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부분이 실시간 검색어다. ‘실검 1위’라는 말은 그만큼 포털 사이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검색하는 이슈라는 의미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검색했다고 해서 실시간 검색어로 뜨는 단어들이 모두 ‘적절한' 단어는 아니다. 이슈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거나, 혹은 정보 자체가 거짓인 경우, 미성년자들이 포털을 통해 보기에 부적절한 검색 키워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요청 신고를 접수해 해당 키워드를 삭제하는 절차를 갖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산하 네이버 검색어 검증위원회는 23일 2017년 하반기 대상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조사 결과 네이버는 대체로 특별한 쟁점사항이 없는 키워드를 주로 노출 제외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조사 기간 중 네이버의 전반적인 검색어 처리에 대해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전반적으로 지난 보고서 발간 때보다 처리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이에 "키워드 노출 배제 처리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라며 바람직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2017년 하반기 실시간급상승검색어로 노출 제외조치한 검색어 현황. / KISO 제공
네이버가 2017년 하반기 실시간급상승검색어로 노출 제외조치한 검색어 현황. / KISO 제공
구체적으로 네이버가 노출 제외한 키워드는 ▲유사키워드 514건(43.34%) ▲불법·범죄 199건(16.78%) ▲상업적·의도적 악용 140건(11.80%) ▲서비스 품질 저해 111건(9.36%) ▲개인정보 노출 87건(7.34%) ▲성인·음란성 73건(6.16%) ▲명예훼손 62건(5.23%) 등이었다.

다만 키워드 노출 가능여부를 판단할 때 주로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지점은 향후에도 네이버가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꼽혔다. 최근에는 언론보도보다 앞서 당사자가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해명하거나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고 나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노출 제외 키워드로 포함시킬지를 두고 특히 골머리를 앓는 부분은 연예인 명예훼손 관련 키워드다. 사생활의 영역이면서도 대중이 많은 관심을 갖는 내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네이버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인지를 기준으로 노출 처리를 결정한다.

‘김범 입대’라는 키워드는 노출 제외됐다가 다시 노출되는 해프닝을 겪은 사례다. 배우 김범씨가 입대를 한다는 소문이 돌자, 소속사 측에서 ‘김범 씨에 대한 사생활 침해 및 이슈 생성가능한 예민 검색어’라는 이유로 네이버에 키워드 제외 조치를 요구했다. 당시에는 입대사실을 보도한 언론보도가 없어 제외했으나, 이후 입대 사실을 확인한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네이버는 이를 다시 노출 조치했다.

배우 박수진씨가 출산 당시 받았다는 특혜 논란도 언론 보도가 기준이 됐다. 박수진씨 소속사 측에서 특혜논란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이 생성된다며 키워드 노출 제외를 요청해온 것. 네이버는 언론 보도 여부를 확인 후 제외했으나, 박수진씨 본인이 실수를 인정하며 SNS에 글을 남기면서 검색어 노출 제외 조치가 철회됐다.

연예인 가족 키워드도 당사자가 언론에 직접 출연하는지가 기준이 된다. ‘고현정아들’은 제외됐지만, ‘이수근아내’는 키워드 노출 대상인 이유다. 네이버는 "유명인 가족의 경우 그 가족 본인을 중심으로 판단해 노출 제외 여부를 결정한다"며 "그 가족 본인이 공개된 활동을 하면 노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누텔라 발암물질’ 이라는 키워드는 2017년 상반기 누텔라의 주성분인 팜유 발암물질 논란에 대한 언론보도가 있었고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지만 네이버는 연관·자동완성검색어 노출에서 배제했다.

이에 보고서는 "네이버 측은 이전 KISO 정책규정 제13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언론보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제외 처리했다는 입장"이라며 "위원회는 단순히 일정 기간 동안 언론 보도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제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네이버는 동성애 커뮤니티 관련 검색어 중 ‘이상성애’와 관련된 키워드를 노출 제외조치하기도 했다. 이 경우는 검색어와 검색결과가 특별히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지 않음에도 제외 처리된 사례다.

이와 관련 제외된 검색어 중에는 ‘성소게(성소수자게시판, 인터넷 커뮤니티 중 소분류로 ‘성소수자’들이나 관련 이슈를 주고 받는 게시판)’나 ‘시럽(연예인과 수능, 고민상담 등을 하는 커뮤니티)’ 등의 사이트가 검색 제외처리되기도 했다.

네이버는 "성소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게시판 이름이므로 그 자체는 성인·음란성 사유에 해당하지 않지만, UGC 검색결과에서 성적 표현 등이 수반된 선정적인 내용이 확인돼 제외처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노출을 제외한 검색어 중에는 ‘저작권 침해’의 사유도 있다. 예를 들어 ‘자장가 무료듣기’라는 키워드의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출 제외됐다. 보고서는 이에 "지나치게 검색어를 제외하는 경우는 없는지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보고서는 2017년 하반기에 제외된 검색어를 대상으로, 2017년 6월부터 11월까지의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중 제외된 단어 전체와 2017년 10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의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검색어 제외어 등을 검토한 내용이다.

네이버는 검색어 삭제 및 왜곡 논란이 벌어진 2012년 이후 KISO를 통해 실시간검색어 삭제 내용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