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통신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를 제정했고 대리점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일선 휴대폰 판매점은 정부가 제시한 표준계약서대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강제력이 없다보니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공정위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신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 대리점 설명회'를 개최했다. 6월 제정한 표준계약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실 대리점거래과 과장. / 류은주 기자
한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실 대리점거래과 과장. / 류은주 기자
표준계약서에는 불공정거래관행 개선, 비용부담 합리화, 안정적 거래 보장을 위해 수수료 산정내역 확인요청, 인테리어 시공기준, 계약기간 설정 등 총 24개조 85개항을 담았다.

설명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이통3사 중 한 곳이라도 표준계약서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정지화 공정위 유통정책관실 대리점거래과 행정사무관은 "법으로 강제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미 의류, 식음료 등 분야에서는 많은 기업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통사들도 계약서 안에 담긴 내용을 어느정도 수렴하기로 이야기가 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한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실 대리점거래과 과장 역시 "만약 3개 회사 중 2곳만 표준계약서에 따라 계약하고, 한 곳만 그렇지 않으면 공정위에서 유심히 보지 않겠냐"며 "이 정도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이통3사가 표준계약서대로 대리점과 계약을 맺을 때 받는 ‘당근(메리트)'이 있어야 표준계약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용호 공정거래위원회 유통정책관실 대리점거래과 과장은 "통신업종에 대해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도록 권장하고 독려를 할 것이다"며 "만약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하면 1년간 협약 이행 평가를 받게 되는데, 100점 만점 중 가장 큰 배점인 20점이 바로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다"고 말했다.

또 "공정거래협약 이행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 일정기간 조사도 면제받는 등의 유인 요소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발표한 통신업종 표준 대리점계약서 세부 내용을 안내하는 표.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가 발표한 통신업종 표준 대리점계약서 세부 내용을 안내하는 표. /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위탁업무를 담당하는 비용분배가 불합리한데 이 부분도 신고가 가능한 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한 대리점주는 "위탁업무 중 요금수납 등 고객서비스(CS) 업무 수수료 단가가 굉장히 낮아 불합리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하면 개입이 가능한 지에 대해 물었다.

정지화 사무관은 "이통분야의 주 규제부처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며, 공정위는 쌍방간 거래가 매우 불공정한 부분에 한해서만 개입이 가능하다"며 "가격적인 측면은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용호 과장도 "(불공정 행위로)신고는 할 수 있지만, 가격은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다보니 그동안 사례로 비춰봤을 때 (가격에 대한 부분은)공정위가 힘을 못 쓸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가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불공정 거래 경험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식음료와 의류 등 타 업종의 사례에서 표준 계약서 사용 시 불공정 거래 경험 비율이 크게 낮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표준계약서 사용집단은 미용 집단보다 불공정 거래 경험이 적었다. 식음료는 4배, 의류는 3배쯤 낮았다.

공정위는 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하반기 중 표준계약서 보급 업종 공급업자를 대상으로 제도를 설명하고 대리점들과 협약을 체결하도록 권장하고 독려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한 과장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20년쯤에는 통신업종 대리점과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