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드론 산업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관련 법령 및 규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측면도 있습니다. 드론 비행은 정부 승인 없이 어디서도 불법인 상황입니다. 드론 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 투자에 앞서 시장을 빠르게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SK텔레콤의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 역시 드론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물론 합법적인 드론이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안전망이 될 것입니다."
불법 드론을 잡는 SK텔레콤의 ‘5G 가드 드론’이 오히려 드론 사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지 않냐는 우려에 최낙훈 SK텔레콤 5GX IoT/데이터그룹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정부의 포지티브 규제 제정과 함께 드론 전용 교통관리체계(UTM)가 잡혀야 드론 시장이 커질 수 있고, 여기에 맞춰 SK텔레콤의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 활성화도 힘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다.
SK텔레콤은 12일 부산 사상구 신라대학교에서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소개하는 5G 가드드론 공개 행사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테러·비행기 충돌 위협이 있는 드론을 감시·추적하는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구축에는 SK텔레콤, 부산 신라대학교, 육군 53사단, 드론 솔루션 기업 ‘한빛드론’ 등 4개 기관·기업이 참여했다.
불법 드론이란 군·공항 관제권, 기차역 주변 등 비행 금지·제한 구역을 승인 없이 비행하거나 허용 고도·시간·기체 무게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영국 개트윅 공항, 독일 프랑크프루트 공항에 불법 드론이 침입해 항공 운항이 중단됐고, 방사능 물질·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주요 인물, 시설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불법 드론 위협에 국내에서도 이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SK텔레콤, 신라대, 한빛드론 등은 1월부터 5월 말까지 5개월간 김해공항 주변 드론 비행을 추적한 결과, 비행금지 구역 내에서 891건의 비행 시도가 있었다. 비행은 모두 김해공항 관제권(공항 반경 9.3㎞), 낙동강, 사상역, 사상공단 등 부산 주요 시설 상공에서 이뤄졌다.
김해공항에서 불과 1㎞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드론도 있었다. 이착륙 중인 비행기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불법 드론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은 없다. 국내외 대부분 기관이나 시설에서는 육안으로 불법 드론을 감시하고 안내 방송을 통해 경고하는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높은 고도로 운행하는 드론의 위해물 탑재 여부를 식별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설명이 나온다.
황광명 신라대 교수(공공안전정책대학원)는 "5월까지 891대의 불법드론 비행이 탐지되고, 연간으로 3만건 전후의 불법드론 비행이 예상된다"며 "최악의 경우 많은 시민이 모인 공원에 드론을 사용해 테러를 일으키거나 낙동강 정수장에 독극물을 방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또 "김해공항에 상공에 불법 드론이 출현하면 소관기관이 누구인지, 제압 및 압수는 가능한지, 드론 산업을 육성 중인 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개 기관·기업이 이번에 구축한 불법 드론 대응 체계는 크게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위해 요소 제거 등 5단계로 나뉜다.
12일 참여 기관·기업은 김해공항과 2㎞ 떨어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불법 드론 비행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는 53사단 병력과 신라대 관제센터 인력 등 30명의 관계자가 참여하고, 다양한 사양의 드론 5대와 5G 스마트폰 12대가 쓰였다. 훈련 현장은 5G망을 통해 신라대 강당 및 통합관제실, 53사단 종합상황실로 생중계됐다.
연막탄을 탑재한 불법드론이 생태공원 상공을 비행한 후 7초쯤 지나자 신라대 통합관제실의 ‘안티 드론 솔루션’이 불법드론을 탐지해 경보음을 울렸다. 이 장비는 드론 조종시 발생하는 주파수 신호를 감지해 반경 18㎞ 내 불법 드론 및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한다. 비행 금지 구역 내 드론이 이륙하면 비상음과 함께 정확한 좌표가 시스템에 표시된다.
안티 드론 솔루션의 탐지율은 90% 이상이다. 이 솔루션은 드론 이륙을 10초 내 포착하며, 드론 및 조종사 위치도 반경 20m 오차 내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곧바로 낙동강변 주변에 있는 5G 가드 드론 2기가 불법 드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2기의 드론을 활용하는 이유는 불법드론과 드론 조종자를 각각 추적하기 위함이다. 5분대기조 12명을 태운 53사단 군용차량과 폭발물 대기반도 동시 출동에 나섰다.
T라이브 캐스터는 안티 드론 솔루션에 표시된 불법 드론 좌표를 5G를 통해 곳곳에 대기 중인 가드 드론에 실시간 전달한다. 5G 가드 드론은 불법 드론 위치로 자율 비행을 통해 이동 후 움직임을 감지해 추적한다.
T라이브 캐스터와 5G 스마트폰이 촬영한 현장 영상은 실시간으로 신라대 및 군 상황실로 전송된다. 최대 10배 확대해도 5G로 선명하게 영상이 전달돼 불법 드론에 폭발물 등 위험물이 실려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
현장에 도착한 5분 대기조는 빨간 연막탄을 내뿜는 불법드론을 향해 뛰어가 소지한 ‘재밍건’을 발사했고 드론 비행을 무력화시켜 강제로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폭발물 처리반이 위험물을 제거하고, 5분 대기조가 거동 수상자를 검거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휴대 가능한 소총 모양의 재밍건은 드론 조종사와 불법 드론 사이의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제자리에 정지시키고, 강제 착륙 시키는 특수 장비다. 고도 500m까지 비행하는 드론을 제압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드론 영상관제 플랫폼 사업자로서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향후 3년간 신라대, 한빛드론, 53사단과 기술 개발, 합동 훈련, 대응 체계 고도화에 집중한다.
최낙훈 그룹장은 "한 연구기관 전망에 따르면 드론산업에서 플랫폼 사업 비중이 70%를 차지할 것이라는데 플랫폼 사업은 SK텔레콤이 지향하는 바다"라며 "이번 시범 구축 사례가 부산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돼 국가 종합 안전방재체계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그룹장은 상업용 드론 시장 활성화와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이 성장하려면 무인기 저고도 교통관리체계(UTM) 완성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UTM은 유인기처럼 무인기도 교통질서를 준수하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금지 지역 비행, 불법 개조 드론 비행, 금지 고도 비행 등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체계다. 국토부는 2021년까지 UTM을 개발할 예정이다.
최 그룹장은 "UTM 개발이 완성되면 지금처럼 불법 드론 대응을 위해 지역별 관제센터가 아닌 전국을 통합하는 관제센터가 운영될 수 있다"며 "이에 앞서 불법 드론 대응 체계와 기술을 솔루션 패키지로 만드는 등 기술 고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를 통해 5G 통신망을 활용한 4K 영상 전송, AI 영상분석, 5G 가드 드론의 경량화 및 제작비용 절감 등이 기대된다.
SK텔레콤은 향후 5G 가드 드론이 실시간으로 4K 영상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하반기 내 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초당 20MB의 데이터를 소진하는 4K 영상을 드론이 실시간 촬영하려면 촘촘한 5G 커버리지 확보는 필수다. 또 AI로 화질을 개선해주는 슈퍼노바 기술을 탑재하면 불법 드론 조종자의 얼굴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G 가드 드론은 T라이브캐스터에 탑재된 5G 스마트폰을 테더링 한 형태로 생산된다. 이를 연결할 5G 라우터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그룹장은 "현재는 100만원이 넘는 5G 스마트폰을 드론 1기마다 실어야 해 제작 비용이 많이 들지만 라우터가 개발되면 이같은 부담을 30만~40만원대로 줄일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협업해 5G 가드 드론에 연동되는 라우터를 빠른 시일내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