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기술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첨단기술이 적용된 일명 ‘스마트 보청기'가 미래먹거리로 급부상한다.

3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보청기 시장 규모는 124억2000만달러(13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디지털 보청기 시장 규모는 124억1000만달러(13조9000억원)로 99.9%를 차지한다. 아날로그 보청기 시장은 사라지고 디지털 보청기가 시장을 주도하게 되는 셈이다.

와이덱스 모델이 스마트보청기를 사용하는 모습. / 와이덱스 갈무리
와이덱스 모델이 스마트보청기를 사용하는 모습. / 와이덱스 갈무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보청기 시장도 성장세를 보인다. 국내 보청기 시장 규모의 공식 통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 기준 2014년 기준 616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중고도 이상 난청자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정부 보청기 지원금이 2013년 42억원에서 2017년 645억원으로 15배 증가한 것을 고려했을 때, 한국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보청기에도 ‘딥러닝' ‘머신러닝' 기술 적용 …글로벌 기업, 스마트 실버세대 겨냥

최근 기존 보청기의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같은 최신 IT기술이 접목된 제품도 속속 나온다. 기존 사용자는 물론,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대가 고령화 됐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보청기 시장에서는 유럽과 미국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60년 넘게 보청기만을 전문적으로 개발·공급한 와이덱스도 그 중 하나다.

덴마크 청각전문기업 와이덱스는 11월 머신러닝 기능을 탑재한 보청기 이보크(EVOKE)를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사람이 학습하듯이 컴퓨터에도 데이터들을 줘서 학습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는 기술이다.

와이덱스에 따르면 이보크는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돼 사용자의 청취환경에서 얻은 선호도를 학습하기 때문에 음질을 지속적으로 향상 시킨다. 즉 사용하면 할수록 더 잘 들리는 보청기인 셈이다.

스타키 리비오AI. / 스타키 갈무리
스타키 리비오AI. / 스타키 갈무리
또 다른 덴마크 청각전문기업 오티콘의 업력은 114년이다. 오티콘이 9월 출시한 오픈(OPN) 보청기는 2.4㎓ 대역을 사용하는 저전력 사물인터넷(IoT) 보청기로, 전 세계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이어 출시한 시야(Siya)는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을 적용해 최신 스마트폰, TV 등 기타 무선 액세서리와 중계기 필요없는 무선 연결을 제공한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애용한 보청기로 유명한 스타키그룹도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한 보청기를 선보였다. 스타키는 8월 미국에서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보청기 리비오AI를 출시했다.

스타키에 따르면 리비오AI는 주변 소음에 따라 소리 크기를 조정해주고, 모바일 앱과 연동되는 GPS시스템을 탑재해 전문가의 원격 지원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뇌 건강을 체크해주는 기능을 담았으며, 사용자의 대화 등 일상생활을 통해 뇌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준다는 것이 외신의 설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리비오AI는 아마존의 AI 알렉사에 연동돼 음성 기반 음악 플레이어와 라디오, TV 등을 조작할 수 있다.

◇ 고령화시대 황금알시장 ‘보청기'…세계 최대 보청기 시장 노리는 韓기업

국내 보청기 시장은 물론 전 세계 보청기 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 6개 해외 업체가 세계 보청기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리브유니온 스마트보청기. / 올리브유니온 제공
올리브유니온 스마트보청기. / 올리브유니온 제공
대표적인 예가 올리브유니온이다. 올리브유니온은 보다 저렴한 스마트 보청기로 차별화를 꾀한다. 올리브 스마트 보청기 사운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보다 최적화된 소리를 찾아가는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돼 있다.

또 사용자 청력데이터와 주변환경, 소음변화 데이터를 훗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음 청력관리 가이드를 제시한다. 또한 블루투스를 이용해 전용 스마트폰과 연결해 청력검사, 이퀄라이저, 볼륨 조절 등이 가능한 IoT기기다.

올리브유니온 한 관계자는 "기존 보청기 시장은 값비싼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외국산 수입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올리브유니온은 각종 라이센스, 유통, 청력관리 전문가 훈련비용 등을 절감해 기존 보청기 대비 가격을 10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며 "그 결과 2016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했던 인디고고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으로 10억원의 펀딩 금액을 달성하는 성과가 있었으며, 대부분 구매자가 미국과 유럽 거주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보청기 시장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현재 FDA등록을 마치고 2019년 3월 정식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전자기기 부품기업 이엠텍과 벤처기업 더열림도 스마트보청기를 판매 및 개발 중이다.

이엠텍은 2017년 보청기 사업에 진출해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인수한 보청기 회사 비에스엘과 협력해 현재 인공지능 보청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기업 더열림도 6월 IoT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보청기 오렌지에이드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더열림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관련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