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웨어러블 플랫폼이나 헬스케어 전자기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로봇용 소프트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22일 게재한다.

한국연구재단은 오일권(사진) KAIST 교수(기계공학과) 연구팀이 나비가 날개짓 하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용 인공근육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존 로봇은 금속성의 딱딱한 소재로 제작했지만, 소프트 로봇은 천이나 고무 등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해 사람의 근육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접촉 대상에 미치는 충격·손상을 줄일 수 있어 유연한 내시경이나 수술용 바늘 등에 쓰거나 탐사·재난구조·제조 등 분야에 쓸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에 등장하는 주인공 ‘베이맥스’는 공기압을 이용해 부풀리고 움직임을 유도하는 공압식 소프트 액츄에이터를 쓴다. 최근 이를 상용화하려는 연구가 활발하지만, 제품의 크기가 크고 무거우며 소모전력이 큰 단점이 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낮은 전압과 전력으로 구동하며 동시에 실제 생물체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이온성 소프트 액츄에이터다.

기존 이온성 소프트 액츄에이터를 적용한 인공근육은 수명이 짧고 안정성이 낮아 공학적으로 쓰기 어려웠다. 오 연구팀이 만든 인공근육은 금속처럼 전기가 잘 흐르고, 표면의 기능성을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나노물질 ‘맥신’(2차원 나노물질 중 하나)을 전극 소재로 썼다. 맥신을 전도성 고분자와 결합해 부드러운 유연전극을 만들면 1V도 이하 낮은 전압으로 마치 문어의 다리처럼 180도 정도쯤 굽힐 수 있다.

오일권 KAIST 교수(기계공학과) 연구팀이 개발한 맥신 기반 소프트 액츄에이터의 메커니즘과 맥신 구성도. / KAIST 제공
오일권 KAIST 교수(기계공학과) 연구팀이 개발한 맥신 기반 소프트 액츄에이터의 메커니즘과 맥신 구성도. / KAIST 제공
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근육은 낮은 전압에서도 매우 빠르게(반응속도 1초) 반응하며, 굽힘 변형률은 1.37% 수준이다. 굽힘 변형률은 숫자가 작을수록 좋다.

오일권 교수는 "기존 인공 근육의 낮은 굽힘 변형률이나 짧은 구동 수명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을 만들었다"며 "향후 소프트 로봇, 자연모사 로봇, 웨어러블 플랫폼, 헬스케어 전자기기, 능동형 생체의료 디바이스, 움직이는 예술소품 분야 등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