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노리는 인텔 9세대 프로세서, 뭐가 달라졌나

입력 2018.10.10 06:00

인텔이 8일(현지시각) 9세대 코어 프로세서 라인업을 공개했다. 9세대라 해서 기존 7세대나 8세대에 비해 아키텍처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으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제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역시나 ‘코어의 개수’다. 지난해 8세대 제품을 선보이면서 2개의 코어를 추가한 데 이어, 이번 9세대에 추가로 2개의 코어를 추가함으로써 경쟁사인 AMD와 같이 ‘8코어’ 중심으로 CPU 라인업을 재편하게 됐다.

특히 8세대 제품이 AMD의 강력한 공세를 일단 막기 위한 견제용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9세대 프로세서 라인업은 인텔이 PC용 CPU 시장에서의 우위를 다시금 확실하게 하기 위한 제품이라는 의지가 엿보인다.

인텔 9세대 프로세서 로고. / 인텔 제공
◇ 8개로 늘어난 코어 수에 단점도 여럿 개선돼

처음 언급한 대로 이번 9세대는 기술적으로는 기존 7세대나 8세대 프로세서 제품군과 차이가 없다. 제조 공정도 14㎚++로 같다. 그러나 코어가 최대 8개로 늘어난 것 자체는 최고의 장점이자 차별성이다.

쭉 4개 코어를 유지해왔던 7세대 이하 시절에는 새로운 제조 공정, 새로운 세대가 나오더라도 성능 향상은 겨우 10%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7세대에서 코어 수가 2개 더 늘어난 8세대는 이전 세대 대비 무려 약 30%의 성능 향상을 실현했다. 평소 같으면 2년 넘게 걸릴 성능 향상이 단번에 일어난 셈이다.

인텔에 따르면 코어 수가 2개 더 늘어난 이번 9세대 제품은 8세대보다 전반적인 성능이 약 15% 더 향상됐다고 한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7세대 이하 4코어 제품과 비교 시 최소 40% 이상의 성능 향상을 이뤄낸 셈이다. 업그레이드를 미뤄뒀던 7세대 이전 제품 사용자에게 충분히 업그레이드할 매력이 있는 셈이다.

STIM을 다시 도입한 인텔 9세대 프로세서는 발열 해소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좋아질 전망이다. / 인텔 발표영상 갈무리
단지 성능만 좋아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인텔 CPU에 대해 누적됐던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도 이번 9세대 프로세서의 특징 중 하나다. 그중 하나가 바로 STIM(solder thermal interface material)의 재도입이다.

STIM은 CPU 코어와 코어를 보호하면서 CPU의 발열을 외부로 전달하는 ‘히트 스프레더’라는 금속 커버를 열이 잘 통하는 금속 물질로 접합(솔더링)하는 기법이다.

인텔은 4세대 프로세서 이후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해 STIM 대신 일반 써멀 그리스로 대체했고, 이는 4세대 이후 인텔 CPU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됐다. 오죽했으면 하드웨어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뚜따(뚜껑 따기)’라는 CPU 개조기법(히트 스프레더를 떼어내고 기존의 써멀 그리스를 열 전달률이 훨씬 높은 금속성 써멀그리스로 바꾸는 작업)이 성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인텔이 이번 9세대에 다시 STIM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들은 고성능을 유지하면서 발열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AMD가 일찌감치 8코어로 선보인 라이젠 프로세서에 STIM을 적용해 발열 문제를 해소한 것도 인텔이 STIM을 다시 도입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세대가 바뀌었음에도 기존 8세대와 CPU 소켓 및 메인보드 칩셋을 공유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인텔 CPU는 전통적으로 세대가 바뀌면 소켓 구조도 바뀌고, 전용 칩셋도 새롭게 등장했다. 즉 새로운 CPU와 메인보드를 세트로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반면, 이번 9세대 프로세서는 전용 칩셋인 Z390이 함께 출시되긴 했지만 기존의 8세대 프로세서와 소켓과 칩셋이 호환된다. 즉 8세대용 300시리즈 칩셋과 이를 사용한 기존 메인보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인텔 9세대 프로세서를 정식 지원하는 에이수스의 Z370 칩셋 메인보드 제품들. / 최용석 기자
9세대 프로세서가 최대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함께 선보인 Z390 칩셋 보드가 가장 안성맞춤이긴 하지만, 기존 8세대 시스템 사용자도 필요에 따라 9세대로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러한 정책 역시 기존 인텔의 행보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다.

경쟁사인 AMD가 라이젠 프로세서로 개인용 8코어 프로세서 시장을 선점하고,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으로 인텔을 바짝 추격하긴 했지만, 성능에서 완전히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이전까지 워낙 성능 격차가 컸던 데다, 그동안 시장 생태계 자체가 ‘친 인텔’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라이젠 프로세서가 아직 제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개인용 PC의 가장 큰 수요를 차지하는 ‘게이밍 PC’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텔이 좀 더 높은 코어당 성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인텔의 이번 9세대 프로세서는 물리적으로 부족했던 코어 수를 AMD 라이젠 프로세서와 맞추게 되면서 구성면에서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 ‘가격’만 빼고는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던 2년 전의 시장 상황으로 되돌릴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전략적인 의미가 있다.

◇ 초기 물량 수급 및 제조 공정 개선은 ‘숙제’

물론, 인텔 역시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당장 9세대 프로세서의 충분한 확보 및 공급 문제다. 최근 인텔은 유례 없는 CPU 공급 부족 상황에 부닥친 상태다. 8세대 주력 제품군의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평균 30%가량 오를 정도로 품귀 현상이 극심했다. 9세대 제품 생산에 집중하면서 8세대 제품의 생산이 줄어든 것이 원인 중 하나다.

특히 8세대와 비교해 코어가 2개 더 늘어난 9세대 프로세서는 그만큼 칩의 크기가 커지고, 하나의 웨이퍼(wafer,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실리콘 기판)에서 만들 수 있는 CPU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순 계산만으로 기존의 8세대 생산 라인을 9세대로 전환해도 생산량은 약 10%~20%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인텔 9세대 코어 i9 프로세서의 코어 확대 사진. CPU 코어가 2개 더 늘어나면서 칩의 크기도 더욱 커졌다. / 인텔 제공
업계에 따르면 이번 9세대 프로세서 역시 지난해 8세대 제품과 마찬가지로 초기 공급량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할 전망이다. 지난해 8세대 최상위 모델인 ‘코어 i7-8700K’ 모델이 출시 초기 물량 부족으로 정상가 대비 2배가량 비싸게 거래됐던 상황이 이번 9세대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인텔이 이번 9세대 프로세서만으로 기존의 절대 우위를 완전히 회복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AMD의 차세대 프로세서가 차세대 7㎚ 공정으로 제조되면서 ‘제조 기술’에서 인텔을 역전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개선되면 소비전력과 발열을 줄이거나 유지한 채로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약점이 인텔 CPU보다 낮은 작동 속도(클럭)로 전체적인 성능이 살짝 떨어진다는 점이었는데, 차세대 7㎚ 공정이 도입되면 그나마 남아있던 성능 차이도 극복되거나 오히려 역전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인텔의 차세대 10㎚ 공정은 현재 계획상으로는 빨라도 내년인 2019년 말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10㎚ 공정으로 선보일 10세대(?) 제품이 나와야만 인텔로서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인텔 9세대 코어 i9 프로세서의 패키지 모습. / 인텔 제공
어찌 됐든, 인텔의 이번 9세대 프로세서는 지난해부터 재개된 ‘인텔 vs AMD’의 대결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제품임은 확실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물리적으로 동등한 구성을 갖추게 되면서 양사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성능만 보면 9세대 프로세서를 내세운 인텔이 다시 우위를 되찾을 모양새지만, AMD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경쟁’이 있어야 더 좋은 기술과 제품이 계속 나오고, 그 혜택이 IT 생태계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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