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그리스 정부의 정기노선 개설 요청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유는?

입력 2018.10.05 06:00

대한항공이 그리스 정부의 서울-아테네 직항 정기노선 개설 요청을 일언지하(한 마디로 딱잘라 말함)에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아테네 노선의 상용 고객 수가 부족해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미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고 미주노선 영업에 집중한다.

5일 그리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엘레나 쿤투라 그리스 관광장관은 9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세계관광기구(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다. 쿤투라 장관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인채 한진관광 대표 등을 만나 서울-아테네 직항 노선 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호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왼쪽 끝)과 엘레나 쿤투라 그리스 관광장관(왼쪽 두번째)이 9월 17일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 그리스 관광청 트위터 갈무리
쿤투라 장관은 또 이진호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 등 대한항공 임원진과 만나 서울-아테네 노선 개설을 요청했다. 그는 미팅을 마치고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항공과 2019년 여름 서울-아테네 정기 노선을 개설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관광청에 따르면 그리스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7년 5만명에서 2018년 7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스 관광청은 서울-아테네 노선 개설을 기점으로 2020년 한국인 관광객 2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 비즈니스 수요 부족이 아테네 취항 발목잡아

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리스 정부에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17일 미팅에서 서울-아테네 노선 개설이 어렵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다"며 "장기적으로도 신규 취항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기 노선은 단순 관광객 수요뿐 아니라 비즈니스 방문객 수도 어느 정도 돼야 개설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그리스 아테네가 관광 이외 꾸준한 상용 수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세 차례에 걸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260억유로(421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인 그리스는 2017년에만 3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며 8월 구제금융에서 졸업했다. 그리스는 외환 위기의 큰 산을 넘은 후 관광객 지속 유치를 위한 일환으로 대한항공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 대한항공 제공
◇ 미주노선 경쟁력 확보에 ‘역량’ 집중한 영향도 커

대한항공이 그리스 정부의 러브콜을 거절한 또다른 이유는 미주 노선 경쟁력 확보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2017년 6월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협약을 맺었다. 조인트벤처는 둘 이상의 당사자가 공동지배의 대상이 되는 경제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공동으로 운임과 일정, 좌석, 수속 카운터, 마일리지 등 영업활동을 진행하며 수익과 비용을 공유하게 된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아시아 태평양 노선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4월 인천-보스턴 노선을 주 5회 일정으로 취항한다. 이는 2000년 이후 18년 만의 복항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인천에서 미국 13개 도시로 주간 120편의 항공편을 제공한다. 양사가 운영하는 한미간 직항 노선은 15개로 증가한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2019년은 미주노선 영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로 아테네 등 검증되지 않은 노선을 신규 취항할 여력은 없다"며 "이번 그리스 정부의 요청은 수많은 취항 요청 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