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인구가 약 100억 명에 달한다. UN이 6월 내놓은 ‘'2019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 예측이다. 2019년 세계 인구는 77억여 명이다. 앞으로 30년간 20억 명이 더 증가하는 셈이다. 그만큼 식량 조달 걱정이 커진다.

식량 생산에 필요한 게 토지와 에너지다. 이를 확보하는 속도가 식량 수요량이 느는 속도만큼 빠르지 않다는 게 문제다.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공급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놓였다.

식량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농업, 임업 등 땅을 이용하는 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 지구온난화가 진행하면 농작물이 자라기 어렵게 된다. 악순환이다.

인류가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곤충을 먹거나, 채식 위주 식단 전환과 같은 변화다.하지만 미래 100억 명에 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어나갈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농업기술(Agricultural Technology)’과 ‘푸드테크(Food Technology)’에 답이 있다. 논과 밭 농사, 축산 등 농업에 생명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을 적용해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다. 이 분야 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전북 고창 무장면 농민이 KT 노지채소 스마트팜을 시연하고 있다. / KT 제공
전북 고창 무장면 농민이 KT 노지채소 스마트팜을 시연하고 있다. / KT 제공
◇유전자 변형 식품? 이제는 유전자 가위(CRISPR)의 시대

유전자 변형 식품(GMO)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특정 생물에게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해 개량을 원하는 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몇 년 새 주목받는 ‘유전자 가위(크리스퍼:CRISPR)’ 기술은 이와 약간 다르다.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는 대신에 생물 내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일부 교정해 원하는 형질을 얻는다. 이 기술은 유전병과 암 치료제 등 질병문제 해결 뿐만 아니라 식량 문제 해결에도 유용하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한 품종을 개발하면 GMO보다 200배 정도 적은 비용이 든다. 벤처 기업도 충분히 뛰어들 시장이다. 국내외 많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미 세계에서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해 10월이다. 종밍 팽(Zhongming Fang) 중국 화중농업대학 연구원은 질소를 운반하는 벼의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하면 새싹의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유전자 가위로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했다. 그 결과 쌀의 생산량이 늘어났다. 벼의 질소 운반 효율까지 높아졌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달콤한 바나나의 멸종을 막는다. / 픽사베이
유전자 가위 기술이 달콤한 바나나의 멸종을 막는다. / 픽사베이
유전자 가위 기술은 실생활과도 멀지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바나나는 유전자가 모두 같은 단일 품종이다. 씨가 없어 교배할 수 없다. 바나나는 질병에도 매우 취약하다. 파나마병으로 인해 멸종 위기 상황에 몰렸다. 이를 막는 데에도 유전자 가위 기술이 사용된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이를 이용해 바나나의 멸종을 막기 위해 연구한다.

세계는 GMO에 적용한 각종 규제를 유전자 가위 기술에도 적용해야 할지 활발하게 논의한다. GMO처럼 윤리적 이슈나 부작용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른 점은 되레 그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잔인한 방법으로 죽는다. 기르는 입장에서 수평아리가 효용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유전자 가위로 암평아리 비율을 조절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외려 ‘윤리적 기술’로 불리는 날이 올 수 있다.


◇부족한 농촌 일손 거드는 ‘기술’…스마트농장

아무리 좋은 품종이 나오더라도, 식량을 생산하는 노동력이 없이 안 된다. 재배부터 수확,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 적지 않은 인력을 투입해야만 한다. 노동력만 들인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노하우가 부족해도 일을 망치기 일쑤다.

문제는 농촌의 생산가능 인구가 계속해서 준다는 점이다. 고된 농사일을 도울 일손이 없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세계 농촌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이 농가의 생산량을 개선하고 재배, 수확, 유통의 전 과정에 도움을 준다.

지난해 11월 농촌진흥청은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2세대 스마트농장 기술을 실제로 시연했다.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생물 상태를 분석해 가장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낸다. 직접 농장에 가지 않아도 온도나 습도 등 중요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팜보이스’라는 앱을 이용해 음성으로 농장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다.

딸기 수확 로봇 ‘루비온’이 딸기를 따는 모습. / 옥티니온 공식 유튜브 채널

이동통신 3사(SKT, KT, LG 유플러스)도 스마트농장 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SKT와 KT는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각각 감자 농가, 노지 채소 재배를 돕는다. LG 유플러스는 야간에도 드론을 활용해 해충을 관리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벨기에 기업 옥티니온이 선보인 딸기 수확 로봇 ‘루비온’은 개발 막바지 단계다. 이 로봇은 광학 센서로 잘 익은 딸기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을 찾아낸다. 딸기를 찾고, 수확, 분류하는 데 5초면 충분하다. 16시간에 딸기 1만1500개를 딸 수 있는 속도다. 옥타니온은 루비온이 딴 딸기 일부를 이달 열린 2019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 공급했다.

농산물 유통에도 신기술을 활용한다.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유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다. 농업 ICT 기업 이지팜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하는 플랫폼 ‘블로서리’를 개발한다. 블록체인은 변조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므로, 소비자도 도축 날짜나 축사 온도 같은 식품 생산 이력을 확인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꿀벌 개체수 감소 원인…IoT, 블록체인 기술로 파헤친다

식량을 논할 때 꿀벌을 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중 71개 작물이 꿀벌에 의해 가루받이(수분)한다.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전자파, 살충제, 기후 변화 등 여러 원인을 거론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꿀벌이 사라질수록 식량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만은 분명하다.

포브스는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세계 벌꿀 프로젝트(WBP)와 손잡고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벌집을 ‘하이브 네트워크(Hive Network)’로 연결하고 원격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한 정보를 인공지능(AI)같은 같은 분석 도구를 사용하는 자사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시각화한다. 런던 리딩대학교 연구원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한다. 오라클은 이후 약 5억 명의 농부를 IoT기술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까지 활용해 연결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꿀벌이 꽃에 붙어있는 모습. / 픽사베이
꿀벌이 꽃에 붙어있는 모습. / 픽사베이
블록체인은 분산 정보 저장 기술의 일종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누구도 임의로 정보를 수정할 수 없으면서도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다.

이들은 하이브 네트워크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정보를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벌집 주변의 소리, 습도, 온도, 벌집 무게 등의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 심지어는 벌이 채취해온 꿀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까지도 알 수 있다.

◇기술이 온실가스를 피하는 방법…’유전자 조작’

소를 비롯한 반추동물은 방귀·트림 등으로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인간 활동과 관련된 메탄가스 배출량의 37%를 반추동물이 차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있다. 메탄가스는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약 21배 정도 크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동물수의과학부 연구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소의 위에서 메탄가스를 생성하는 미생물의 양과 형태가 소의 유전자 구성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메탄가스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SUSIBA2’(우)는 일반 벼보다 메탄가스 배출량이 적고 수확량은 많다. / 스웨덴농업기술대학 제공
‘SUSIBA2’(우)는 일반 벼보다 메탄가스 배출량이 적고 수확량은 많다. / 스웨덴농업기술대학 제공
세계인의 60%가 주식으로 애용하는 쌀도 적지 않은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벼를 물에 가둬 재배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주로 나온다. 세계 배출량의 많게는 17% 정도를 벼가 차지한다.

스웨덴 농업기술대학이 지난 2015년 네이처 지를 통해 공개한 ‘SUSIBA2’는 보리에서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해 도입한 품종이다. 연구팀이 중국에서 실제로 3년간 재배했다. 이 품종이 메탄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생산량 증가에도 획기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은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최은정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 연구사는 "벼의 유전자(품종) 개량으로 메탄가스를 줄이려는 시도는 아직 없다"며 "그 대신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벼를 기르는 도중 논에서 물을 한차례 빼주는 ‘중간낙수’ 기법은 대표적인 연구 결과로 이를 활용하면 메탄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번의 중간낙수로 메탄의 발생량을 50%까지 줄인 사례도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픽사베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 픽사베이
농촌을 기술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기술이 농촌에 도입됐고, 또 적용될 예정이다. 덕분에 나이가 많은 농업 종사자는 물론, 늦게 귀농을 선택해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 ‘SUSIBA2’는 그간 양립하기 어렵게 여겨졌던 식량 생산량 증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잡을 길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