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브랜드 파이낸스가 선정한 올해 세계 500대 브랜드에서 당당히 1위를 했다. 또 아마존은 2018년 링크드인이 5억명 이상의 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고 싶은 회사 50곳을 선정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마존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년에 불과하다. 수많은 ‘아마조니언'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다.

박정준 이지온글로벌 대표(38)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아마조니언으로 살았다. 그는 12년 간 배운 아마존만의 빠른 실행력과 성장 전략을 발휘해 아마존에서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아마존에서 겪었던 12년 간의 기억을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 담아 출간했다.

그의 목표는 아마존같은 성장이 아니다. 그는 끊임없이 성장을 향해 달리는 아마존에서 배운 성장 전략을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는데 십분 활용했다. 업무를 단순화하고 자동화하며, 누구보다 빠른 실행력을 발휘하는 아마존 전략 덕분에 그는 주어진 시간을 보다 가치있는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박정준 이지온글로벌(Ezion Global)대표를 3일 서울 창천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정준 대표와 일문일답.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창천동에서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IT조선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창천동에서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IT조선
―입사 당시 아마존은 ‘핫한 스타트업' 정도였는데, 아마존이 이렇게까지 성공할 거라고 예상했나
"확신은 있었다. 입사 후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은 얘기가 있었는데, 그걸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했던 기억이 있다.

월마트가 당시 세계 1위 유통기업이었다. 아마존은 전 세계 500위 정도 되는 회사였다. 그 때 월마트를 이길 수 있다면서 한 얘기가 있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이지만 아마존은 컴퓨터로 사업을 하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거다.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은 오르겠지만 컴퓨터는 계속 저렴해지면서도 성능이 좋아진다. 실제로 회사를 떠나던 2015년 이미 월마트를 아마존이 앞섰다."

―아마존 사내 문화를 소개해달라

"베조스는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실천하는걸 좋아한다. 체스를 겨우 2주일 배운 아이가 챔피언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챔피언이 한 수를 둘 때 두 수를 두는 거다. 그만큼 아마존은 좋은 결정도 빨리하는게 승패를 좌우한다고 믿는 회사다.

고객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절약하자는 주의다. 아마존 설립 초창기에 직원을 위해 책상을 사려고 보니 비싸서, 그냥 문짝을 잘라 책상을 만들어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게 ‘도어데스크'다. 어떻게든 업무 절차를 자동화해서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독려하려고 분기별로 시간이든 돈이든 혁신적으로 절약을 실천한 직원에게 트로피를 준다. 웃긴 점은 도어데스크를 잘라 싸구려 트로피를 만들어 준다.

아마존은 직원에게 드립 커피와 차만 공짜로 제공한다. 아마존 내 자판기에는 조명이 없다. 전기를 아끼기 위해서다. 점심식사도 안 준다. 노트북을 바꾸고 싶어도 3년 내에는 교환해 주지 않는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노트북만 받을 수 있다. 만약 애플 맥북을 쓰고 싶으면 맥북이 왜 업무에 필요한지를 입증해야 한다.

효율을 추구하다보니 사원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아마존에서는 스크럼 프로세스라는 업무 절차가 있다. 스크럼 프로세스는 스크럼을 짜서 같이 움직이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팀 원이 세 명이면 팀원이 각자 다른 역할을 맡는게 아니라, 세 명이 같은 업무를 맡는다. 그러다보니 일을 안하고 숨을 곳이 없다. 나머지 두 명이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다 알기 때문이다. 한 명이 빠져도 업무 진행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 복도에는 ‘할 일', ‘진행 중’, ‘테스트 중', ‘완료' 등으로 적힌 ‘스크럼 보드'가 있다. 매일 오전 팀원이 모여 업무를 논의하고 진행 상황을 체크해 표기한다. 이 과정에서 상호 견제와 경쟁이 생기고, 생산성도 매우 높아진다.

단점은 번아웃(Burn out)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아마존엔 매일 5000장의 이력서가 들어온다. 정작 힘들게 들어와선 다들 회사를 빨리 나가기를 꿈꾸고 대부분 그걸 1년 안에 이룬다."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년에 불과하면 아마존 입장에서도 매번 새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니까 효율이 떨어지는거 아닌가.

(아마존은 가혹한 근무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2015년 뉴욕타임즈에는 이를 고발하는 기사가 실려 화제를 모았다. 기사에서는 주 85시간 씩 일하거나 쌍둥이를 유산하고도 다음날 출장을 떠나야 했던 아마존 직원 사례가 폭로됐다.)

"뉴욕타임즈 기사가 나오기 전엔 베조스는 사원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이런 회사면 나도 안 다니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인재를 붙잡으려는 노력을 아예 안 했던건 아니다. 리텐션(Retention) 보너스라고 해서, 6개월마다 한 번씩 주식을 지급한다. 성과에 따라 철저히 보너스로 보상한다는 ‘기브앤테이크' 주의를 추구한다.

그리고 아마존은 스크럼 프로세스를 만들어, 어떻게든 사원들에게 더 잘해주고 나가지 못하게 하기보단 시스템으로 빠져나간 사람 빈 자리를 채우는 쪽을 선택했다. 아마존에 오고 싶은 사람은 많으니까.

그래도 직원이 많이 나가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뉴욕타임즈 기사를 계기로 아마존은 복지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기사 나간 이후 평균 근속연수는 6개월 정도 늘었다. 그래도 많이 늘어 난거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내부 전경./ 아마존 제공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 내부 전경./ 아마존 제공
―아마존에서 12년을 버틴 비결은

"매일 힘들었다. 영어도 못 했고, 세계 각국에서 온 천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건 정말 쉽지 않았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니 더욱 부담이 심해졌다. 내가 왜 여기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관점을 바꾸면서 조금 편해졌다. 아마존을 다니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부터 누구도 못하는, 나만 잘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존에 있는 다른 사람보다 한국어를 잘했다. 비즈니스에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 아이 아빠이기도 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도 남들보다 잘 한다. 사내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2위를 했다.

그래서 유아용품, 그 중 미국에 없는 한국 유아용 매트를 판매하는 사업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아마존에 머무른 시간을 ‘내가 회사를 독립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 과정’이라고 사고를 전환한거다.

마침 그때 아마존은 일반인들도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플레이스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2007년이었다. 아마존은 회사 직원들에게 등록 회비를 면제해주면서까지 이용해보라고 독려했다. 그때부터 부업으로 판매를 시작한게 지금까지 왔다. 판매 성과도 좋았다."

―베조스가 아마존도 언젠가 망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게 화제가 됐었다. 진짜 아마존은 망하지 않을까. 5년 후 아마존은 어떤 모습일까

"베조스 말처럼 아마존이 망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망하기는 쉽지 않을거라 본다. 무엇보다 아마존을 위협할만한 다른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5년 내에 이용자가 급감해 영향력을 잃을 수도 있겠다. 아마존은 백년 뒤에도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할 것 같다. 아마존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싹 틀 수 있는 씨앗을 여기저기 심어놨다.

아마존이 선견지명이 있는 부분 중 하나가 2014년 게임 영상 전용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인수한거다. 미국에선 스포츠 시장이 꽤 큰데, 인수 당시 미국에서 이제 막 e스포츠 시장을 겨냥한 펀드들이 생겨나던 시점이었다. 지금은 e스포츠 시장이 커진 걸 보면 그때 봤던 가능성을 증명한 거라고 본다. 지금 스마트홈 분야도 그렇다. 아마존이 망하지 않을 이유는 많다."

―베조스를 처음 봤을 때 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향수 냄새도 싫어한다. 꾸미는 걸 워낙 싫어하는 사람이다. 항상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는다. 워낙 평범해서 그랬는지 첫 만남 때 특별히 인상이 남지 않았다. 입사 후 몇 년 지나서야 ‘아, 이 사람이 대머리였구나'를 인식하게 됐다. 진짜 잘생긴 대머리라고 생각했다.(웃음) 사원들 만나면 인사도 잘 해준다."

―이번에 아마존 웹 사이트가 한국어로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아마존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로 한국에 진출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한국 시장엔 온라인 쇼핑몰이 많다. 직접 진출하기보단 이들에게 AWS를 이용하면 자사 서비스에 도움이 될거라고 어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 같다.

2004년 아마존이 한국에서 직접 쇼핑 서비스를 시작할지 검토했는데, 한국은 마켓 사이즈가 작은데다 그 파이도 국내 플레이어들이 이미 나눠갖고 있다고 봤다. 한국 대신 중국과 인도 시장을 노리는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번에 한국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한국 소비자가 워낙 해외직구를 많이 이용하니까 고객 우선주의라는 아마존 전략 하에 실시한거라고 본다. 굳이 물류센터를 짓는 방식으로 들어오는 것만 진출로 볼 순 없다."

―한국에선 아마존이라고 하면 쿠팡을 함께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는데, 쿠팡은 진짜 아마존과 비슷하나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기업이라고 스스로 소개하는데, 쿠팡 나름의 전략이라고 본다. 아마존이라는 증명된 모델이 있으니, 한국에서 아마존처럼 위치를 잡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사실 아마존이 쿠팡을 그렇게 신경쓰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한국이라는 시장이 미국과 같지 않으니까, 아마존이 풀지 못한 숙제를 쿠팡이 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 성장 비결을 궁금해하는데. 그래도 이런건 아마존을 따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게 있나

"아마존이 모든 분야에서 다 성공한건 아니다. 검색 엔진은 물론 여성 전용 쇼핑몰도 망했다. 소셜커머스도 실패했다. 공통점은 다른 사업자를 따라했던 서비스다. 아마존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모두가 자기가 살아온 기반과 배경이 있다. 기업도 그 기업 나름대로 성장한 이유가 있을거다. 아마존이 이렇게 하니까 단순히 따라한다는 건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한 아마존도 다른 곳을 따라하는건 성공 못 했다."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IT조선
박정준 이지온 글로벌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IT조선
―아마존에 있을 때와 아마존을 나와 개인 사업을 할 때 삶의 원칙이 바뀐게 있다면

"아마존 목표는 성장이다. 베조스는 아마 우주 진출까지 꿈꿀거다. 계속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는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실행한다. 아마존에서 나와 사업을 할 때나 아마존에서 일할 때나 빠른 실행력이 필요한 건 비슷하다. 그 점에선 아마존에서 많이 배웠다.

다만 목표는 성장이 아니라 자유다. 아마존에서 업무를 최대한 자동화하는걸 배워 실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기 위해서다. 아마 성장이 목표였다면 이렇게 책 쓰고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힘들었을거다. 가족들과 시간 보내는 일도 어려웠을 듯하다.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아마존이 지난해 시가총액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후회되지 않나. 세계1위 기업에 몸담을 수 있었는데

"후회할 이유가 있나? 지금 너무 행복한데."

― 이지온글로벌은 어떻게 운영하나. 어떤 제품을 판매하나.

"미국 시애틀에 있다. 사무실도 그냥 작은 창고다. 직원은 나 혼자고 앞으로도 직원을 늘릴 생각은 없다. 현재 파는 상품은 유아용 매트와 아이가 옆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막는 칸막이, 탁자 등이다. 한국 제조사에서 받아서 아마존에 판매한다."

박정준 대표가 운영하는 이지온글로벌 창고 전경./ 박정준 대표 제공
박정준 대표가 운영하는 이지온글로벌 창고 전경./ 박정준 대표 제공
―투자를 유치하거나 회사 직원 수를 늘릴 계획은. 판매 상품을 늘리거나 유통 경로를 아마존 이외에 다른 곳으로 넓힐 계획은

"없다. 내 목표는 회사 성장이 아니다. 투자도 굳이 받고 싶지 않다. 빚 없이 일하는게 목표다. 상품군도 더 확대해야 하나 싶다. 지금도 아마존 외에 여러 판매 경로를 확보하긴 했지만 아마존에서 파는 것 만큼 수익이 나진 않는다. 밝히긴 어렵지만 매출도 지금 먹고 살만 한 정도다."

―지금 하는 일도 목표가 아닌 과정인가. 최종 목표는

"목표는 내가 하는 일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성장 자체가 목표인 아마존과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내가 판매한 매트 덕분에 아이가 넘어졌는데 다치지 않았다는 후기를 들으면 내가 미국 내에서 유아 낙상 사고를 줄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웃음) 5년 후엔 성장도 하면서 내가 맺은 열매를 남들과 나눌 수 있는 나무같은 존재가 돼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