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을 위한 애니메이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서울산업진흥원은 16일 서울 중구에서 국제콘텐츠마켓 SPP(서울 프로모션 플랜) 2019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컨퍼런스에는 애니메이션 산업과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마크 워던(Mark Worden)’ 작가겸 컨설턴트는 "과거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성인향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워던 작가. / 김형원 기자
마크 워던 작가. / 김형원 기자
워던 작가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며, 이로 인해 과거 서구권에는 성인향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었다.

워던은 이런 서구권의 인식을 깨뜨린 대표적인 작품으로 ‘심슨가족'을 꼽았다. 1989년부터 시작된 심슨가족은 성인도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었으며, 30년이 넘는 세월간 시리즈를 이어가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워던은 "서구권 20대 초반 젊은세대 사이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콘텐츠 소비가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작가에 따르면 20대초반 유럽 젊은세대 40%쯤이 만화·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있다고 밝혔다. 워던은 영국박물관에서 ‘만화' 주제 전시회가 일본 외 시장 중 최대 규모로 열렸다며, 이는 서구권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인기가 높은지 보여주는 예시라고 전했다.

워던은 "성인향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인기는 넷플릭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넷플릭스에서 시즌이 이어진다는 것은 해당 콘텐츠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성인향 애니메이션은 ‘러브 데스 로봇'이다. 워던은 ‘러브 데스 로봇'이 "성인향 에니메이션의 정수다"라고 평가했다. 각 에피소드가 각기 다른 장르로 제작됐고 일부 작품은 실사로 착각할 만큼 리얼하게 제작됐다.

넷플릭스는 심슨 시리즈 제작자 ‘맷 그레이닝(Matt Groening)’의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한 성인향 코미디 작품 ‘디스인챈트(Disenchantment)’, 한때 잘나가던 스타지만 지금은 알콜중독자가 된 주인공을 그린 ‘보잭 홀스맨' 등 다채롭다.

워던은 애니메이션 업계는 2019년 12월을 주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유는 디즈니의 인터넷 영화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디즈니+로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 넷플릭스가 디즈니+에 대항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트렌드는 ‘리메이크'다.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 과거 명작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고 있으며, ‘라이온 킹', ‘뮬란', ‘인어공주' 등 애니메이션도 속속들이 개봉될 예정이다.

◇ 애니 제작 트렌드는 ‘클래식 연출과 최신 기술의 융합’

마크 워던 작가는 "디지털 영상 기술이 큰 폭으로 발전했지만, 정작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서는 스톱모션 등 과거 전통적인 연출기법이 각광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워던 작가는 "대신 클래식한 연출 기법을 사용하지만 최신의 디지털 영상 기술을 사용해 작업시간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스톱모션 등 클래식한 연출방법이 각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워던은 "성인 시청자가 전통적인 연출 기법에 환호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워던은 "미래 애니메이션 콘텐츠는 평면 그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상현실(VR) 등 실감미디어로 콘텐츠가 시청자를 360도로 둘러싸고 있으며, 인터랙티브 맵핑 등 최신 IT기술과 접목해 정해진 것이 아닌 사용자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 워던은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에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신 기술로 화려한 화면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닌, 기술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접목하는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