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쌍방과실' 자동차 사고 과실기준 바꾼다

입력 2018.07.11 14:06

“절대로 100:0 과실은 나오지 않는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피해자 인데도 보험사 측으로부터 100% 확률로 듣게 되는 말이다. 거의 모든 자동차 사고가 쌍방과실로 처리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고가의 고급차를 몰고 있을 경우 과실이 적더라도 과도한 수리비가 청구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차가 부숴지거나 부상을 당하는 것도 억울한데, 수리비나 병원비를 물어야 하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현재의 과실비율 산정에 불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자동차 사고시 과실비율 인정기준이 합리적으로 바뀐다. / 조선일보 DB
11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손해보험협회는 자동차 사고 시 피해자가 예측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해 가해자 일방과실(100:0)을 적용하는 범위를 넓힌다고 전했다. 과실비율은 자동차 사고와 손해에 대해 사고 운전자의 책임 정도를 수치화한 것으로 보험사가 손해보험협회의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근거한다.

그런데 이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많았다. 법리적인 측면을 과하게 강조하는 탓에 한 쪽 과실이 명백함에도 쌍방과실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차로에서 직진차로에 있던 차가 갑자기 좌회전하는 바람에 좌측 직진차로 차와 추돌하는 사고나 후속차가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다가 앞차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피해차 운전자가 사고 자체를 인지할 가능성이 없는데도 보험사는 피해자에게 20~30%의 과실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왔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이같은 사고는 가해차에 대해 일방과실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운전자가 직진차로에 있는 차가 좌회전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다는 점, 후속차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부분을 과실비율 인정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단, 피해차가 진로양보 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일부 피해자 과실을 인정한다.

여기에 최근 달라진 교통 환경과 법원 판례를 참고해 새로운 과실비율 도표를 추가한다. 자전거 전용도로나 회전교차로 사고가 포함된다.

바뀌는 과실기준. / 금융감독원 제공
현재 제도에서는 자동차가 진로를 바꾸는 도중 자전거 전용도로 위에서 자전거와 부딫히면 자전거에도 10% 과실을 부여하는데, 앞으로는 자동차 100% 책임으로 처리된다. 회전교차로 진입과정에서의 사고 과실비율은 ‘진입 차량 60%, 회전 차량 40%’에서 ‘진입 차량 80%, 회전 차량 20%’로 변경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가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심의한다는 방침이다. 자문위원회에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한다.

또 손해보험협회 내 과실비율 분쟁 조정기구를 마련, 과실비율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소비자가 분쟁에 나서도록 돕는다. 현재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는 같은 보험사 가입자 사이에서 발생한 사고나 50만원 미만의 소액 사고 등은 조정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때문에 이 경우 소비자가 과실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소송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2017년 발생한 같은 보험사 가입 차량 간 사고는 약 5만6000건으로 조사됐다.

조한선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개정해 사고 원인자에 대한 책임성을 보다 강화하고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앞으론 모든 자동차 간 교통사고에 대해 과실비율 분쟁조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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