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 영화만 오스카상 수상 자격?…넷플릭스 경계하는 영화계

입력 2019.03.17 06:00

전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이하 OTT) 넷플릭스와 관련한 경보음이 울린다.

유럽과 북미는 물론 국내서도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는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대형 방송사와 통신사 간 합종연횡이 일어난다. 넷플릭스 사용자는 전 세계 기준 1억3000만명을 넘어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제공
넷플릭스를 경계하는 건 OTT 업계 만이 아니다. 영화계에서도 넷플릭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않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영화들이 점점 주목을 받자 정통 영화계가 이를 못마땅히 여기는 것이다.

◇ 정통 영화계와 넷플릭스의 묘한 기싸움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총 1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Roma)가 감독상을 비롯해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8년 세계적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일주일도 채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이 아카데미상 후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넷플릭스 영화는 오스카상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닌 TV시리즈를 시상하는 에미상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는 올 초에도 "영화제작자로서 우리들이 관객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은 관객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발언이 반향을 일으키자, 그의 오랜 친구인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전 최고경영자(CEO)는 "(그의 발언은)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넷플릭스 영화는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다.

. / 넷플릭스 트위터 갈무리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넷플릭스는 3일 트위터로 "우리는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관이 없는 동네에서 살거나 영화관에 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를 즐기고, 영화 제작자들에게는 보다 많은 작품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스티븐 스필버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신들은 넷플릭스와 정통 영화계의 대결 구도를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최근 포착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CO(최고 콘텐츠 책임자)의 만남도 덩달아 화제다.

14일(현지시각) 할리우드 리포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웨스트 할리우드 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최근 논쟁의 대척점에 섰던 영화 업계 두 거물이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만난 신호로 해석했다.

◇ 보이콧 당하는 넷플릭스 영화

넷플릭스 영화가 환영받지 못한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한국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개봉을 놓고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계가 강하게 반대하며 상영 보이콧을 선언했다.

최근까지도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업계의 넷플릭스 영화 상영거부는 이어진다. 2018년 말 ‘로마' 역시 국내 멀티플렉스들이 상영을 거부해 대한극장 등 일부 극장과 예술 영화관 위주로 상영이 이뤄졌다.

넷플릭스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도 논란거리다.

2017년 칸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영화 옥자. /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017년 칸 영화제에서 ‘옥자'를 경쟁 부문에 포함시켰다가 논란이 커져 홍역을 치렀다. 당시 일부 영화계 관계자들은 사이에서는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되는 작품을 영화제에 초청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칸 영화제는 결국 2018년 3월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경쟁 부문에 참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만들어 넷플릭스 영화를 아예 경쟁 부문에서 배제했다.

하지만 2018년 베니스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를 경쟁 부문에 받아들였다. 칸영화제와 다른 입장을 택한 것이다. 당분간 영화계에서 넷플릭스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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