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3세대 라이젠(Ryzen) 프로세서의 출시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7월 7일 출시를 앞두고 업계의 반응은 2017년 처음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 발표할 때와 기대감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라이젠은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AMD를 완전히 바꿔놨다. 2017년 1세대 라이젠 프로세서가 AMD 귀환의 신호탄이었다면 2018년 선보인 2세대 라이젠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3세대 라이젠이 특히 기대를 받는 이유는 AMD가 드디어 x86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을 뒤쫓기만 하던 것을 벗어나 대등한 수준까지 따라잡은 제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E3 2019에서 16코어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있는 리사 수(Lisa Su) AMD CEO. / AMD 유튜브 갈무리
E3 2019에서 16코어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공개하고 있는 리사 수(Lisa Su) AMD CEO. / AMD 유튜브 갈무리
◇ 하드웨어에서 인텔을 넘어선 3세대 라이젠

인텔이 10나노미터(㎚) 공정 도입이 지연되면서 14나노 공정을 유지하는 사이, AMD는 1세대 14나노를 시작으로 2세대 12나노, 3세대 7나노로 점진적으로 제조 공정을 끌어올렸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소비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과거 인텔은 AMD보다 수년 먼저 14나노 공정을 도입하면서 소비전력 대비 성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왔다. 인텔은 동급으로 평가받는 10나노 공정을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코어(core)’ 수 대결에서도 AMD가 한 발 더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인텔이 소비자용 CPU 시장에서 최대 4코어 전략을 유지하던 상황에 AMD는 1세대 라이젠에 전문가급 구성의 8코어 제품을 선보이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인텔이 8세대에서 6코어, 9세대에서 8코어를 내놓자 AMD는 16코어 3세대 라이젠을 공개하며 또 한발 먼저 나가는 모양새다.

AMD는 3세대 라이젠의 성능이 인텔을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주장한다. 풀HD 해상도와 초괴 화질 기준으로 AMD 라이젠 9 3900X와 인텔 코어 i9-9900K의 게임 성능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AMD는 3세대 라이젠의 성능이 인텔을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주장한다. 풀HD 해상도와 초괴 화질 기준으로 AMD 라이젠 9 3900X와 인텔 코어 i9-9900K의 게임 성능 비교 그래프. / 최용석 기자.
AMD는 ‘성능’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AMD가 공개한 비교 자료를 보면 3세대 라이젠의 성능은 비슷한 등급의 인텔 최신 제품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이다. 2세대까지만 해도 코어 숫자에 기반한 멀티 프로세스 성능을 제외하면 게임이나 다른 애플리케이션 성능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다. 물론, 제품이 정식 출시된 이후에야 정확한 비교가 가능한 만큼 ‘성능’ 부분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 더욱 늘어난 AMD의 ‘아군’

협력사들의 지원도 확대됐다. 1세대 라이젠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인텔을 우선하던 메인보드 제조사들이 이제는 AMD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이번 3세대 제품은 개발 단계서부터 보드 제조사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했다고 AMD는 말한다. 오버클럭 잠재능력을 끌어올리는 ‘프리시전 부스트 오버라이드(Precision Boost Overdrive, PBO)’ 기능이 더욱 향상된 것이 그 결과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 사례도 돋보인다. 새로운 스케줄러 업데이트가 포함된 윈도10 1903 업데이트를 적용하면 라이젠 탑재 PC의 경우 게임에서 최대 15%, 일반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약 6%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1세대와 2세대 제품에서도 성능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라이젠 프로세서는 이전 AMD의 CPU와 아키텍처가 완전히 달라 기존 하드웨어 드라이버나 스케줄러 구조에서 제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라이젠에 최적화된 이번 업데이트는 그간 AMD와 MS가 공동으로 연구해온 결과가 반영된 셈이다.


25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공개한 라이젠 9 3900X+라데온 RX5700 XT 데모 시연 시스템. / 최용석 기자
25일 미디어 브리핑에서 공개한 라이젠 9 3900X+라데온 RX5700 XT 데모 시연 시스템. / 최용석 기자
◇ ‘인지도’와 ‘노트북’ 2가지 숙제 잘 풀어야

AMD에게도 숙제는 남아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x86 CPU 시장에서 AMD 비율은 올들어 10%대에 진입했다. 인텔 선호도가 높은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 기업 및 공공 시장에서도 AMD는 아직 낯선 브랜드다.

노트북 시장에서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것도 취약점이다. 2세대로 접어들면서 노트북용 모바일 라이젠 제품군을 출시했지만, 이를 탑재한 제품의 수와 판매량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HP, 델, 레노버, 에이수스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AMD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 노트북 시장을 장악한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는 AMD 기반 신제품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25일 미디어브리핑 현장서 만난 AMD 관계자는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지만,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며 "브랜드 인지도 개선과 시장 범위 확대 등의 문제가 산적한 만큼, 3세대 라이젠 출시는 우리로선 최대의 기회이자 고비인 셈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는 국내 기준 7월 7일 저녁 10시부터 공식적인 판매가 시작된다. 국내 출시 가격과 예약 판매 계획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