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는 다를까] ③포스코, 45조원 통큰 베팅…‘번 돈’보다 ‘쓸 돈’이 많다

입력 2018.09.11 06:00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을 종잣돈으로 설립된 포스코가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1973년 처음 쇳물(조강)을 쏟아낸 포스코는 조선, 자동차 등 후방산업의 성장에 기여하며 한국 산업화의 역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회장 대부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글로벌 무역전쟁 등 철강업계 전반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다. 권오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 이후 후임을 맡은 최정우 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IT조선은 이제 막 출항을 시작한 ‘최정우호’가 전임 회장과 어떤 차이를 보여주고,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갈지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지 40일이 채 되기도 전에 ‘통큰 결단’을 내렸다. 최 회장은 3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5조원 투자 및 2만명 고용 계획을 확정했다. 취임 100일을 맞는 11월 3일 대대적인 개혁안 발표에 앞두고 나온 파격 조치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이번 투자·고용 계획이 정부 요청에 화답하기 위해 다소 무리한 결정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투자·고용 규모를 감안하면 최정우호는 2~3배 이상 많은 비용을 쓰고 인력을 늘려야한다. 향후 벌어들일 돈보다 써야할 돈이 많아 재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포스코의 이번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가 과거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구조조정 능력을 보여준 최정우 회장의 리더십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 포스코 제공
◇ 최정우 회장, 부실 투자 리스크 털어낼까

포스코는 투자액 45조원 가운데 26조원을 철강사업 고도화에 투자한다. 10조원은 이차전지 등 신성장산업, 9조원은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신규 투자를 추진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만명의 정규직도 고용한다.

투자 규모는 최근 5년간 투자액(17조7000억원) 대비 2.5배 많고, 고용 규모 역시 최근 5년(7000명)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4년간 과도한 투자를 지양하고 2017년까지 150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한 전임 권오준 회장과 다른 행보다. 권오준 전 회장은 이를 통해 7조원에 달하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뒀다.

단순 투자 규모만 보면 권오준 전 회장에 앞서 포스코를 이끈 정준양 전 회장 시절과 비슷하다.

포스코는 2010년 11조2000억원, 2011년 8조1000억원, 2012년 7조2000억원, 2013년 8조8000억원 등 4년간 35조4000억원(연평균 8조8500억원)을 해외자원 개발과 기업 인수 합병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급속하게 악화됐다. 이후 정 전 회장은 부실 투자 의혹을 받아 훗날 법정에 서야했다.(7월 대법원 무죄 판결)

철강업계는 최 회장의 이번 결단으로 포스코가 부실 투자를 반복하거나, 오명에서 벗어날 수있는 기로에 섰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최 회장은 2015년 7월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아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설계한 인물이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최 회장이 포스코의 신성장동력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기획통으로서의 역할도 해낼지가 관건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1일 "과도한 투자가 부실 자산 인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포스코의 과거 부실 투자에 대한 의심이 최근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부실 투자 리스크는 낮아보인다"고 전망했다.

◇ 연평균 9조원 투자에 못미치는 현금흐름…배당 확대 기대감 ↓

포스코는 연간으로 2019년 5조원, 2020년부터 10조원씩 투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연평균 자본 지출만 9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포스코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하 현금흐름)’은 2015년 7조6018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5조2694억원), 2017년(5조6073억원) 5조원대로 줄었다.

현금흐름은 기업이 주요 수익창출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 및 유출을 말한다. 손익계산서상 매출, 매출원가, 종업원 급여, 기타 영업관련비용(판매비와 관리비 등)이 영업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에 해당한다.

간단히 말해 영업이익이 장사를 해서 번 돈이라면 현금흐름은 그렇게 번 돈이 실제 현금으로 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증권업계는 현금흐름이 과거보다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해당 기업이 현재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비자산을 처분하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안정적인 사업을 통해 현금을 창출하고 지불할 능력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향후 실적 개선으로 연간 현금흐름이 7조원쯤에 달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계획대로 연간 9조원의 투자를 집행하면 잉여현금흐름은 지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는 특히 포스코의 연간 현금유입을 넘어선 투자 여파로 배당금 확대 기대감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당금 축소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포스코가 사업구조조정 및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기간 동안에도 배당금을 축소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배당은 가능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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