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초기 모델부터 전력관리 칩을 공급한 반도체 업체 다이얼로그의 기술 매입에 나섰다.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애플 신제품 발표회 라이브 스트리밍 갈무리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애플 신제품 발표회 라이브 스트리밍 갈무리
1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다이얼로그와 6억달러(684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애플이 다이얼로그에 3년간 3억달러(3420억원)를 선금으로 지급하고, 이 기간 동안 3억달러 어치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다이얼로그는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첫 아이폰 당시부터 전력관리 칩을 공급한 회사다. 애플은 계약 기간 만료 후 다이얼로그의 특허를 비롯해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애플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한 300명 규모의 엔지니어링 팀을 흡수할 예정이다.

이로써 다이얼로그는 3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애플과의 계약 종료 후에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그동안 해왔던 방식대로 자체적으로 전력관리 칩 제작 역량을 갖춘 후 다이얼로그와 등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공습사였던 영국 이매지네이션의 기술 역량을 흡수한 후 자체 개발을 이유로 돌연 거래를 중단해 회사를 파산 상태에 이르게 한 바 있다. 이 회사는 결국 2017년 중국 펀드에 매각됐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다이얼로그와의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사전 작업을 펼쳤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애플은 올해 초 다른 공급 업체의 전력관리 칩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당시 다이얼로그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