와 유사하다. 기존 투자처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약속하지만, 사업 주체와 과정 검증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한 기업이 6개월간 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연리 19%를 약속했다고 하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하지만, 자금을 조달하는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왜 이렇게 높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모을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직관적, 상식적으로 이상하다고 생각된다면 실제로 이상한 것이다.

지금까지 ICO의 문제를 살펴봤다. 필자는 이들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인프라 등 유무형 자산을 갖추고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수행 중인 중소·중견기업의 ICO’다.

대북경협주로 주목받는 아시아종묘를 예로 들어보자. 새로운 종자 개발을 목적으로, 매출에 대한 권리 혹은 프로젝트 지분을 보상으로 내건 ICO를 진행하는 경우다.

아시아종묘는 IPO와 자본조달을 거친 기업이다.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형태가 잘 알려졌다. 따라서 거짓 정보를 전달하거나 홍보 문구를 왜곡하기 어렵다. ICO의 첫번째 문제가 해결된다.

아시아종묘는 서울 송파 가락시장에 네트워크, 즉 ‘무형 인프라’를 가졌다. 비즈니스 아이디어의 사업화 경력도 많다. 따라서 자본조달 후 도덕적 해이를 보이거나 잠적할 확률이 거의 없다. ICO의 두번째, 세번째 문제도 해결된다.

이처럼 사업장이나 브랜드 등 ‘유·무형자산’이 있고, 이미 ‘훌륭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 ICO를 진행하면 앞서 언급한 ICO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옥석도 가려진다. 믿을만한 실적·토대·경력을 가진 기업의 ICO는 백서 하나만 제시하는 ICO보다 매력적이다. 신뢰할 수 있다. 믿을만한 ICO에 투자금이 모이면, 매력 없는 ICO 프로젝트는 도태된다. 자연스레 ICO 시장은 활성화되고 더 투명해질 것이다.

비즈니스의 수익성 검증은 투자자의 몫이다. 필자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경험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확실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다는 추론은 합리적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다시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 플랫폼으로 돌아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과 장점 그리고 한계’를 이야기하겠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