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이통3사 VR서비스 비교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고객이 5G 이통사를 결정하기 앞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이다. 자칫하면 자충수가 될 수 있지만 경쟁사 대비 자사 콘텐츠가 우위에 있다는 확신이 있어 가능한 전략이다.

반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불쾌한 도발로 볼 수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라고 하지만 LG유플러스가 행사를 직접 진행한 만큼 비교체험이 공정한 방식이냐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객이 이통3사의 VR서비스를 비교체험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고객이 이통3사의 VR서비스를 비교체험하고 있다. / 이광영기자
LG유플러스는 13일 스타필드 하남점 중앙광장에서 운영 중인 U+5G 체험존에서 이통3사의 VR서비스를 비교체험하는 행사를 열었다. 3사 모두 5G 인빌딩 구축이 시작되지 않아 5G망이 아닌 기가와이파이로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되는 비교체험은 A사, B사, C사가 표기된 VR 헤드셋(HMD)을 착용하고, 각각의 VR 콘텐츠를 체험한 뒤 코인을 각사별 박스에 집어넣는 즉석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투표 후 고객에게 이통사 명을 알려준다.

실제 비교체험을 위해 스타데이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VR 헤드셋을 착용해 봤다. A사와 C사의 화질은 뿌옇게 보인 반면 B사의 화질은 또렷했다. 기자는 B사를 선택했다. 예상대로 A사는 KT, B사는 LG유플러스, C사는 SK텔레콤이었다.

기자뿐 아니라 비교체험을 진행한 대부분 고객은 B사를 택했다. 코인은 B사 박스에 집중적으로 채워졌다. LG유플러스의 VR 콘텐츠가 경쟁사 대비 월등하다는 자랑스런 성적표였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점 비교체험 행사는 4일부터 진행됐는데 매번 자사 콘텐츠를 선택한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고객도 LG유플러스의 VR콘텐츠가 경쟁사 대비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B사를 선택한 코인으로 가득 채워진 코인박스. / 이광영기자
B사를 선택한 코인으로 가득 채워진 코인박스. / 이광영기자
하지만 맹점은 있었다. 고객은 비교체험을 하기 전에 몰표를 받은 B사의 코인박스를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선택을 받은 B사의 콘텐츠가 막연히 더 좋은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기자도 이를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B사의 콘텐츠가 더 선명하고 입체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자리잡은 후였다. 각사별 코인박스도 블라인드로 했다면 더 공정한 테스트가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었다.

각사별로 동일한 VR 헤드셋을 쓴 것도 아니었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기어 VR을 적용한 반면, KT는 피코사의 VR기기(Pico G2)를 적용했다. 기어 VR이 KT VR 콘텐츠와 연동되지 않아서다.

VR콘텐츠가 LG유플러스에 유리하게 세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SK텔레콤과 KT가 스스로 자신있게 내보일 만한 VR콘텐츠를 직접 제공한 것이 아니기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코인박스를 블라인드로 하지 않고 공개한 것은 고객 스스로 대중적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시켜주기 위한 이유다"라며 "이번 테스트는 5G 네트워크 품질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각사 VR콘텐츠의 완성도를 고객이 직접 판단한 것으로 불공정하다는 얘기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VR플랫폼 U+5G의 전용 콘텐츠를 연말까지 1500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VR 제작기술을 보유한 ‘벤타 VR’사에 직접 투자를 완료하고 VR 콘텐츠 제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