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한만 못했나?’
12일 일본 도쿄 ‘한일 양자협의’에 앞서 전문가들은 대화 해결을 강조했다. 장기화시 피해규모가 상당하고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당사자간 대화가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보복' 등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단어 사용 자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12일 오후 예정됐던 2시간 회의가 장장 5시간50분 동안 진행됐다. 우리의 ‘수출 통제 이의 제기’ 그리고 일본의 ‘수출 통제 배경 설명' 치곤 긴 시간이었다. 둘중 하나였다. ‘서로 속내까지 모두 드러내는 원활한 대화' 또는 ‘서로 납득을 못하는 이견'. 후자가 아니길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로 후자로 점철된다.

NHK는 13일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 ‘철회 요구를 했다'는 한국측 보도에 대해 ‘사실이아니다'는 반박 보도를 했다./자료 NHK 갈무리
NHK는 13일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 ‘철회 요구를 했다'는 한국측 보도에 대해 ‘사실이아니다'는 반박 보도를 했다./자료 NHK 갈무리
양측은 회의 후 마치 주도권 싸움이라도 하듯 ‘수출 통제 철회 요구' 여부를 놓고 혈전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일본이다. 내외신에 따르면 각국 2인 양자협의에 참석한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은 한국측에서 일본 수출통제의 문제 해결을 제기하기는 했지만 철회를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한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인정하고 해결방법을 제안했다는 뉘앙스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다음날 바로 반박했다.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은 출국전 13일 하네다공항에서 "수출규제 조치의 원상회복, 즉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히며,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인 14일 NHK는 일본 경제산업성 간부말을 인용 ‘한국측의 철회요구는 사실과 다르다’고 재반박했다.

여론은 크게 악화됐다. 무엇보다 일본측 배경 설명 후 해결책 모색에 나설 것이란 기대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미 우리 정부는 후속 회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측은 사실상 거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 여부 결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지막 날인 이달 24일 이전에 회의를 제안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대처 방법으로 ‘외교적 대화'를 가장 많이 들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한일이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지금 똑같은 사람들이 앉아서 다른 해법을 내놓는 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생각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에칭가스 등 3개 외에 다른 소재에서도 제재가 예상된다"며 "제재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