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및 고급차를 별도 브랜드로 만들며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한지붕 가족인 기아차는 특별한 소식이 없어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고성능차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그룹 내 지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는 고성능 N을 발표,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2015년 최초 발표된 N 브랜드는 현대차가 모터스포츠에 참여해 습득한 기술 노하우를 담아 낸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BMW 고성능 디비전 M을 이끌던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하고, M의 북남미 시장을 총괄한 토마스 쉬메이라를 N 및 모터스포츠 전담 부사장으로 앉혔다.

기아차 K3 GT 5도어. / 기아차 제공
기아차 K3 GT 5도어. / 기아차 제공
N의 첫 차는 2017년 발표된 i30 N이다. 2.0리터 세타 T-GDi 엔진을 얹고,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다. 기본 250마력의 최고출력을 확보했으며, 퍼포먼스팩을 장착하면 275마력까지 오른다. 정지상태에서 최대 가속을 내는 론치 콘트롤이 적용됐으며,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 전자제어 서스펜션, 레브 매칭, N 전용 타이어 등 다양한 고성능 기술이 들어갔다. 일상 주행에서 레이스 트랙까지 폭넓게 고성능을 만끽 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N의 두번째 모델은 2018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벨로스터 N이다. i30 N과 동력계를 공유한다. i30N이 체코 공장에서 만들어져 국내 판매할 수 없는 것과 다르게 처음부터 울산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그 결과, 기본 모델인 벨로스터보다 판매량이 높은 기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고성능차는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보완하는 역할이 크나, 벨로스터 N은 판매량도 좋다. 국내 스포츠카 마니아에게 상품 및 제품력 면에서 호평받은 덕분이다. 가격적으로도 합리적이란 평가다. 출시 두달 만에 1000대 판매를 넘겼다. 같은 기간 벨로스터 판매량은 3분의 1 수준이다.

고성능 N은 현대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여기에 현대차는 N으로 얻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N라인’이라는 고성능화 패키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i30 N라인이 출시됐고, 아반떼도 성능 튠업을 한 ‘스포츠’ 모델의 이름을 ‘N라인’으로 변경했다.

향후 현대차는 고성능 N을 다양한 차에 도입한다. 투싼, 코나 등의 SUV는 물론, 쏘나타 등의 세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까지 사정 안에 두고 있다. 전기동력을 기본으로 하는 친환경 N도 출시될 예정이다.

반면 기아차는 이렇다할 고성능 전략이 없다. 현재 일반모델에서 스포츠 성능과 내외장 디자인 등을 바꾼 ‘GT’ 라인이 있긴 하지만, N처럼 본격적인 고성능차라고 보긴 어렵다. 따지자면 현대차의 ‘N라인’에 해당하는 지위다. 게다가 K5의 경우 은근슬쩍 GT를 판매 라인업에서 빼기도 했다. 생각만큼 고성능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대차 벨로스터 N. / 현대차 제공
현대차 벨로스터 N. / 현대차 제공
다만 지난 11월 출시한 K3 GT의 경우 시장 반응이 좋다. 1.6리터 T-GDi를 장착 최고출력 204마력을 내고, 다양한 고성능 파츠로 시선을 잘 잡았다는 평가다. 또 아반떼 스포츠(N라인)와 비교해 합리적인 가격(1993만~2464만원)에 책정된 부분도 호평이다.

따라서 기아차가 본격적인 고성능 전략을 구사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개발을 현대차와 공유하는 기아차 입장에서는 N브랜드와 같은 고성능 브랜드의 출범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공식적으로 기아차는 "고성능 브랜드는 없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이와 조금 다르다. 모두 그룹 내 자원을 폭넓게 공유하면서 각 브랜드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고성능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이다. 폭스바겐 그룹을 예로 들면, 그룹 내 모든 브랜드에 별도의 고성능 전략이 존재한다. 폭스바겐은 ‘R’, 아우디는 ‘R’, ‘S’ 등이다. BMW그룹 역시 BMW M과 미니 JCW라는 고성능 브랜드가 존재한다. 도요타도 도요타는 GR, 렉서스는 F-스포츠라는 별도 고성능이 있다. 기아차가 별도로 고성능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는 건 현대차그룹에서 기아차의 지위가 그만큼 낮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기아차 한 관계자는 "원래 현대차보다 스포티한 차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성능 전략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룹 내에서 고성능 역할은 N이 주도하고, 기아차는 후광효과를 노리는 것이 현재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어 "GT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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