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하면 흔히들 병원이나 발달장애센터에서 하는 치료를 떠올립니다. 병원에서 물리적 장치를 통해 받는 치료는 거부감이 크지만, 콘텐츠를 통한 교육은 즐거운 느낌을 줍니다. 학습자의 자발적인 참여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판서, 동영상을 통한 주입식 교육보다 학습 효과가 20% 높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상훈련 콘텐츠 개발을 맡은 이길행(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SW콘텐츠연구소 차세대연구본부장은 29일 이번 콘텐츠 개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ETRI는 발달장애인의 ‘가상 직업훈련 콘텐츠 기술 개발’ 과제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29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서 공단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센터내 리빙랩을 설치해 향후 개발한 기술을 실증한다. 리빙랩은 ‘생활 실험실’이라는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 곳곳을 실험실로 삼아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려는 방법을 말한다.

발달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영역에서의 발달이 더뎌 언어나 감각, 신체활동뿐 아니라 사회심리, 전반적 인지 능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도 간병·도서관 사서·바리스타 보조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처리할 수 있다. ICT를 활용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다양한 취업 분야를 넓혀간다.

연구진은 발달장애를 겪는 장애인의 취업 및 경제활동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 기술을 개발한다. ETRI가 축적한 ICT 기술력과 그동안 장애인을 위한 UI·UX를 개발한 노하우를 살려 발달장애인의 직업 훈련 및 체험의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ETRI 연구진이 장애인을 위한 보급 기술 제작 자료를 연구하는 모습. / ETRI 제공
ETRI 연구진이 장애인을 위한 보급 기술 제작 자료를 연구하는 모습. / ETRI 제공
연구원은 개별 인지·감각·행동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가상체험 콘텐츠’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인도 인지 능력, 선호 감각 등이 서로 다른 만큼 AR·VR 콘텐츠 등으로 직무 능력을 자동 평가하고 해당 특성을 실시간으로 체험 콘텐츠에 반영해 보다 적합한 훈련이 이뤄지도록 한다.

AR·VR 콘텐츠를 활용하면 다양한 실무 체험이 가능하다. 실물 체험공간은 특성상 한정된 장소와 직업군에 한해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가상 현실을 이용한다면 제약 없이 다양한 산업 및 직종을 체험할 수 있어 발달장애인의 직무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TRI는 이번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가상 직업훈련·체험 서비스 시스템 ▲자동 직무평가진단 시스템 ▲가상 직업훈련·체험 복합형 공간 및 체험 콘텐츠 등을 개발한다.

이길행 본부장은 "발달장애인의 직무·취업 역량 제고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사회적 비용 감소뿐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권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와 발달장애센터, 그리고 발달장애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존의 학습방식을 바꿔 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VR 콘텐츠 기반 학습 아이디어를 고안하게 됐다"며 "우선은 대전지역부터 시범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향후 전국적으로 넓혀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업무협력을 통해 연구를 지원받기로 했다. 연구진의 기술은 실사용자인 발달장애인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결과물은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 설치될 리빙랩 현장에서 검증한다.

이번 연구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사회문제해결 R&D의 일환으로 ‘발달장애인의 가상 직업훈련 효과강화를 위한 장애특화 몰입 콘텐츠 기술개발’과제를 통해 진행된다.

이길행 본부장은 "2019년 정부지원 예산은 16억원이며, 2020년에는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연구개발비는 2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에, 향후 전국 발달장애센터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실증 예산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모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