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인의 디지털경제] 암호화폐 시장은 어디로 흘러가나

  • 최화인 블록체인캠퍼스 학장
    입력 2019.01.22 14:34 | 수정 2019.01.22 14:41

    2018년 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암호화폐 가격은 일 년 내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여전히 오를 기미 없이 2019년 새해를 맞았지만, 올해 내에 2017년과 같은 활황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암호화폐는 짧은 영광을 뒤로하고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암호화폐 시장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17년은 해시함수와 공개키 방식을 이용한 탈중앙형 분산원장이라는 비트코인 기본 개념은 몰라도 비트코인을 사면 돈이 되는 황금기였다. 굳이 비트코인이 아니어도 좋았다. ‘잡코인’이라고 불리는 그 어떤 코인을 사도 돈이 됐다. 새로운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될 때마다 사람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앞다퉈 샀다. 그래도 곧 수십 배 차익을 남기고 팔 수 있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17년 말부터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초 정점을 찍었지만, 암호화폐 시장 흐름은 2017년 12월부터 명확하게 변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1분기 고점 대비 40% 급락했다.

    2분기 하락세는 1분기보다 완만했고, 3분기 정체됐던 가격은 4분기 다시 한번 급락했다. 결국 2018년 말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전 5분의 1도 안 된다. 알트코인 하락 폭은 비트코인보다 커 90% 이상 손실을 본 종목이 대부분이다.

    2018년은 짧은 황금기를 맛보았거나 그 조차도 즐기지 못한 수 많은 개미가 뒤늦게 암호화폐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만 입은 채 투매에 가까운 손절매를 했던 시기다.

    시장 분위기는 침체했지만, '거래소 폐쇄 운운'하던 정부 기조 강경함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은 줄었지만, 규제 서슬만 퍼렇게 살아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실망감 때문인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급격히 식었다. 이제 업계를 빼면 정부만 관심을 유지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난 2년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자자 대부분이 암호화폐 가격변화 동인(動因)을 모른 채 거래했다는 점이다. 그저 비트코인 가격 추이를 따라 혹은 그와는 반대로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암호화폐 변동에 맞춰 사고 팔았을 뿐이다.

    상승장일 때는 "블록체인 산업 전망이 좋다"는 설명만으로도 대충 갈음이 되었지만, 2018년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하방 압력에는 더욱 구체적인 요인 분석이 필요하다. 시장에선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정부 규제와 암호화폐 공개(ICO) 프로젝트 성공사례 부재로 인한 시장 신뢰 상실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의 대규모 낙폭을 초래한 보다 직접적인 요인은 2017년 12월 개시된 비트코인 선물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의 수익전략과 관련이 깊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 흐름이 바뀐 것은 2017년 12월부터다. 더 정확하게는 12월 10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12월 1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시작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상품을 만들고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가격하락에 베팅하면서 현물의 급격한 가격하락을 유도했다 해석할 수 있다.

    비트코인 차트. / 갈무리
    선물거래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2만달러를 향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서 비트코인을 대장주로 삼고 있던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동반 하락했다.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미친 하방 압력은 CBOE 청산 결제기준일인 매월 셋째 주 수요일과 CME 결제기준일인 매월 마지막 금요일 직전의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보면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암호화폐 폭락에는 증시와 달리 제도적 브레이크가 없었기 때문에 헤지펀드들의 수익 극대화 전략과 맞물려 현물시장 낙폭도 거침이 없었다.

    요컨대 2018년 암호화폐 가격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의 자체적인 내적 요인보다는 기존 금융세력들이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어떤 수익전략을 세웠는가 하는 외적 요인 영향력이 더 컸다.

    2019년은 암호화폐의 기술적 장점(속도와 비용의 절감,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및 스마트 컨트렉트를 활용한 거래의 안전성 등)을 활용한 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제 세계 금융산업은 19세기 말부터 지속하던 아날로그 시스템에 종언을 고하면서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러한 흐름은 스테이블 코인의 세력확장과 맞물려 암호화폐 시장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장점을 차용한 디지털 금융시장 활성화가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와 같은 것은 아니다. 씨티은행과 나스닥 같은 고전적인 거대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 관련 업체를 사들이고 합병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을 암호화폐 시장의 호재로 기계적으로 인지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1월 말로 예정된 암호화폐 거래소 벡트(Bakkt) 오픈이 암호화폐 현물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현금 결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CBOE나 CME과는 달리 실물인수도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진 벡트의 선물상품이 나오면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관심사다.

    비트코인 실물거래를 한다는 점에서는 벡트가 사실 메머드급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점도 기존 거래소에 잠재적인 위협이다.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소수 업체의 독과점으로 통합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벡트가 오픈하면 현재 1만6000개가 넘는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숫자가 올해 하반기에는 급격히 줄어들고 국내외 대형 거래소들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암호화폐 시장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시장의 영역에서 시야를 확대해서 화폐와 금융산업 전체의 구조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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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인 한국블록체인협회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은 연세대학교에서 학사와 문학 석사를,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블록체인캠퍼스 학장·자율규제위원회 규제위원·자문위원을 맡아 거래소 자격심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관한 정책대응 및 교육관련 업무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