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상용화 한달째, 이통3사의 5G 가입자 확보 경쟁이 뜨겁다. 그런데 5G 가입자를 가장 많이 확보한 곳은 SK텔레콤이 아닌 KT다. LTE 가입자 1위로 5G 시장에서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였던 SK텔레콤이 5G 경쟁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의외의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5G 서비스 가입자가 26만명(4월 29일 기준)을 넘어섰다고 1일 발표했다. 이중 KT는 1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 40%쯤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3월 말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은 SK텔레콤 47%, KT 30%, LG유플러스 23%다. 이를 고려할 때 5G에서 KT가 40%의 점유율을 확보했다는 점은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8만~9만명, LG유플러스는 7만~8만명의 5G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5G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KT 제공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이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5G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 KT 제공
KT는 고객이 KT 5G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업계 최초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 ‘슈퍼플랜’ 출시 ▲통신사 최초 ’5G 커버리지 맵’ 공개 ▲제조사와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품질 개선 노력 등을 꼽았다.

실제 KT는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로 고객 선점 효과를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KT는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내 이동통신 고객의 10%를 5G 고객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결국 KT에 대응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통한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이통업계는 초기 5G 단말 유통 과정에서 KT가 경쟁사 대비 더 많은 보조금 지원으로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지적을 한다. 또 타사 대비 많은 수의 KT 직원이 5G에 많이 가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T 직원은 2만4000명으로 SK텔레콤(5000명), LG유플러스(1만600명) 대비 많다. LG유플러스의 경우 LG그룹 계열사인 LG전자의 V50 씽큐 출시 지연으로 임직원의 5G 가입 독려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변수였다.

이통업계는 KT의 ‘한달 천하’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놓는다. 5G 스마트폰의 품질이나 서비스가 안정화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고객을 사로잡을 만한 5G 콘텐츠가 부족해 현재 가입자 순위로 의미를 부여하기엔 섣부르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9월 선택약정요금 할인율이 20%에서 25%로 높아지면서 공시지원금을 받고 이통사를 변경하는 대신 기존 이통사에서 추가 할인을 받는 고객이 느는 추세다. 과열 경쟁에 따라 초반에는 번호이동을 택한 5G 가입자가 많은 분위기지만 시장이 안정화 되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1000만명쯤 더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을 상대로 KT가 5G 가입자 수에서 계속해서 앞서나가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과거 KT가 3G(WCMA) 전국망을 가장 먼저 확보한 후 1년쯤 3G 1등을 달렸지만, 이후 가입자 1위 자리는 SK텔레콤이 가져갔다. LTE 당시에는 LG유플러스가 1위를 달리다 순위가 역전된 경험이 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5G 가입자 확보 경쟁은 이동통신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확보한 SK텔레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라며 "5G 1등은 결국 단순 가입자 수가 아닌 품질 개선과 킬러 콘텐츠 발굴 등으로 우위가 가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