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지도 반출될까"…국제 협상 주제로 떠오른 데이터 현지화

입력 2019.01.16 18:03

미국이 정부의 공개 데이터도 해외로 이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제 규범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제 사회가 국가 간 공개 데이터 이전에 보다 개방된 분위기로 가고 있어, 향후 구글이 우리나라에 지도 데이터를 요구할 수 있는 규범도 국제 협상을 통해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전자상거래 협상을 위한 공청회 겸 디지털 통상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미국이 WTO를 통해 정부 공개 데이터의 국외 이전이 가능토록 하는 디지털 무역 협상 조항을 국제 사회에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의 협정(USMCA)을 통해 이와 같은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USMCA는 ‘공개된 정부 데이터는 기계가 판독 가능한 형태로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할 수 있게 국가 간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했다. 여타 무역 협상에는 없던 ‘디지털 무역’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

16일 오전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한국무역협회 대회의실에서 WTO 전자상거래 협상 추진 공청회가 열렸다. / 차현아 기자
한국에서는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16년 구글은 정부에 5000분의 1 축적의 국내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약 5개월의 심사 끝에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불허 조치했다.

특히 이는 한미 간 통상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구글과 한국 정부 간 지도 데이터 관련 논의 내용을 한국과의 통상 마찰 주제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위원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가 각 교역대상국의 무역장벽에 대해 기술하는 연례보고서인 NTE(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보고서에 매년 한국 정부의 지도 데이터 반출 관련 구글과의 논의 내용이 기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현지화를 둘러싼 논의가 다소 이중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해 가는 것에 대해서는 구글의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맞물려 비판 여론이 우세하다.

반면 구글에 ‘데이터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은 구글을 규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주한미국대사관이 직접 나서 "데이터 현지화를 피해달라"고 법안에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이 위원은 "국제 추세를 고려해 WTO 차원에서도 데이터 현지화 금지에 협의하고 나설 수 있다"며 "디지털 무역의 관점에서 우리 정부도 충분한 공론화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 등 디지털 무역 규범이 국제 사회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에도 공개된 정부 데이터 교류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을 정도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의 국경이 사라지고 플랫폼을 전 세계가 공유하면서, 플랫폼의 핵심인 데이터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흐름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가 새로운 경제 자원으로 떠오른 상황에도 국제 사회는 명확한 디지털 통상 규범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WTO 차원에서는 1998년 전자상거래 작업계획을 통해 논의된 것이 전부다.

2017년 제11차 WTO 통상장관회의에서 디지털 통상 규범 정립에 대한 회원국 간 공감대가 형성돼, 올해 상반기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WTO 협상을 포함, 국제 사회 간 데이터 이전 논의는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산자부는 구글과 아마존 등 거대 글로벌 플랫폼과의 공정거래 생태계 조성 및 국제사회와의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거대 플랫폼이 불공정 행위 등을 저지를 경우 한국 뿐만아니라 다수 국가가 공동으로 대응해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의 매커니즘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대응 기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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