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그리스 정부의 서울-아테네 직항 정기노선 개설 요청을 일언지하(한 마디로 딱잘라 말함)에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테네 노선의 상용 고객 수가 부족해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미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고 미주노선 영업에 집중한다.
5일 그리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레나 쿤투라 그리스 관광장관은 9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세계관광기구(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다. 쿤투라 장관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인채 한진관광 대표 등을 만나 서울-아테네 직항 노선 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스 관광청에 따르면 그리스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7년 5만명에서 2018년 7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스 관광청은 서울-아테네 노선 개설을 기점으로 2020년 한국인 관광객 2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 비즈니스 수요 부족이 아테네 취항 발목잡아
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리스 정부에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17일 미팅에서 서울-아테네 노선 개설이 어렵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며 "장기적으로도 신규 취항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기 노선은 단순 관광객 수요뿐 아니라 비즈니스 방문객 수도 어느 정도 돼야 개설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그리스 아테네가 관광 이외 꾸준한 상용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세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260억유로(421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인 그리스는 2017년에만 3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며 8월 구제금융에서 졸업했다. 그리스는 외환 위기의 큰 산을 넘은 후 관광객 지속 유치를 위한 일환으로 대한항공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대한항공이 그리스 정부의 러브콜을 거절한 또다른 이유는 미주 노선 경쟁력 확보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2017년 6월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었다. 조인트벤처는 둘 이상의 당사자가 공동지배의 대상이 되는 경제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공동으로 운임과 일정, 좌석, 수속 카운터, 마일리지 등 영업활동을 진행하며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게 된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아시아 태평양 노선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4월 인천-보스턴 노선을 주 5회 일정으로 취항한다. 이는 2000년 이후 18년 만의 복항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인천에서 미국 13개 도시로 주간 120편의 항공편을 제공한다. 양사가 운영하는 한미간 직항 노선은 15개로 증가한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2019년은 미주노선 영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아테네 등 검증되지 않은 노선을 신규 취항할 여력은 없다"며 "이번 그리스 정부의 요청은 수많은 취항 요청 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