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을 통해 소개한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소(이하 블록체인 거래소)’의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블록체인 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주식을 빌리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어렵게 한다. 몇몇 기사는 블록체인이 무차입 공매도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공매도 거래 시, 롱(매수)포지션을 취한 구매자가 블록체인에 쌓인 거래정보를 거래 전 확인하지 않는다면 무차입 공매도가 성립한다. 즉, 블록체인에 쌓인 거래정보를 해석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무차입 공매도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서 이미 금지됐기에 주식 시장에서 불법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무차입 공매도는 여전히 벌어지는데, 이는 거래 전 매도가 ‘무차입 공매도인지 차입 공매도’인지 구매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어서다.

지금까지는 무차입 공매도를 규제할 권한 및 책임이 규제기관에 있었다. 블록체인 거래소가 생기면 거래 주체가 직접 무차입 공매도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생기는 셈이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거래소가 규제 기관의 업무를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잠재적인 증권 구매자가 ‘거래 상대가 판매하려는 증권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리고 ‘그 확인 사항을 구매자가 책임진다는 것’은 별개 문제다. 이는 규제가 풀 문제지 거래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다.

구매자가 거래 상대의 증권 소유 유무를 확인할 수 있기에 규제기관의 무차입 공매도 확인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경우 ‘탈중앙화·탈규제’를 주장하는 분산원장 기반 블록체인 증권거래소가 오히려 ‘규제를 돕는다’는 모순이 일어난다.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거래소라면 이번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도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렇지 않다. 이번 사태는 무차입 공매도와 전혀 상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임의 발행한 것은 훨씬 더 근본적인 문제다.

삼성증권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직원에게 발행, 현물배당했다. 이 경우 ‘시스템상으로는 엄연히 주식이 존재’한다. 거래소가 블록체인 기반이라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게다가, 삼성증권 직원이 배당받은 주식을 거래소에서 판매한 행위 또한 공매도가 아니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지만, 그들이 시스템상에서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블록체인 거래소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의 피해를 줄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주식 거래 전 블록체인에 쌓인 계좌 정보를 꼼꼼히 조사해보면 ‘주식 판매 계좌에 주식은 있는데, 구매 내역이 없다는 점’을 알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유령 주식으로 판단하고 거래를 중지할 수 있었을 테고,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블록체인 거래소가 백오피스 업무를 줄여 ‘운영비용을 절감’해줄까? ASX가 주장하는 것도 이 내용이다. 블록체인이 증권거래소의 ‘청산비용’을 낮추리라는 주장은 근거 없지만, ‘운영비용’을 절감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이고 검증도 가능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해 청산 책임을 시장 참여자에게 떠넘긴다면, 증권거래소 자체의 운영비용은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규모의 비경제가 일어나 사회가 지불할 총청산비용은 되려 늘게 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현재 중앙화된 청산체계와 운영상 차이점이 거의 없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운영비용은 현재 장부기록 방식보다 비싸므로 청산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ASX의 주장처럼 블록체인 거래소가 백오피스 업무를 줄여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합리적이고 고려할 가치가 있다. ASX의 블록체인 증권거래 플랫폼이 완성된다면, 이들의 주장이 검증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은 ‘시장 참여자가 거래기록을 신뢰하도록 돕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블록에 저장된 정보가 해킹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많아서다. 물론 블록체인은 해킹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칼럼의 주 목적은 블록체인의 해킹 여부를 다루는 것이 아니므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은 해킹이 어렵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라트비아나 파나마처럼, ‘증권거래 기록을 시장참여자가 신뢰하지 않는 경제’ 하에서는 블록체인 거래소가 신뢰의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선진국처럼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효과적인 거래소를 가진 경제라면 이 장점이 희석된다.

하지만, 이것이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금융시장이 투명해지고 더 안전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는 금융에서 이야기하는 투명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

블록체인 거래소의 장점을 요약하면 ▲무차입 공매도를 어렵게 하는 것 ▲운영비용 절감의 가능성 ▲거래기록의 신뢰향상 세 가지다.

이들 장점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증권거래 시 참여자는 거래 의사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 거래 참여자가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거래 상대방의 계좌 속 증권 거래 역사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거래기록의 신뢰향상 역시 항상 장점이 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처럼 잘 작동하는 증권거래소를 보유했다면 굳이 블록체인 거래소를 갖출 필요가 없다.

결국 블록체인 거래소의 유용성은 ‘운영비용 절감의 가능성’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는 칼럼을 통해 꾸준히 ASX와 DA의 블록체인 거래소 관련 협업 배경, 구체적인 내용 소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이다.

필자는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 플랫폼을 개발할 이유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권 거래 후 ‘업무 효율화에서 오는 비용절감’, 청산 플랫폼을 블록체인으로 바꿀 때 예상되는 ‘비용의 트레이드오프(상충관계)’ 등이 그 예다.

반면, ‘투명성 향상·규제기관의 업무량 감소·탈중앙화·신뢰 향상’처럼 추상적인, 거시적 검증이 어렵고 심지어 잘못되기까지 한 이유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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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대체투자입니다. 현재는 중소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우베멘토의 리서치 자문과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하여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