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을 종잣돈으로 설립된 포스코가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처음 쇳물(조강)을 쏟아낸 포스코는 조선, 자동차 등 후방산업의 성장에 기여하며 한국 산업화의 역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회장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글로벌 무역전쟁 등 철강업계 전반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다. 권오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 이후 후임을 맡은 최정우 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IT조선은 이제 막 출항을 시작한 ‘최정우호’가 전임 회장과 어떤 차이를 보여주고,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갈지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 회장 체제가 7월 27일 출범했다. 전임 권오준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지 3개월만의 일이다. 최 회장은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관리, 감사 등을 거쳤으며, 이후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철강 이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최 회장이 정부 입김에 따라 CEO가 바뀌는 ‘포스코 잔혹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7월 27일 취임 후 포항제철소 2고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7월 27일 취임 후 포항제철소 2고로 현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 포스코 제공
◇ 전임 회장 갑작스런 하차…순탄치 않던 회장 선출 과정

최 회장은 포스코 차기 회장을 뽑는 CEO 승계카운슬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 이상 기대는 받지 못했다.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회장 선임 절차를 가진 20년 동안 한번도 주류 외 인사에게 회장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EO 승계카운슬의 최 회장 선임은 그동안의 잔혹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이자 도전이다. 승계카운슬은 ‘포스코 마피아(포피아)’ 논란이 많은 유력 후보 대신 주목도가 낮지만 비교적 논란이 적은 최 사장을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최 회장은 2000년 민영화 후 최초의 비(非)엔지니어·비서울대 출신이다.

승계카운슬의 회장 선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력 회장 후보로 정권 실세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정치권도 앞다퉈 목소리를 높이는 등 선출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비주류로 불리는 최 회장 선임에도 정부의 입김이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권오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석연찮은 배경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끊이지 않고 나온다. 권 회장은 임기 중 눈에 띄는 구조조정 성과를 냈다. 2017년에는 최근 6년 중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포스코의 다음 50년 경영비전을 세웠다. 2017년 연임에 성공한 후에는 2020년 3월까지 포스코를 이끌며 역대 처음 임기를 채운 CEO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는 4월 18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갑작스레 중도 하차의 뜻을 전했다. 4년 간 경영 과정에서 피로가 누적됐고, 다음 50년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표면적 이유였다.

◇ ‘외풍’ 원천차단 위한 제도 개선 및 지배구조 개편 절실

포스코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철강업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스스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더라도 연임 과정에서 정권이 바뀌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우려를 한다. 포스코가 이 고리를 끊으려면 결국 외풍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및 지배구조 개편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오준 전 회장은 2017년 3월 CEO 포럼에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클린 포스코 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외부청탁이 있을 경우 청탁내용을 공개하고 기록·검증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구체적으로 외부청탁 발생시 청탁내역 공개·기록 원칙을 적용하고 검증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클린 포스코 시스템을 과거 잔재물로만 생각해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잔혹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권 전 회장 재임 당시 포스코의 콘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을 지내 당시에는 측근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이같은 시선을 불식시키려면 조직 내 전임 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의 색을 빠르게 덧입히는 것이 관건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취임 직후인 8월 초에 첫 인사를 단행했다. 철강 1·2부문을 통합한 철강부문장에 철강2부문장을 맡던 장인화 사장을 기용했고, 철강1부문장과 인재창조원장을 겸직했던 오인환 사장은 인재창조원장 업무만 집중하도록 했다.

한편 대규모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는 최 회장 취임 100일인 11월쯤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